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에 무관심한 헌법기관들 - 김민호
	2006-07-11
'사학법'에 무관심한 헌법기관들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새 사학법에 따라 다음달 16일까지 관련 정관을 개정하라고 학교법인들에 지시한 상태다. 물론 학교법인들은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서는 사학법의 시행일을 내년 3월1일로 미루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학생을 배정 받지 않고 정관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학교법인, 사학비리를 감사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정부. 그 사이에 끼인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사학 비리를 없애고 보다 투명한 사학 경영을 위해 개정된 사학법이 무슨 문제가 있는가.’ ‘야당의 대표가 거리에까지 나가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법인가.’ ‘그동안 사학 경영을 통해 이익을 챙기던 일부 학교재단들이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인가.’ ‘왜 야당은 사학법의 재개정 문제를 다른 모든 민생법안의 처리와 연계하면서까지 강수를 두는가.’ 사학법 문제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동안 많은 지식인이 언론을 통해 사학법의 문제점들에 대해 의견을 밝혀 왔다. 약간의 관심만 가진다면 사학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일부 악덕 사학들이 저지른 비리들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런 사학들의 비리를 척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사학법을 개정했다고 하니 사학법의 개정에 감정적인 동의를 하기가 너무나 쉬웠던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수박의 색깔이 초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쉽게 설득할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속을 겨냥, 빨갛다고 주장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사학법의 재개정 문제에 대해 느긋할 수 있는 것이다. 사학법 시행일 전에 6월 임시국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논의가 이뤄져 타결될 수 있기를 희망했던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기 전에 헌법적 판단을 내려 달라는 탄원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헌법이 그 권한을 부여한 이른바 헌법기관이 있다. 대통령,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가 바로 그 기관들이다. 이들 헌법기관은 상호 견제를 통하여 팽팽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권자인 국민이 비로소 진정한 주인이 되는 민주 법치국가가 실현될 수 있다. 국회가 국민의 진정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정략적으로만 판단하여 자신들의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또 다른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라도 대한민국 헌법의 이념과 정신에 따라 사학법의 위헌 여부를 엄정히 판단, 사회적 갈등을 조속히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결정이 앞으로 진행될 사학법 재개정의 방향타가 될 것이므로 나름대로 정치적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 어느 헌법기관보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고 단편적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운 기관이다. 이미 대통령의 탄핵결정과 최근의 신문법 관련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정치성을 배제한 채 헌법적 판단만을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이제 국민은 헌법재판소가 개방형 이사 선임방식, 학교장 선임제한, 임시이사 파견요건 등 사학법의 핵심 쟁점에 대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중하고 조속한 헌법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회도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바란다. 특히 여당은 지금까지의 아집에서 벗어나 사학법의 본질적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학법 재개정 협상에 보다 진지한 자세를 가져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법학, 바른교육권실천행동 학부모위원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7. 1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