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짚은 노대통령 '불량상품론' - 박효종
	2007-01-08
잘못 짚은 노대통령 '불량상품론' 우리 가운데 누구라도 자신을 비판하는 소리나 헐뜯는 소리를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오늘 내가 쏜다’고 자못 호기롭게 말할 때도 칭찬을 받았을 때이지 욕을 먹었을 때는 아니다. 심지어 얼굴이 못생기거나 성질이 나쁘다고 말할 때, 설령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한 사람하고는 우정을 끊고 만남을 피하게 된다. 칭찬할 때 반기고 비판할 때 토라지는 현상은 개인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 종사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인지상정이다. 열린우리당을 보고 ‘닫힌 너희 당’처럼 살아왔다고 한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얼마나 발끈하겠는가. 또 “대통령은 더욱 국정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문한다면, 24시간 국정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은 “무얼 더 전념하라고 하는 소리냐”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시중의 비판에 대하여 반론을 편다고 해도 금도가 있다. ‘바른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준칙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청와대만 해도 국정홍보 기능이 강화돼 언론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발 빠르게 해명하고 역공까지 펴고 있다. 그래도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면 보수언론의 넋두리라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국정 난맥상이나 정책 실패를 지적할 경우, “언론은 불량상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리는 때때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병원을 찾는다. 물론 진찰이나 처방에는 공짜가 없다. 돈뿐 아니라 귀중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는 수술을 받기 위해 몇 달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무엇인가. 십중팔구 환자가 의사에게서 듣는 말은 듣기에 안 좋은 이야기뿐이다. “당신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위에 구멍이 나고 지방간이 되었으며 고지혈증에 걸렸다”는 말을 듣는다. 그게 아니면 “흡연을 많이 해 폐가 망가지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고기도 적게 먹고 담배와 술을 끊으라”는 엄중한 경고도 듣는다. 혹시 병원에 가서 칭찬을 받아본 사람이 있는가. “어떻게 이 나이까지 몸매를 아름답게 가꾸었느냐” 혹은 “몸 관리를 잘해왔느냐”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다면, 천연기념물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사실은 듣기 싫은 말을 했다고 해서 그 의사를 부실 의사나 돌팔이의사로 낙인찍으며 불량 서비스를 한다고 쏘아붙이는 환자는 없다는 점이다. 환자라면 듣기에 민망한 말이지만, 즉시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삶의 방식을 반성하는 ‘모드’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지금 참여정부의 경우는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1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쓰라린 것이다. 10명 가운데 9명의 국민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언론을 혹독하게 비난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이 쓰리다고 해서 내시경이 나쁘다거나 혹은 MRI(자기공명영상) 기기가 불량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정부는 담배를 끊고 술을 끊으라는 의사의 지시를 들어야 할 환자처럼, ‘회전문 인사’나 ‘코드 인사’를 끊을 줄 알아야 한다.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KBS 사장 임명을 고집스럽게 강행했다. 그러니 언론이나 여론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다. 참여정부도 스스로 병을 고칠 의지를 가져야 한다. 언론이나 여론의 비판이 쓰라린 것이긴 하지만, 그 비판을 의사의 진단처럼 들어야지 호사가들의 입방아처럼 들어서는 곤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7. 1.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