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세정책, 청와대도 생각을 바꿔야한다 - 조동근
	2006-06-19
부동산 과세정책, 청와대도 생각을 바꿔야한다 청와대 정책팀은 최근 ‘부동산 기획특집’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을 통해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기조와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정책팀은 부동산에 대한 일반대중(시장)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 정책팀이 부동산에 대해 바꿔야 할 생각은 없는가? 이글은 부동산 과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이제 생각을 바꿉시다』에 대한 비판이다. □ 부동산 가격 상승, 전국적 현상인가 국지적 현상인가? 다음 그림은 청와대 ‘부동산 특집’ 첫 번째 글 <통계로 본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하 <오해와 진실>)에서 인용한 것이다. 2003년 1월부터 2006년 3월까지 3년 동안 “아파트를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9.3%, 서울이 15%이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집값 상승률은 7.6%로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7.6% 상승률은 2003.1월부터 2006.3월까지의 누적 상승률임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상승률은 아니다. 서울의 집값 상승률 15%를 강남(강남, 서초, 송파)과 비(非)강남으로 분해하면, 각각 21.4%와 4.6%로 나타나고 있다. 2004년 이후 강남 집값은 21.4%가 올랐지만, 강남을 뺀 서울지역은 4.6%로 급등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최근 부동산가격 급등은 ‘국지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해와 진실>의 현실진단도 “부동산 가격 문제의 핵심은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문제라는 점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해와 진실>은 위의 그림과 약간 차이가 나는 데이터를 추가로 소개하고 있다. 요지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포함한 전국의 주택가격은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연평균 2.6%(누적 상승률 7.7%) 상승해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3.3%), 임금상승률(7.4%)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다는 말이 된다. 주거복지 측면에서 최소한 주택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들의 ‘주거의 질’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사는 집은 오르지 않았는데 특정 지역의 집값만 오른 것이 문제라는 것 아닌가? 만약 내가 사는 집값도 똑같이 올랐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일이지만 80년대 말 주택가격이 폭등할 때는 그야말로 전세를 구하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의 ‘주택대란’과는 성격이 다르다. 결국 ‘배고픔’의 문제가 아닌 ‘배아픔’의 문제로 밖에 볼 수 없다. <오해와 진실>은 2가지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강남 고가 아파트 1채 = 전국 평균 아파트 8채”이며, 2006년 1월 1일 강남의 아파트 수는 전국 아파트(688만 2천호)의 3.6%에 불과한 24만8천호라는 것이다. 강남 고가 아파트 1채가 전국 평균 아파트 몇 채인가를 문제 삼는다면, BMW 1대가 마티즈 몇 대에 해당되는 가도 문제 삼아야 한다. 정부는 BMW의 값이 얼마인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웬만한 저소득층도 자신의 소득으로 소형차(entry car)를 가질 수 있게끔 경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주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할 일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주거 서비스에의 ‘접근성’과 최소한의 ‘주거의 질’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강남주택 가격 급상승은 국지적 현상이다. 국지적 현상을 국가적 agenda로 삼은 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이다. 분열과 질시 그리고 상처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에서 강남 주택 비중 3.6%는 이미 ‘한줌도 안 되는’ 의미를 태생적으로 갖게 되었다. 주거에도 명품은 존재하고 명품은 증가해야 한다. 명품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강남불패’가 아닌 ‘투기 필패’: 강남불패는 ‘믿고 싶은 것만을 보는’ 착시현상 청와대는 ‘강남불패’의 저변에는 3가지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한다. i)“강남 지역은 실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앞으로도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기대심리, ii)“언젠가는 재건축 규제완화 등 강남공급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 iii)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잘 조직화된 이해관계 세력의 존재가 그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강남불패’를 기필코 ‘투기필패’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권력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명분, 그리고 시민사회의 신념과 이해관계를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위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음 그림은 청와대 부동산 특집 3번째 글 <강남아파트 값이 거품인 이유>에서 인용한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강남 아파트는 91.4월부터 98. 11월까지 7년7개월간 추세적으로 하락하였고, 그 이후 7년반 동안 추세적으로 상승하였다. ‘강남불패’가 맞다면, 90년 중후반까지 아파트 가격의 추세적 하락은 어떻게 가능했겠는가? 당시에는 투기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는가 아니면 자취를 감추었나? IMF위기 직후에는 강남아파트 가격의 하락률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90년대 중반까지 강남아파트 가격이 추세적으로 하락한 것은, 분당, 수서 등지의 강남을 대체하는 대규모 아파트 신규 공급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가 불황이면, 중대형 아파트 값이 더 크게 떨어진다. 98년 후반 이후 강남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중대형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게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남 아파트라고 ‘시장의 힘’이 미치지 않는 장외권(場外圈)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강남 아파트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참여정부는 강남 아파트가격 급상승이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하지만, 후술하는 바와 같이 ‘정책실패’의 산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시장에 역행함으로써, 화(禍)를 자초한 것이다. 현상의 본질을 벗어나고서야,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동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정책의 움직일 수 없는 원칙은 “인간은 유인에 반응 한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투기필패’를 강력하게 경고하면서. 강남투기꾼은 ‘믿고 싶은 것만을 보려는’ ‘착시’에 빠져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강남 투기꾼이 ‘착시’의 우(愚)를 범했다면, 설계한대로 그리고 의도한대로 시장이 따라줄 것이라고 믿은 참여정부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닐까. □ 종부세(종합부동산세)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 아닌 부동산세금 정상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투기소득의 환수를 통한 부동산 투기수요 차단이다. 주택을 팔고 사거나 지니고 있을 때 일정한 부담을 느끼게 할 필요가 있으며, 투기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강화가 좋은 사례이다. 종부세는 6억을 초과하는 3%의 고가주택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종부세 부과는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이 아닌 세금 정상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 부과대상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와 무관하다는 발상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종부세를 예컨대 0.5%에게만 부과한다면, 세율은 아무리 높여도 된다는 말인가? 이는 벌써 기우를 넘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청와대는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63평)를 예를 들어, ’05년 594만원하던 보유세가 올해에는 1,620만원으로 약 2.7배 늘어난다고 친절하게 예시까지 해주고 있다. 이같은 보유세의 급격한 증가는 과표적용율 인상(’05년 공시지가의 50% → ’06년 70%), 과세기준 금액 인하(공시가격 9억원 초과 → 6억원 초과), 세율구간 신설(공시가격 9억원～20억원, 세율 1% → 1.5%) 등에 기인한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국가 서비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에 대한 반대급부인 것이다. 1년 사이에 2.7배 세금이 는다면, 이는 세금이 아니라 강탈에 가깝다. 세금은 소득에서 내는 것이지, 원본을 훼손하면서까지 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미국의 보유세를 말하지만, 미국의 보유세는 주택을 ‘구입’할 당시의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시세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주택가격 상승이 ‘정책실패’에 기인한 것이라면 국민들은 정책실패의 직접적인 ‘피해가’자 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주택금융(mortgage loan)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기 때문에, 이자비용에 해당하는 만큼 소득공제를 받는다. 처한 상황이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나라 종부세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좋은 정부는 ‘fiscal dividend’(재정배당)를 통해 국민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정부이다. □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세도 고가주택에만 부과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6억 이상 고가주택에 대해서만 양도세가 부과된다. 양도세 중과는 부동산을 통한 초과이익을 환수하고 가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부동산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주택 보유자의 약 91%를 차지하는 실수요자인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강화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는 다시 한번 1가구 다주택, 고가주택 보유자 외 91% 실수요자는 양도세 중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분법적 정책사고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양도세는 양도차익에 대한 자본이득과세이다. 그러면 1가구 1주택의 경우 ‘양도차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물론 회계적인 의미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집을 팔아 현금화했다하더라도, 이 돈을 다시 다른 주택을 사는 데 지출했다면 양도차익을 다시 투자한 것이므로 세액공제해주는 것이 타당하다. □ 부동산 버블은 부동산 정책실패의 산물 현재 강남의 아파트 가격에 버블이 끼어있다는 데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가구소득과 은행융자를 감안한 적정주택구입가격(AP: Affordable Price), 전세가격 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의 지표가 이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면 강남 아파트 가격을 누가 올렸는가? 우선 거래단위가 크고 불확실성이 더욱 큰 주택시장에 투기세력이 과연 존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동질적인 투기세력이라기 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공유하는 이질적인 투자자의 행동이 동조화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강남에서 부동산 투자로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리츠(REITs)같은 간접 부동산투자 상품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이 이상할 뿐이다. 강남 부동산 버블은 정책실패의 산물이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면 집을 줄여가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양도소득세를 집값에 전가(轉嫁)시키는 것이다. 주택거래가 활발할 리 없다. 거래량이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호가(呼價)만 높아지게 된다. 초과수요 상태에서 거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보유세 부담이 힘겨운 사람들이 주택을 팔고 나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놓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양도세를 중과함으로써 퇴로를 차단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이익실현 매물이 있듯이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경제주체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서로 상이하므로, 낮아진 주택가격하에서 새로운 균형이 달성될 수 있다. 주택의 가격을 결정짓는 수요와 공급은 ‘유량 개념’이 아닌 ‘저량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재건축 등을 통해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가격이 기존의 주택가격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셈이 된다. 설령 재건축된 주택가격이 주변 주택가격보다 높다면, 이는 주택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반영한 합리적인 가격일 수 있다. 따라서 강남공급 확대는 ‘투기의 블랙홀’이라는 정책사고는 타당하지 않다. 재개발의 경우를 보자. 재개발은 ‘복부인’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단골메뉴이다. 원래 거주자가 소유한 ‘딱지’를 ‘복부인’ 등 투기자본에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재개발은 어떻게 가능한가? 땅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되지 않았다면 원주민은 자신의 권리를 ‘딱지’ 형태로 팔 수 없었을 것이다. 경제력이 커진 결과 그 혜택이 소외된 계층으로 흘러간 것이다. 따라서 재개발은 원주민에게 직접적인 부(富)의 재분배 채널이 되기도 한다. 물론 복부인의 투기 바람도 드셀 수 있다. 이처럼 현상은 복합적인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주택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투기수요가 우려되면, 재건축과 재개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거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자원을 저효율의 상태로 남게 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는 명분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러나 재건축 이익 환수 실적은 극히 미미할 것이다. 재건축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국지적인 현상이다. 강남 거품은 개인주택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거품이 꺼지더라도 국가경제 전체를 뒤흔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즉 거품붕괴로 인한 금융권의 부실채권 위기와 기업경영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강남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균형 개발을 ‘모토’로 한 무분별한 개발 계획이 지방의 땅 값을 들쑤셔 놓았기 때문이다. 토지는 ‘규제 상품’이기 때문에, 행정중심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이전 등 개발 재료는 토지가격을 끌어 올린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 연한 지역의 토지가격도 일정부분 동반상승하게 된다. 최근 들어 거품 붕괴론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고위관료도 거품 붕괴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뉘앙스는 미묘하다. 참여정부의 일관된 부동산 과세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질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부동산과세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는 강남에서부터 멀리 떨어진 곳부터 오기 쉽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취약한 소득계층부터 고통을 받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종부세를 지방재정이 상대적으로 나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해 줌으로써 이들이 ‘수호천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사고로, 또는 bubble seven 이니 bubble eight이니 하는 사고로는 절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시도하려면, 정책에서 강남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빼내야 한다. 그리고 비(非)강남을 강남 수준으로 개발해 수요를 분산시키고 또한 도시기반시설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강남의 개발 밀도를 높여야 한다. 끝으로 부동산 정책에서 금리가 갖는 역할을 존중해 간접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규율할 필요가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출처 - 월간조선 200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