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 핵실험 징후와 盧정부 '백일몽' - 남주홍
	2007-01-08
北 추가 핵실험 징후와 盧정부 '백일몽' 북한이 조만간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어 앞날이 불길하기 짝이 없다. 미국 국방 정보 당국의 말을 빌려 현지 언론들이 제2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불확실하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 일단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2차 핵실험은 지난해 10월9일 제1차 실험 이후부터 예견되어 왔다. 명실공히 핵 보유국이 되기 위해서는 소규모의 핵기폭 실험인 1차 때와 달리 핵탄두로 변환시켜 소형화하는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와 파키스탄도 4~5차례 잇달아 실시한 적이 있다. 이 논리대로라면 순전히 군사적 필요성에서 북한도 앞으로 몇 차례 추가 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서 “핵 억제력 보유는 민족사적 경사”로 자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의 ’민족공조’를 대담하게 전개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은 앞으로 ‘핵 민족주의’ 외교공세를 강화하고 한국의 연말 대선에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북 지도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차 핵실험 카드를 쥐고 선군정치의 최대 치적인 핵 보유국 입지를 확고히해 내부 통제력과 외부 협상 영향력을 동시에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정세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무엇보다도 유엔의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추가 핵실험을 또 강행한다면 이번에는 유엔헌장 제7장 제42조에 근거한 대북 군사제재마저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비교적 온건한 대북 경제제재가 군사적 조치를 수반하게 되면 당장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 강화돼 공해상에서 미·북간 정면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 이는 북 지도부로서는 매우 위험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 차원의 제재에는 기본적으로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단행하면 회담 그 자체의 판이 깨어져 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핵 공갈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흥정의 장이 아예 없어져 버리는 셈이다. 이는 심각한 식량과 에너지난 그리고 외화난에 직면한 북한 정권으로서는 중대한 전략적 실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이 2차 핵실험 준비를 기술적으로는 끝내 놓고 단지 그 시기와 방법의 선택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전이나 김일성 주석의 생일 등 대내적 명분과 6자회담의 향배 등 대외적 실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1차 때보다 규모가 더 큰 고성능 정밀 탄두화 폭발 실험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다. 북한이 핵을 가져도 남북간 군사력 균형은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허장성세를 부리며 계속 대북 제재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인지, 북의 미사일과 핵은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니라는, 속된 표현으로 ‘정신 나간 소리’를 되풀이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유엔과 우방, 심지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왕따를 당할 것인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 위기관리 실패에 따른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여 공동작전계획을 세우고 있고, 중국도 ‘조선반도 비상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직 이 정부만 정상회담 같은 한가한 백일몽에 젖어 있는 듯하다. 이는 한마디로 우리가 이미 ‘민족공조’의 함정에 빠져 북의 핵 공갈에 스스로 인질화돼 있다는 뜻이다. 국민 저마다의 비장한 각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7. 1.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