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정부’가 낳은 불법 폭력시위 - 류동길
	2006-11-28
‘포용 정부’가 낳은 불법 폭력시위 “당신들은 시위대가 아니라 폭도다.” 전국 시위를 주도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성난 국민이 올린 글이다. 불법 시위대에 대한민국이 폭행을 당했다면서 국민은 ‘이 나라에 정부가 있느냐’고 묻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 주요도시에서 벌어진 불법·폭력시위 사태는 무법천지 그 자체였다. 시위대와 경찰이 시가전을 벌이는 이런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바로 내전(內戰)이지 어떻게 6·25를 내전이라 하는가.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뒤 정부는 24일 “불법·폭력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불법폭력시위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지만 제대로 처벌한 적이 있었던가. 지난해 11월 폭력이 난무했던 여의도 시위 때 농민 2명이 숨지자 경찰청장을 경질했을 뿐 쇠파이프를 휘두른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규명하지도 않았다. 지난 5월 과격했던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시위 때, 한명숙 국무총리는 불법시위를 한 시위대와 공권력을 행사한 경찰을 같은 위치에 놓고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때에도 폭력행사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았다. 지난 7월 한덕수 부총리는 FTA와 관련, “폭력시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지만 7월13일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8월 노동단체의 시위로 도심이 마비됐지만 정부는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 알 길 없다. 그래서 이번 엄벌방침 발표도 엄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FTA 반대 시위대가 미국에서는 법과 질서를 지키고 한국에서는 불법·폭력시위를 한다. 미국은 불법시위를 법에 따라 엄히 다스리고 한국은 제대로 다스리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범국본’ 측은 오는 29일과 12월6일에도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29일의 집회를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범국본’ 측은 정부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정부를 우습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동산과 씨름하고 불법시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에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세계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미래를 향해 뛰겠다며 손을 잡는다. 론스타는 검찰 수사를 이유로 국민은행과 맺었던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파기했다.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론스타가 한국의 반외자(反外資) 정서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론스타 문제를 그렇게 이해할 경우 한국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지 않아도 외국인 직접투자는 줄어들고 있고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늘고 있다. 외국에서는 한국의 노조파업에 대해 “전쟁을 하는 것 같다”고 하고, 죽을 때까지 파업하는(striking to death)노조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 국민의 눈에 비치고 있는 경제와 사회, 정치는 모두 빨간 불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정치·경제·사회 중 어디에도 빨간 불이 켜진 곳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그러하니 제대로 해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고 했던 국민들은 “이제 큰일 났다”고 여긴다. 정부는 “불법·폭력에 관용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법과 원칙이 살아 있음을 정부가 보여야 하는 것이다. 국법질서를 제대로 세우지 않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불법파업을 정당한 권리 행사로 치부하는 노조와 거리로 뛰쳐나와 연가투쟁을 벌이는 전교조가 세우고자 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FTA를 왜 불법과 폭력시위로 반대해야 하는가. 이런 나라에도 미래가 보장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진짜 거리로 뛰쳐나와 울분을 토하고 싶은 사람들은 세상살이에 지친 국민이다. 일반 국민의 심정을 알기나 하는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1.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