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원로들의 이유 있는 항의 - 남주홍
	2006-08-14
軍 원로들의 이유 있는 항의 전 국방장관과 군(軍) 원로 27명이 대 정부 항의성명을 발표하는 건국 이래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노무현 정권이 전시 작전통제권을 ‘주권적’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환수’하여 이른바 ‘자주군대’로 가겠다고 해서 일어난 집단항의다. 이제 우리의 안보정책과 전략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이들 군 원로의 항의가 경험적으로나 논리적으로도 충분히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가 대통령 스스로의 표현대로 ‘전혀 거꾸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과 호국의 실전경험, 그리고 전생애를 애국전선에 바쳐온 군 원로들의 성명에는 어떠한 정치적 목적도 없으며,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념적 색채도 전혀 없는, 그야말로 순수한 현실적 전략 지혜가 담겨 있다. 요지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도대체 무슨 의도로 한미 안보동맹을 뿌리째 흔들려느냐는 것이다.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게 되면 주한 미 지상군은 자연히 철수하게 되고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는 불가피해지는데 그 상태에서 안보동맹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청와대는 지금 미 행정부와 군부가 단지 ‘외교적’ 차원에서 말하는 “한미동맹 이상없다”는 화법을 국방정책과 군사전략의 현상 유지쯤으로 믿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위험한 생각이다. 연합작전 체제가 해체되면 각자 위협 평가에 따라 전쟁의 정치적 목적과 군사적 목표가 달라지게 되며 더욱이 점차 네트워크화돼 가는 통합전장 구조에서 미국도 못하는 자주국방을 한국군이 과연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된다. 그래서 지금 미국 조야가 노 정권의 궁극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이와 관련하여 군 원로들은 작금 북핵 및 미사일 위협으로 위기가 고조되고 유엔의 대북 제재로 한미 공조가 오히려 더 절실한데도 노 대통령은 반대로 반미·자주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의 대남공작을 사실상 도와주는 셈이 될 수 있다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이것도 결코 틀린 지적이 아니다. 노 대통령의 “미국에 예, 예 하란 말이냐”라는 막말과 “미국이 실패했다”는 통일장관의 경험없는 궤변 지지 등은 그의 북핵 옹호 발언 및 미사일 침묵과 겹쳐 ‘친북 반미’ 저의로 이미 국내외에서 광범위하게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작통권 문제는 순전히 군사전략 운용에 국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굳이 주권적 자주와 연계시킨 것은 정치적 음모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단독행사가 분명함에도 환수라는 용어를 고집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회원국을 미군이 전시 작전통제를 하는데도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작통권을 받으면 휴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계기가 된다는 논리는 북측의 기존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으며, 당장이라도 환수할 수 있다는 허장성세는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기본 자질마저 의심케 한다. 셋째, 설사 ‘자주국방’을 한다 하더라도 천문학적 비용은 고사하고 군사력 건설은 그것이 정보·정찰 분야든 ‘C4I’(지휘명령체계 자동화)나 정밀타격력 부문이든 무기체계를 확보하고 전략·전술 교리를 개발, 응용하며 무엇보다도 필요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고 훈련시키는 데 최소한 5~10년을 잡아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연합작계를 없애고 단독작계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군 원로들의 지적대로 당장 우리 스스로 대북 억제나 방어를 자신할 수 있는 분야는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현 정부는 11일 서울역광장에서 외친 군 원로들의 사심없는 우국충정의 함성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금 과연 누가 안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건국이념 및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지를. 이제라도 국민적 동의를 구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작통권 환수’를 결코 서둘러서는 안된다. 그러다가는 북한보다 우리가 먼저 ‘급변’할 수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 / 바른사회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8. 1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