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性변경 허가' 걱정된다 - 강경근
	2006-06-28
대법 '性변경 허가' 걱정된다 대법원이 성전환자의 호적 정정을 허가하는 전원합의체 결정을 고지하였다. 거칠게 말하면 남자가 여자로, 또는 여자가 남자로 그 성(性)을 변경하는 것을 우리 최고법원이 ‘법적’으로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이미 ‘의학적’으로는 신체적으로 표징(表徵)되는 성의 전환 수술이 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이에 더하여 이들 의학적 성전환으로 현존하는 법질서에 모순되어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법률적 문제를 성전환자에게 유리하게 적용해 주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의 재판은 개별적 사건에 대한 법의 확인에 그친다. 하지만 한 나라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재판은 하급법원을 사실상 구속하는 등의 재판 지침으로 기능한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는 당해 사건의 당사자 보호 측면 이상으로, 그 결정으로 파급될 전체 법질서나 사회 전체적인 의미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게 된다. 양심적 병역 거부라든지 사형제도, 그리고 이번에 고지된 성전환자 호적 정정 허가 결정 등이 그런 것들이다. 비록 이번 결정은 성염색체가 정상인과 다르게 태어나는 경우, 양성(兩性)의 생식기나 성기를 갖고 태어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고, 또 의상도착증 등 성도착증이라든지 동성(同性)에 성적 지향을 느끼는 동성애 등에 대한 것도 아닌, 일종의 선천적 질병이라 할 수 있는 ‘성전환증’에 한한 것이기는 하더라도 당장 대법원의 성전환자 호적 정정의 허가가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가족 질서와 양립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에 대해서는 사회통념상 바뀐 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 변경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불명확하다. 예를 들어 “혼인과 가족 생활은 ‘양성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규정이다. 그럼에도 이미 혼인한 어느 한 성이 법적으로 변경된 경우 그 혼인을 그대로 인정한다면 동성(同性) 간 혼인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이미 성립한 혼인 상태는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경우이거나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된다. 이번 결정에서 소수의견을 개진한 2인의 대법관도 말하였듯이, 혼인하였거나 자녀를 출생한 당사자나 (고의적인 병역 거부 등) 성전환을 악용할 우려가 있는 당사자가 호적 정정을 신청하는 경우, 법원은 ‘신분 관계에 중대한 변동’ 내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이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채 먼저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경우라면, 그 당사자로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법원이 성전환자를 기본권적 소수자로 상정해서 그 보호 결정을 내린 것은 인권 수호 기관으로서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럴수록 법적인 논리와 그것이 끼치는 전체 헌법 구조에 반하지 않아야 사회적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결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먼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성 변경 결정에서 갖춰야 하는 적극적·소극적 요건 및 기준 등에 관한 구체적 입법조치가 구비되어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라야 대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성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되고, 관련 당사자들과 일선 법원에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되어 법적·사회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6. 2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