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변했다고? - 김동성
	2002-10-09
북한이 변했다고? 북한정권은 지난 100일 동안 정치외교, 경제, 문화교류 부문을 총망 라한 정책변신의 현란한 연속 드라마를 연출해내고 있다. 김대중 정 부를 또 다시 "감동”시키면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해 온 사람들의 마 음에 장미빛 환상을 심어놓으려 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대북 4 억불 뒷거래” 주장은 설(說)만으로도 시민단체들이 문제 삼고 일어 설 터인데도 놀라울 정도로 미지근하다. 그만큼 이번 "북풍”은 국민 적 비판감각까지 둔탁케 만들어 가고 있나보다. 김정일 위원장의 "100일 행보”가 만일 대내외 현실을 바르게 인식한 결과로서의 "진짜” 개혁의 시동이라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변신이 북한 경제운영상의 위기극복과 남측을 의식한 임기응 변적 "전술 조정책”임에도 우리가 환호하고 있다면 그 결말은 북측 만이 아니라 우리의 대내외 관계 미래에 엄청난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북한의 최근 정책변화와 외교행태가 우리가 바래온 "진짜” 체제개혁 의 단초가 되느냐, 아니 되느냐는 일단 시간이 흐른 뒤에야 최종적 판가름이 날 것이다. 그러나 인식론적 차원에서의 초보적 평가는 당 장에도 가능하다. 우선 경제부문에서의 변화표출은 「7.1개혁조치」발표로부터 「신의 주 특구」지정 발표로 이어져 현재 클라이맥스에 달해 있다. 학계와 언론 그리고 기업의 관심은 이들 조치의 성공 가능성 여부 논쟁에 모 아지고 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과연 북한 의 정치.경제체제의 변혁과정을 이끄는 단초인 "진짜” 개혁의지의 발로이냐에 대해 옳게 판독해야 한다는 데 있다. 20여년 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할 때 첫 조치는 "사상해방(思想 解放)”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강조였고, 모택동에 대한 제한적 비판 전개였다. 당정권력구조와 사회제도에서 교조주의를 버리고 자 율성.전문성의 강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2-3년에 걸친 농촌지역에서 의 개혁.개방실험 후 도시부문의 점진적 개혁으로 옮겨갔다. 그러니 현 북한의 변신표출은 중국식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최근 북일정상회담 성사를 계기로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북한은 전향적인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 리의 관심은 북측의 협상스타일과 외교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국제평 화와 국제협력 지향성을 새롭게 갖기 시작 했느냐의 여부다. 이번 「 김정일.고이즈미 회담」은 북한의 대미관계 위기인식.대일 배상금 확 보의 필요성과 고이즈미의 국내 정치적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한의 대외 인식과 자세 전반의 변화를 바라는 우리의 소망과는 아 직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남북통일축구」개최와 부산아시아게임에 북한 선수.응원단 65 5명의 파견은 민족화합과 통일을 향한 기여라고 칭송되고 있다. 그러 나 북한대표 이광근의 말에서 보여지듯 이러한 교류는 "6.15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정치행사라고 북측은 생각하고 있다. 북측은 이런 선별적 교류를 통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의 굶주리는 주민과 인권상황을 일시 망각케 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게 또한 사실이다. 정부와 언론과 기업 모두 남북관계 진전의 본질문제 인식에 있어 신 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을 피해야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믿어왔고, 그 논리 위에서 대북정책이 전개되어 왔 다. 그러나 "전쟁이 없는 상태”라는 「소극적 평화론」은 북측으로 하여금 오히려 "전쟁위협”을 협상 자산화 하게 해왔다. 본질적 자기 개혁을 회피한 남북대화와 교류임에도 우리는 북한 변화의 환상에 빠 져들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남북관계변화 2단계”를 대비한 거국적인 합 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즉 "소극적 평화” 개념으로부터 "적 극적 평화”로의 목표설정을 말한다. 전쟁의 부재는 물론 차별과 불 평등과 억압이 제거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조건으로서의 「적극적 평 화」를 향한 대북정책과 대북자세를 가다듬자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 과 인민복지를 위한 북한의 "진짜” 개혁.개방만이 제대로 된 평화요 ,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고 우리 모두가 말할 수 있고 또한 이를 추구 할 때라야 비로소 대북정책은 의미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동성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매일경제 2002. 10. 9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