중동發 석유위기 대비해야 - 곽수일
2002-10-18
중동發 석유위기 대비해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두 번에 걸친 석유위기와 90년 걸프전(戰) 유가폭등사태 당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던 우리나라로서는 국내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자원외교를 통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달 초 일제히 기름값을 ℓ당 30원 정도씩 올렸다. 국제석유시장의 가격상승으로 원유도입가가 높아지고 석유제품 수입가격이 올라 국내 석유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정유사들의 설명이다. 중동정세 불안의 여파가 유가인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반 생필품의 수급에 파동이 생길 경우 소비자·생산자 등 주로 해당상품의 시장 참여자들 피해로 국한되지만 석유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경제 전체가 마비되고 만다. 최근 중동정세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더해가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공격 방침을 공언하고 있는 와중에 6일 중동에서 우려할 만한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프랑스 유조선이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사고로 침몰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치솟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서도 고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고 있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27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배럴당 40달러도 위험하다고 분석한다. 석유공급을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중동의존도가 70%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가 중동발(發) 석유위기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우리는 석유위기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석유위기를 넘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노력에 덧붙여 세계적인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총력적인 자원외교를 펼침으로써 위기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위기시의 안정적인 원유확보를 위해서는 평소 산유국과 신뢰를 구축하고 자원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평소에 산유국과의 자원협력을 위한 외교채널을 가동하고 있으며 민간부문에서도 산유국과 신뢰관계를 돈독히 해온 숨은 실력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 정유사는 원유구매와 합작파트너들을 통해 신뢰관계를 쌓고 있는데 LG칼텍스정유의 합작처인 텍사코는 세계 주요 메이저이며 현대오일뱅크는 중동산유국인 UAE의 IPIC가 최대주주로, 석유위기시 일정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S-Oil은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있는 정유회사로서, 장기원유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원유 전량을 책임지고 공급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중동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정부는 기존에 열어놓은 자원외교채널을 다시 한번 점검하여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민간부문에서 산유국과 신뢰를 돈독히 하고 있는 민간외교관들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긴밀한 연락망을 가동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석유위기 대응에 정부와 민간이 다를 수 없고 소비자와 기업이 따로 놀 수 없다. 자원외교력의 역량집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郭秀一 (서울대 경영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2. 10.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