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제사회와 정면대결로 가는가 - 남주홍
	2006-09-29
北, 국제사회와 정면대결로 가는가 이미 충분히 예측하고는 있었지만 미국과 북한이 점차 그들 나름의 벼랑끝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어 한반도 주변 안보 상황은 이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엊그제 TV 회견에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설득하는 일이 한계에 왔음을 밝히고 다른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했다. 그러자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먼저 대북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맞대응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이미 북한은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추출, 재처리하여 확보된 플루토늄으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까지 공언한 상태다. 이번에 정보 당국이 확인한 북한의 지하 핵실험용 갱도 건설은 이 같은 맞대응식 확전전략(tit for tat)이 폭발성을 안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이 자강도 시중군 무명산 계곡에 핵실험용 지하갱도 5개소를 건설중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 지역에 우라늄 농축 핵 시설이 있다고 의심받아온 터라 이 새로운 지하갱도 첩보는 북한의 핵실험 의지를 분명히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제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돼 가고 있다. 설사 그 지하갱도들이 미사일 발사 기지용이라 하더라도 핵과 미사일이 동전의 앞뒷면일 뿐 아니라 북한이 이미 지난 7월초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위기를 다중화시켜 왔기 때문에 북 군사력에 관한 모든 첩보는 일단 최악의 경우를 먼저 상정하게끔 돼 있다. 무릇 국제정치에서 분쟁이 해결되려면 이해 당사자 간 우선 위기관리에 대한 게임의 룰이 형성돼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 신뢰성 있는 의사전달 체제가 구축돼야 하는데 북핵 위기의 경우 미국과 북한의 상호 극단적 불신감 때문에 6자회담 그 자체가 도전받고 있다. 이러한 여건 아래서는 회담 재개를 위한 의사전달 움직임이 모두 벼랑 끝 협상전략 형식을 표출 할 수밖에 없어 접촉 노력을 할수록 오히려 위기가 가중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한마디로 힘과 의지의 과시가 회담을 대신하는 전형적인 냉전외교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물론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이른바 ‘포괄적 접근 방안’이 설 자리는 없다. 애당초 한국 정부의 안은 대북 제재 반대를 전제로 구상됐고, 미국의 정책전략은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을 바탕으로 추진돼 왔기 때문에 한미 공조는 원칙적으로 분명한 한계가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점진적으로 대북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마당에 한국 정부의 대북 포괄적, 포용적 접근이 국제 공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따라서 만약 북한이 미국의 오는 11월초 중간선거까지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거나 작금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처럼 핵실험을 전격 단행할 경우 상황은 선택의 여지없이 파국으로 갈 수 있다. 이 정부가 한때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는데 지금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 남북한 인내심이 유엔 결의안 제1695호에서 보듯이 거의 한계에 이른 느낌이다. 여기서 결론은 분명하다. 조만간 미·북 정면대치와 한미동맹 이완 가속화, 그리고 남북한 관계 중단이 3각 파도처럼 한반도 안팎을 덮칠지 모른다는 비상한 위기의식으로 정부는 위기관리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은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로 한미동맹을 흔들 때가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 위기관리 실패와 전작권 조기 환수 과정이 맞물리면 자칫 휴전 체제가 핵 분열될 위험이 있다는 불길한 예측을 떨쳐 버릴 수 없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9. 2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