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첩보 묵살의혹 철저한 조사를 - 류재갑
	2002-10-09
軍첩보 묵살의혹 철저한 조사를 북한의 '6.29 서해 기습도발사건'과 관련된 해당 통신감청부대의 사전징후보고 묵살 여부가 국회 국정감사의 쟁점으로 부각돼 국민과 군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안보상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그냥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정치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군 자체적으로 진실과 책임소재 규명에 나서야 한다. 군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서해기습도발은 우리의 경비정이 침몰되고 다수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 북한측은 사건 이후 한달이 지난 7월25일 '유감'을 표명하고 화해 제스처를 보인 이후에도 "대화는 대화이고 자주권은 자주권"이며 "서해무력충돌은 미국의 대 조선정책에 따라 남조선 호전계층이 계획적으로 감행한 도발"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남쪽이 북방한계선을 계속 고집하면 우리 혁명무력은 경고없이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협박하면서 북방한계선(NNL)의 '비법성'과 무효화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사안의 성격상 첩보묵살, 무시, 축소 문제를 철저히 밝힘으로써 향후의 국가 안보정책 수행상의 장애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국가기관에 대해 특정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국가 안위의 중대성과 군대의 위신과 신뢰성, 국군의 사기, 남북한 관계와 국가와 군의 국제적 위신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만에 하나 이번 사태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이 또한 국가 안위의 위해요소가 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한점 의혹없이 밝혀 진실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은 군의 기본책무에 속한다. 지금까지 나타난 해당 통신감청부대(5679)장의 '6.29 무력도발 직전 북한군의 동태' 관련 첩보보고는 첫째 연례전투검열, 둘째 월드컵 및 국회의원 재보선과 관련한 한국내 긴장고조 의도, 셋째 우리 해군의 작전활동 탐지의도 등 세가지로 요약된다. 그중 둘째와 셋째 사항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해당부대장의 증언과 비망록, 그리고 부대 중견간부의 경위서가 공개됐다. 원론적으로 볼 때 '첩보'는 확정된 '정보'와 달라서 그 해석과 평가 및 이에 따른 조치를 결정하는 것은 상급부서의 고유한 권한과 책무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반드시 보고된 첩보를 그대로 수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사실에 대한 고의적인 왜곡이나 묵살이 있어서는 안된다. 더더욱 국가전략적 고려가 아닌 국내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면 이는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묵살이나 왜곡과 함께 군사기밀의 무단공개는 원칙적으로 이적행위에 속한다. 그래서였는지, 해당부대장은 자신의 보고서를 들어보이면서도 그 내용은 기밀에 속하므로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해당부대의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의 일부가 공개된 이상 사실에 대한 규명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다만 문제의 성격상 국가기관과 국군 및 국민은 신중하고도 냉철하고 현명해야 한다. 군의 사기가 손상되어서는 안된다. 군의 사기는 상하의 단결과 상호간의 신뢰, 국가에 대한 확신, 그리고 동고동락의 생활에 의해 유지된다. 이번 사태는 해당부대와 군보다는 정치지도층의 책임이 더 큰 것 같다. 따라서 사실에 접근하는 객관적 자세가 중요하다 하겠다. 이와 더불어 국군의 사명중에는 국가안보면에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에는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방부가 보다 현명하게 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柳在甲 (경기대 국제정치안보전략학과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2. 10.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