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확대시킨 '어깃장 개각' - 남주홍
	2006-11-03
위기를 확대시킨 '어깃장 개각' 노무현 대통령이 여론의 반대에도 기어이 ‘오기인사’를 또다시 단행함으로써 이제 한국정부 외교안보정책의 대혼란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에 기용된 인물들은 모두 이념적 성향이 ‘자주, 민족주의파’로 굴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부는 심지어 친북, 반미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와 국제사회가 지금 당혹해 하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의 최대 이해당사자요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막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는 가장 소극적이고 최소의 대응에 국한하려는 움직임을 보고 국민 여론은 경악했고 미국과 중국은 아예 한국과 상의 없이 이번에 북한을 강압적으로 설득, 6자회담 복귀약속을 받아냈다. 노무현정부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국제 정치에서 이처럼 ‘왕따’되며 북으로부터도 조롱받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8년 반 넘게 맹목적으로 추진해온 햇볕 혹은 포용정책 때문이다. 북한을 돕지 않으면 안보도 위험하고 통일도 어렵다는 그야말로 황당한 자기 기만으로 출발한 이 정책은 북한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시킨 결과만 초래했고, 우리 내부에는 친북·반미주의 주장을 확산시켜 우리의 운명을 북 정권의 운명과 직결시켜버린 실로 엄청난 자멸적 현상을 초래하고 말았다. 이번 개각은 당연히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반성과 자성의 바탕 위에서 출발하여 대북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함에도 노 대통령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한마디로 위기관리가 아닌 위기확대 개각이 된 셈이다. 북한을 적으로 보기를 거부하고 미국을 오히려 위협으로 간주하려는 외교·안보 팀으로 6·25 이래 최대의 위기인 북핵 공갈 국면을 타개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국민은 아마도 이번 간첩단 사건을 애써 무시하려는 세력밖에는 없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통일부는 지금껏 소위 내재적 접근이라는 사실상 친북논리로 ‘민족공조’를 해왔고, 외교부는 통일부 주도의 코드에 맞추어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감염돼 정작 가장 중시해야 할 한미 공조를 소홀히 해왔으며, 국방부는 거창한 ‘자주국방’ 구호를 내세워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와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를 밀어붙여 결국 한미 안보동맹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은 우리 사회 제도권 내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간첩조직을 적발해 놓고도 ‘좌파정부’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대공전선은 지금 와해하고 있다. 이 모두 햇볕정책이 가져온 심대한 안보 자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며 적이기 이전에 동족으로 일단 포용해야 한다는 햇볕론자들의 순진한 생각은 북 지도부로 하여금 오히려 남한을 먼저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 작금 “선군 사상으로 남조선을 보호하고 있다”고 큰소리 치는 것이다. 이러한 엄연한 전략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북정책을 답습하겠다는 식의 인사를 강행하는 것을 보면 이 정부의 궁극적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노무현정권은 국민적 신임을 거의 다 잃은 상태가 아닌가 결론적으로 평가해서, 앞으로 북핵위기는 6자회담 재개에도 북의 핵 보유 기정사실로 장기화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 그리고 한미 관계 모두 ‘핵분열’될지 모른다. 위기관리를 주도해야 할 이 정부는 정책과 전략의 기본을 무시하고 위기를 오히려 지속시키는 무지와 무능, 그리고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총체적 혼돈의 연속이다. 우리는 과연 지금 어디에 서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남주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국제 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11. 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