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을 고칠 수 있는 Hayekian적 처방 - 신일철
	2002-09-27
“한국병”을 고칠 수 있는 Hayekian적 처방 - “인치”에서 “법치”에의 발상전환 - 1. 부패의 근원은 정치권력의 부패, “권력부패”이다. 구사회주의의 유토피아의 환상이 실패로 판명되면서 바람직한 “좋은 사회”에 대한 발상전환이 감행되었다. 나치스 “국가사회주의”의 극우파적이거나 맑스레닌주의적 좌파적인 유토피아가 모두 인간의 자유억압과 중앙권력을 확대․강화시키려는 권력만능의 통치명분을 내건 점에서 하이에크의 이른바 “예종에의 길”이었음이 막대한 인류사회의 희생을 치르고 실증되었다. 지난 20세기 후반부터는 전체론적 유토피아 지향의 사회변혁론이나 “큰정부”형 개혁주의가 만드는 “닫쳐진 사회”의 역(逆)유토피아와는 다른 차원의 “열려진 사회” 자유사회의 이상형으로 “좋은 사회”(good society)의 시민․시장적 이념이 정착되고 있다. 인류사회의 진보는 21세기 민주적 시민사회에서는 자유시민정신의 에토스가 보다 성숙된 사회가 “좋은 사회”이다. 과거 역사나 전통과 단절된 전면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지상난원”을 신설한다고 선전선동해온 개혁주의자들의 “이성의 오만”에는 이른바 “과거 허무주의”가 도사리고 있어 자유사회를 위협한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1917년이후 레닌주의가 저지른 과거 허무주의의 오류는 기존의 모든 부르조아적 유산을 청산한다 해서 민중들이 부르조아지가 만든 것이라 해서 철도를 파괴하려고 한 것이다. Stalin, Marxism and Problems of Linguistics(1950), 1950년 언어학논쟁의 종결에서 언어를 토대도 상부구조도 아니라는 수정주의를 내놓았다. 러시아어는 사회주의적 토대가 생긴 후에도 변동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언어에는 계급성이 없다고 수정했다. 이글에서 1917년후 노동자들이 철도는 부르조아 계급의 산물이라 해서 파괴하려 한 것은 잘못이라고 언급했다. 철도에도 계급성이 없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일부일처제도 사유재산 제도의 유산이라 해서 서로 좋으면 사랑한다고 하는 “붉은 사랑”이 만연했다. 레닌시대 소련의 “붉은 사랑”은 남녀관계는 목마를때 물을 마시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Water-drink-theory”까지 나왔다. 이렇듯 걷잡을 수 없는 관행․전통, 기성가치 파괴의 혼돈에 당황한 레닌은 공산주의에도 도덕이 있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것이 혁명패권, 진보패권의 딜레마이다. 하이에크가 그의 자유사회론에서 특히 시장질서의 기초에 있는 “자생적 질서”의 사상은 결코 보수주의가 아니라 보다 자유롭고 질서있는 경쟁사회의 “룰”을 강조하여 “정의로운 행동룰”(rules of just conduct)을 지키는 사회가 보다 나은 “좋은 사회”라고 해서 자유주의적 유토피아의 패라다임을 재발견한 것이 된다. 고대 로마법이래의 법, 각 문명의 관습법(common law)과 다시 살릴 가치가 있는 고급종교와 도덕규범이 모두 자생적 질서의 유산이다. 부정부패가 없는 정의로운 사회의 유토피아를 표방하고 그 이상향에로 사회변혁이나 개혁을 하겠다는 진보주의의 발상에는 진보적 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보다 큰 정치권력이 요청된다고 믿는다. 이런 개혁주의의 사고에는 하이에크가 가장 경계하는 설계주의적 이성의 교만이 도사리고 있고 진보주의적인 중앙권력의 비대화를 요청하는 가정이 있다. 이런 진보주의 혹은 구사회주의의 사회정의론에는 부패문제에 대한 범주적 오류가 깃들어 있어 부정부패 척결의 구호는 요란스러운 가운데 부패만연의 소지인 권력을 크게 만들어 권력부패를 더 많이 만드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부패”(corruption)는 좌파권력이든 우파권력이든 구별없이 중앙권력의 비대화라는 절대권력에서 절대부패가 생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부패는 그 기본개념이 “정치적 부패”이며 정치권력과 행정관권이 공권력을 남용하는데서 생기는 권력악을 지칭한다. 한마디로 부패는 “권력부패”이다. 이런 권력부패는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의 악순환”의 원흉이지만 부유한 선진국에도 더 큰 부패가 있다. 더욱이 70년 50년간의 구사회주의 중앙지령 경제체제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전폐한 계획경제의 구사회주의 속에는 반드시 암시장, 지하경제가 생겼고 “진보주의” 강권과 같이 기생한 더욱 큰 권력부패가 만연되었다. 그러나 그런 중앙권력의 부패에 대한 비판․견제를 위한 반부패의 힘인 시민사회, 자유언론마저 질식시켜 부패척결의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이다. 따라서 하이에크의 진화적 자유주의의 반부패 처방은 “작은 정부”와 보다 건전한 자유시장의 경쟁게임을 살리는 길이고 행정규제의 권권만능에서 생긴 규제과다를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것이 개혁이라 했다. 하이에크의 “진화적”의 뜻하는 바는 인류의 문명발전과정은 편리하고 정당한 행위의 룰을 자연선택해온 자생적 질서의 진화적 생성의 과정이고 자생적 질서는 “지령없는 질서”이면서도 언어와 같이 “생성된 질서”가 그 기반이다. 그런데 오늘의 자생적 질서는 오늘의 시민사회 속에서 생긴 시민윤리의 자유질서이라 할 수 있다. 반부패의 하이에키안적 처방은 “큰정부”가 위로부터 강권과 행정규제를 많이 “지령”을 강행할수록 그것이 더 큰 부패를 키우게 되고 마침내 “예종의 길”에 결착된다는 충고가 자유주의적 처방이다. “정치적 부패”에 대한 기본적 개념은 브리타니카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정치적 부패(political corrupton), 공사(公私)의 혼동에 의해 공권력이 사적이익을 위해 남용되어 생긴 정치적 부정, 엽관, 증수회, 의옥(疑獄) 등이 그 예이다. 정치권력이 소수자나 특권층에 장악되어 있던 봉건시대나 절대왕정시대에는 정치적 부패는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정치권력이 이념으로서 국민의 동의에 의해 그 정통성을 획득하게 된 근대시민사회에 와서 정치적 부패의 방지를 위한 갖가지 규정이 법령들 속에 나타나고 다소 부패가 억제되었다. 그러나 법적정비가 갖추어진 자본주의 사회이든 사회주의 사회이든 체제의 차이를 불구하고 정치적 부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국민의 부단한 감시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Encyclopedia, Britanica, “정치적 부패” 항목. 이 고전적 정의에서 정치적 부패는 엽관 등의 편파적 낙하산 인사, 권력과 그 주변의 뇌물결탁, 불공정 거래에 기생하는 부패권력 등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중앙권력이 크고 강하면 부패는 불가피하다. 반부패의 “맑고 깨끗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새사회는 근대시민사회이고 특히 실질적 권력을 장악한 집권층에 대한 야당과 국민의 부단한 감시만이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역사적으로 특히 사상사의 관점에서 보면 방만한 왕권이나 강권 등의 강권지배에 대항해서 만든 민선의회, 입헌군주제의 헌법과 시민사회의 성립과 법치주의가 다름이 아닌 근대자유주의 이념의 기반이다. 근대자유주의가 만든 반부패장치는 권력의 분립, 법의 지배, 자유언론이었다. 지난 8월 28일 베를린에서 “투명성 국제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2002년 부패지수가 발표되었다. 이 국제기구는 권력악인 부패없는 “맑고 깨끗한 사회”의 지표를 “투명성”이라 했고 오직(汚職)이나 정치부패가 적은 것을 우리말로 “청념도”(clean score)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Transpareucy”은 “청결도”라고 번역한다. 우리는 이를 “청렴도”라고 의역할 수 있을 것이다. 이 Corruption perception index, CPI에서 1위 등 상위에 속할 때 적어도 20위이상에 드는 나라는 청결도라는 것이 타당하다. 이 TI의 CPI 2002 발표의 첫머리에서 부패의 성격에 대해 “정치적 엘리트와 그들의 연고자들”(political elite and their cronies)과 “부패비지네스언들”이 저지르는 권력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사회에서는 부패는 “정․경․관”의 유착에 의한 불공정 치부요, 이권(利權)정치의 악유산이다. 우리 한국사에서는 왕조사회가 어지럽고 특히 왕권의 말기증상이 짙어질때에는 그 원인을 “탐관오리”에 의한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으례 관용어화 해왔다. 왕권이나 부패관리가 가혹하게 조세를 거두어 들이고 백성들에게 과도한 부역(賦役)의 강제노역 동원 등을 자행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백성을 괴롭히지 않고 선정을 베푸는 “청백리”의 표본이 있었는데 이는 “청렴도”(clean score)가 높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T1의 부패지수 2002에서 한국은 과연 몇위인가. 지난 3년간의 조사결과 세계 102개국중 한국은 40위이다. 이 조사에서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인 핀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싱가폴, 스웨덴 등이 가장 청렴도가 높고 10점 만점에 5점 이하에 속하면 역시 부패국이라 청렴도라기보다 부패지수에서 아직 우리나라는 4.5점이므로 부패국군에 속한다. Transparency International, Corruption Perceptions Index(CPI) 2002, 반부패국민연대 국제투명성 기구 한국본부 보도자료. 인도네시아, 케냐 등 2점이하는 최부패국군에 속한다. 방글라데사가 1,2로 최하위(102위)이다. 그러나 북한과 같이 평가척도가 될 수 있는 3개 이상의 조사자료조차 없으면 CPI의 인덱스에서 마저 제외된다. CPI에서 40위에는 코스타리카, 요르단, 아우리티우스, 한국이 있고 44위에 그리스, 45위에 브라질, 폴란드, 50위에 가나가 위치한다. 중국은 55위, 러시아는 71위, 필립핀 77위, 베트남 85위이다. 작년의 T1, CPI 2001에서는 한국이 42위였다. CPI 부패지수리스트가 그 나라의 청렴도, 부패지수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권력의 정질주의(cronyism)가 심한 나라나 구사회주의권 국가들과 같이 시민사회의 규범이 아직 성숙치 못한 나라들은 모두 청렴도가 낮다. 다만 일본은 정질주의적 기업문화의 본고장이지만 이번 CP1 2002에서는 20위(7.1)이다. IMF 금융위기에 처한 한국 등 아시아제국에 대해 미국 등 서방학계․언론의 집약된 비판은 “정실자본주의”의 폐해라고 했다. 특히 아시아각국에 전파된 일본형 자본주의는 정치자금, 행정규제과다, 담합(談合), 정․경․관 유착, 중앙집권, 비관세장벽 등 거의가 시장경쟁의 관행이 있었고 권력과의 정실적 유착의 뿌리깊은 관행이었다. “한국병”은 그 모형이 일본형 관행의 수용에서 온 것이라는 비판적 반성이 많았다. 정부나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시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중앙지령에만 의존하는 반시장적 관행이 정치적 부패의 온상이었다. 일본에서도 “종신고용, 연공서열, 임금, 기업계열, 규제과다, 담합, 행정지도, 세로의 상의하달식 지령행정, 정․관․경 유착” 등이 서로 결탁해서 만들어낸 佐和隆光, ｢資本主義의 再定義｣(岩波書店, 1995), p.129. 일본적병폐가 깊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화”(和)라는 일본적 집단주의와 “연줄”달성, 편가르기 등의 일본적 경영패턴이 한국병의 모형같이 보였다. 이런 일본적 관행들이 한국에 수용되어 바로 연줄형 집단주의, 정경유착형 정치부패로 더욱 심화되었다. 이런 일본형의 보수가 아시아적 시장회피, 경쟁회피적 관행을 “유교자본주의”로 분장함으로서 시장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시장적 경쟁력을 약화시킨 것이다. 건전한 시장원리의 정착과, 시장경쟁에 열려진 시스템을 만드는 길이 경제거품으로 장기불황을 겪고있는 일본 등의 경제를 다시 살리고 보다 “청렴도” 높은 사회를 만들고 부패를 추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형도 일본형과 동병상련이다. 지난해(2001)에는 91개국중 한국이 42위였으니 지난 3년간 국민의 정부 시기에 국제공인된 청렴도에서 거의 상승이 없다. 올해 1월에 발족된 우리 정부의 부패방지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가 경제수준으로 보면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여와 있으나 부패수준은 40위권의 후진국이다.” 부패위원회, 위원장 인사말(2002. 1. 25). 라고 개탄했다. 국민의 정부하에서 그동안 온 국민이 “개혁피곤증”을 느낄 정도로 개혁주의 소리가 요란했고 “정치개혁”을 고창했다. 그러나 한국이 T1의 부패지수에서 40위권의 부패국에 머물게 한데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나 확실한 것은 권력을 잡은 쪽에서 정치부패가 생기며 그 권력이 더 제왕적이 되면 부패는 더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중 가장 유념할 교훈은 현 정부의 진보주의 정서를 가진 개혁주의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개혁인 집권정부 자신부터 먼저 해야하는 권력부패에 대한 자기구조조정만을 외면해왔고 “작은정부”와 “시장원칙”의 공약마저 저버린 불찰이다. 권력형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중앙권력 주변의 연줄(cronies)에 대한 반부패장치를 먼저 착수해야 했다. 그동안 그런 자기개혁을 너무 소홀히 한 “진보패권” 정치의 업보가 이제 모든 국민앞에 소상하게 판명되었다. 권력이 너무 커서는 안된다는 본뜻은 모든 정치행위와 행정에 대한 투명도(transparency)를 보장해야 하는 뜻이다. 국민의 정부는 “부패위원회”까지 만들었으나 대북정책 등에서 마저도 국민의 동의․공감을 얻으려 하지 않고 국민앞에 투명성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2. 자생적 질서 : 정의의 룰을 준수해야 우리사회를 “맑고 깨끗한 사회”로 성숙시켜 가는데는 정치가들이나 진보주의의 개혁가들이 일시에 전면적 사회개혁이 가능하다는 구호만을 내세우고 대중적인 인기있는 비젼제시방식에 시종했다는 과오를 자기반성하고 차기정부도 이런 인기정치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비전에는 대단히 위험한 사회관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진보주의 사회관은 사회가 인위적 구조물로서 어떤 정파나 개혁가의 청사진에 의해 완전히 “신축”(新築)될 수 있는듯이 망상하는 설계주의적인 이성의 오만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런 설계주의적 사회개혁에는 개혁명분을 내세워 중앙권력의 명령이 강행될 수 있다는 중앙계획, 중앙지령주의가 “진보”의 간판을 내걸고 “바람몰이”에만 열중하면 어느덧 자유민권의 시민사회를 잠식하고 약화․쇠퇴시킨다. 하이에크가 자유시장 경제의 토대로 제시한 사회관은 그런 인위적 조작적인 설계주의의 소산인 “조직”(Taxis)이 아니라 “자생적 질서” 즉 “코스모스”(cosmos)라 했다. 건전한 시장질서인 코스모스에서는 그 최초의 창안자도 설계자의 특권도 상정될 수 없으며 장미빛 “사회정의”의 바람몰이식 미래상에 대한 유토피아 실현을 약속하는데도 겸허한 절제가 있어야 한다. 진보주의적 정서를 가진 개혁주의가 항상 빠지기 쉬운 함정은 개혁의 청사진적 전체사회의 슬러건적 설계를 내놓는데서 연유되는 자기신격화의 교만이다. 그런 교만으로 인해 개혁에 대한 시행 과정에서 정의로운 행위룰을 준수함에 있어서는 상하가 없고 정부도 집권층도 그 일반적 룰이라는 “법의 지배”밑에 자리해야 한다는 법치정신을 외면하는데서 정치적 독선과 부패가 싹튼다. 축구게임에서는 “업사이드” 등 갖가지 룰이 있고 선수들은 이 일반적 룰을 준수하는 가운데서 능란한 경기 등 개인기를 발휘해야 한다. 심판은 이미 일반화 공인된 규칙을 따라 심판하며 그 나름의 유별난 규칙해석을 가하는 변칙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더욱이 그 규칙이 주최국이나 어떤 특수이익의 보호나 보다 진보적 축구발전 방안을 위한 명분을 내건다고 해도 편파적 규칙의 제정 등이 허용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목적추구적 탈규범의 폐해를 경계하면서 하이에크는 정당한 행동의 룰을 “목적독립적”인 룰이라 했다. 특정한 편파적인 결과를 유도하려는 구체적 의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정의로운 행위의 룰을 하에에크는 “추상적 룰”이라 했다. 이는 칸트윤리의 지상명법이 구체적인 결과에 관한 명법이 아닌 것과 같다. 자유주의 사상가 하이에크의 인간관은 “인간은 룰에 따르는 동물이다”(man is a rule-following animal)라고 정의해서 공정한 규칙준수의 rule-following 사상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 일맥 상통한다. 비트겐슈타인은 그의 후기사상인 “언어게임” 이론에서 이상적인 인공언어의 창조적 설계를 포기하고 일상언어(자연언어)가 그 나름대로 완전하고 해서 언어의 본성은 룰을 준수하는(rule-following) 언어의 게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했다. 도덕도 사회도 그 근본에서는 “룰따르기”라는 탁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하이에크는 그의 시장경제의 철학에서 “정의로운 행위의 추상적 룰”은 기회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요, 특정한 결과를 결정할 수는 없다.” Hayek, L. L. L. Vol2, p.126. 여기서 “정의로운 행위의 추상적 룰”은 계약의 준수, 소유권의 안정, 사기, 도둑, 폭행의 금지 등 자생적 질서로 생경된 룰이다. 고 해서 룰이있는 게임인 시장질서에서는 특정한 결과를 미리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 오히려 그 장점이 있다고 간파했다.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그 각종게임은 공정한 룰만이 준수되고 그 결과까지 미리 결정하지 않으며 만일 승부의 예정된 결과까지 만드는 룰이라면 이는 온당한 게임․룰이 아니다. 그런 뜻에서 “결과의 평등”을 정의의 규준으로 하는 맑스주의적 사회관에서는 자유시장 경쟁 게임이 성립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개혁주의의 오만은 자생적 질서의 추상적 룰 즉 불문율이 된 각종 규범이나 관습법, 사법 등의 일반적 룰의 준수에 철저해야 함을 무시하고 탈규범적 특권이나 특혜, 이권을 “진보” 개혁의 미명하에 무엇이든지 감행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온 사회의 기강을 뒤흔들어 버림으로서 자유사회의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온다. 이것이 항용 “진보패권”이 빠지는 또 하나의 권력만능주의이며 권력과 그 언저리, 연줄에서 불공정 자행의 유혹과 빌미가 생겨 부패의 온상을 만든다. 이것이 개혁의 주창자만은 개혁의 대상에서 면책된다는 독선적 착각에서 더 큰 부패가 싹트는 것이다. 모두가 룰을 준수하는데 자기만은 룰밖에 있거나 룰위에 있다는 오만에서 탈규범, 탈법, 편법이 생긴다. 자기는 전지전능하다는 진보주의적 이상이 부패의 근원이다. 이런 착각이 “법의 지배”인 법치를 저버린 “인치”(人治)의 원죄이기도 하다. 인치는 시장적 게임위에 군림하겠다는 탈시장적인 사고에서 생겨난다. 대개 정치부패는 독재적 “인치” 하에서 가장 크게 만연된다. 경제적 시장질서에서는 어떤 권력자나 측근이 그와 결탁된 경제권력과 유착하여 그네들이 바라는 불공정한 결과를 얻기위해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는데서 생긴다. 부패는 게임에서의 규칙위반이오 탈규범이다. 특정한 결과를 개혁명분으로 앞세운 자기의 개혁주의적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의의 룰을 외면한데서 부패가 생긴다. 개혁에 대해 “추상적” 공정한 룰만을 제시하는데 머물러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특정한 구체적인 결과를 결정하려고 한데서 오류를 범한 것이다. 공정하게 룰을 지키는 당사자들 사이의 시장질서에서는 그 승부의 결과가 불확정적이며 그래서 항상 불안하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 게임절차와 그 준수에 하자가 없으면 그 결과에는 패자도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자유시장 사회의 특성에 대해 하이에크는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또는 “거대한 사회”)의 질서에서는 “정의는 우리의 무지와 불확정성에 대한 적응이다.” Hayek, L. L. L., Vol 2, p.127. 라고 강조했다. 동등한 자유를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거대한 사회”에서는 그 복잡성과 불확정성과 자유경쟁 게임의 시스템의 성격상 개인에게는 의도되지 않는 결과가 종종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개인들은 다만 정의로운 행위의 룰을 준수하는데 최선을 다할뿐 그 결과를 자기 의도대로 유도하거나 조작하기 위한 탈규범의 불공정을 자제하고 그런 반칙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어 추상적 룰에 의거해야 하는 필요가 생기는 것은 무지와 불확정성의 결과로 인한 것이다.”라고 했다. 불확정성의 결과 앞에서는 다만 정의의 룰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점에서 결과달성의 목적에서 독립된 게임룰이라고 풀이했다. 현명한 통치자는 무지의 자각으로 겸손한 법이다. 하이에크는 “전지전능한 사람들로 된 사회에서는 정의관념의 여지마저 없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고 언급했다. 그것은 증권시장의 앞날을 정확히 예측하는 특출한 신통력을 가진 예언자가 생긴다면 정의로운 룰은 불필요해지고 마침내, “시장파괴”에 이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거대한 사회”의 질서는 추상적이고 목적 독립적인 룰의 준수에 의해 존립된다고 했다. 이런 룰은 특정한 당파나 이데올로기가 설계하거나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을 성립시킨 “자생적 질서”의 진화의 산물인 일반적 룰을 준수하는 정의실현이고 그것이 “법의 지배”이다. 하이에크는 법제(legislation)나 입법등 실정법과 구별해서 “법의 지배”인 “법치”를 강조했다. 법치의 근본은 구체적 결과의 조성이 아니라 룰이 준수되는 게임에 참가하는 페어플레이인 것이다. Hayek, Law, Legislation and Liberty(Chicago, 1976), p.40. 하이에크가 “위대한 사회”를 생성케 한 “법”의 규범으로 흄(Hume)이 3가지 근본적 자연의 이법이라고 부른 소유의 안정성, 동의에 의한 양도, 약속이행의 법을 포함한 정의로운 행동의 규범체제를 예시한 바 있다. 이 “법”은 현재의 사법체계의 기본인 “계약의 자유, 재산의 불가침, 자기과실에 의한 타자의 손실에 대한 보상의 의무”로 요약된다고 했다. 이 정의의 룰들은 빈부격차나 재분배의 특정한 결과를 만드는 목적에서 독립적인 보다 근본적인 정의로운 게임의 룰일 뿐이다. 이러한 정의로운 행위의 룰등은 재분배적 정의보다 근본적인 차원의 정의관념인 정직, 공정, 불공정행위 금지 등 교환적 정의의 규범이다. “맑고 깨끗한 사회”를 성숙시키는 반부패운동은 정치권력과 관권 등 공권력에 의해 이런 교환적 정의의 규범이 경시되고 유린되며 정․경․관 유착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타락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관인자유주의적 사회관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구사회주의의 당독점이 가장 부패한 독점자본주의요 정실자본주의이기도 하다. 재분배적 정의만을 앞세우는 “사회정의”의 진보 이데올로기가 부패를 번식시키는 권력비대화에 의해 “교환적 정의”의 규범을 자의로 침해,외곡하고 그로인해 “청념도”가 낮은 10점 만점의 5점 이하의 부패지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의관의 관점전환이 요청되게 되었다. 사회정의가 실현된다는 유토피아의 광신과 달리 “더 좋은 사회”로의 점진적 개선의 자유시민질서는 요원한 먼 미래의 이상향의 결과에 대해서는 인간이 무지함으로 다만 복잡성․불확정성을 가진 근대시민사회에서는 경쟁의 룰의 준수에 역점을 두는 자생적 질서를 존중하면서 방만해지는 중앙권력을 최소화해가는 노력에 힘써야하는 법이다. 기업, 경영과 시장경쟁에서 공정한 경쟁의 정도를 지켜나가면 오히려 밀리고, 패망하고 권세의 줄을 잡은자만이 득세하고 성공하는 풍토가 바로 부패가 만연된 권력줄잡기 경쟁의 “정실”주의 풍토이다. 이번 CPI 2002의 청렴도 지수가 세계 102개국중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10위권내의 제5위인 싱가폴(9.3점)이나 제14위인 홍콩(8.2점)은 개발독재의 강력한 정부의 “인치(人治)”에 의해 부패없는 사회를 만들었다기 보다 지도층이 반부패를 솔선수범하여 부패척결의 “법의 지배”의 에토스를 성숙시켰기 때문이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두 나라가 성분법보다 불문율인 “관습법” 존중의 영국적 전통을 이어받은 점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영국의 현대 정치철학자 오크쇼트(Oakeshott)는 권력의 분산과 “법의 지배”에서 자유사회의 가바난스의 정도를 제시했다. “우리(영국)의 경험은 권력행사가 대단히 경제적이고, 따라서 자유의 보호에 아주 적절한 통치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법의 지배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Oakeshotl, M., Rationalism in Potitcs and Other Essays(London, 1962), p.42. 3. “법의 지배”, 정의는 정치나 집단이기주의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재판관에 의해 발견된다. “정의는 그 본질에 있어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이다”(The law is essentilly discovered, not made)라는 명제의 이해가 하이에크의 “법의 지배” 사상을 이해하는 지침이다. “법”, 다시 말해서 정의의 룰은 군왕이나 군사적 패권이나, 입법자의 자의적인 지령이 아니다. 진정한 “법”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견된 것이라 했다. 대단히 진보적인 개혁자나 구사회주의에서 또는 극우적인 전제국가들에서 보는 중앙명령으로 된 법제(legislation)는 하이에크의 “법”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정의의 규범은 오랜세월에 걸쳐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유용한 룰은 준수하게 되고 그와 달리 파괴적인 부적절한 룰을 버리는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서 불문률, 또는 관습법(common law)이 먼저 발견되고 생성되고 입법자는 뒤에 그것을 다만 성문화했다고 보는 것이 하이에크의 자유주의적 법사상이다. Butler, Eamonn : Hayek(Temple Smith, 1983), p.122. 또한 “정의의 룰은 군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사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라는 것이 역시 하이에크의 “자유의 법”사상이다. 하이에크는 법제․입법만능이 아닌 자생적 질서의 법인 “관습법”, 그리고 정치권력의 명령인 “조직의 룰”이 아닌 재판관의 판례를 통해 꾸준히 발견되는 판례의 생성적 축적에서 “법” 특히 “자유의 법”(nomos)을 발견하고져 했다. “법의 지배”인 법치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자유의 법”의 “법” 개념이 분명해져야 한다. 재판관과 판사의 역할은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구체적 결과와는 무관해야 한다. 정의의 룰은 정치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판사의 판례에 의해 발견되고 세련된다. 그럼으로 이런 정의의 룰이 하이에크의 개념에서 “추상적” 규범이라 한 것은 친근하거나 연고가 있거나 한 특정집단의 집단이기주의에 영합하지 않고 그 공평무사성 때문에 서로 다른 다양한 개인들의 목적들 사이에서 질서를 잡을 수 있는 이치이다. 따라서 판사, 재판관의 유일한 역할은 자유사회의 질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고 공정하게 정의의 룰의 준수를 판정하고 명확히 하고 세련시켜 “명판례”를 남기는데 힘쓰는 일이다. “법의 지배”에서는 정치권력이나 정치색깔에서 초연한 판사, 재판관이 “법”을 발견해가는 판례의 축적에서 “명판사” “명법관”들이 나와 “자유의 법”(nomos)의 질서를 유지하고 수호한다. 하이에크는 그의 논문 “경제학과 지식” Hayek, “Economics and Knowledge”, 1937. 등에서 “지식”은 이른바 합리적 지식이기보다는 “현장의 사람”(man on the spot)이 가진 현장적 실천적 지식노하우와 개개인들에 분산되어 소유되어 있는 지식 즉 “암묵지”(tacit knowing)의 우위성을 역설했다. “법”에 있어서도 판례등 재판현장에서 축적되는 재판관들의 판결에서 생기는 자생적 질서와 같은 “법”의 법치를 자유사회의 법으로 재발견한 것이 하이에크의 “법의 지배”의 이념이다. 하이에크는 시장질서에서나 법질서에서 기업가들이나 재판관들이 명판결을 낼 수 있는 “기예(技藝)”의 룰을 존중하는데서 그의 자유인의 법질서를 파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관점에서 반부패의 맑은 사회를 건설하는데서는 백년하청격인 정치가들의 구호보다는 경제법 분야의 절묘한 명판례를 축적해가는 재판관의 경험과 투명도와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우리 사회의 경제법 문화의 발전에 더많은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변호사에는 간혹 식민시대에 “민족변호사” 또는 근래에 “진보적 인권변호사” 등이 있었다. 그러나 판사나 재판관은 “보수주의 판사” “진보주의 판사” 더욱이 “사회주의적 판사”라는 용어는 그 표면이 모순이라고 버틀러는 하이에크의 “법” 사상을 해설했다. Butler, Hayek, p.123. 참다운 판사라면 그 판결의 정치적 결과에는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판사의 직분은 어떤 정치이념이나 집단적 이기주의에 앞서서 정의의 룰의 실현에 힘쓰고 그로 인해 다양한 사상과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들에게 불편부당한 판결에 대한 법적 판결에서 신뢰와 권위를 얻는 것이다. 그런 “법의 지배”의 실현의 주역인 재판관은 집권당이나 반대당의 대립에서도 초연해야 한다. 특히 하이에크는 오늘날 법의 지배인 법치가 “인치”로 탈바꿈하는 추세에 대해 크게 경고하고 “정의의 게임룰 실현”을 위한 자유의 법과 정치과잉에서 생긴 “조직”의 법인 입법, 법제의 혼동을 크게 우려했다. 이렇게 정의의 법의 룰과 행정명령의 구별이 애매해지면 어느덧 정치권력의 전횡에 대한 규제도 힘을 잃게된다는 것이다. 자유시장질서의 활력을 고사시켜 정․경․관 유착의 정실자본주의를 초래하게된 시스템에서는 과잉된 행정규제가 개발독재 시기 뿐만이 아니라 “민주화” 세력의 “진보패권”에서도 별로 시정된 것이 없었다. “법의 지배” 법치국가의 성숙은 어떤 개혁주의의 명분으로도 “정의의 법”위에 군림할 수 없으며 집권권력도 “법의 지배”에 복종해야 한다는 “자유의 법”의 지상명법이 그 권위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하이에크의 “법” 사상의 탁월한 공헌은 정의로운 룰은 “개인”에 관한 사법이 기본이라고 간파한 “자유의 법”의 정신이다. 개인들 사이의 정의의 룰은 주로 자생적 질서에 바탕을 두고 “교환적 정의”의 규범이 주종이며 따라서 법은 공공의 이익, 사회적 정의 등의 명분을 앞세워 개인적 자유, 인간의 개인적 기본권과 그에 따르는 자유사회의 활력있는 질서인 자유시장 질서의 기반을 위축시키거나 붕괴시켜서는 안된다는 그의 자유주의적 철학이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이 바로 “열려진 사회” 자유사회의 존립기반이기 때문이다. 하이에크가 “개인에게만이 정의가 귀속된다.” Hayek, L.L.L. 고 주장한 명제의 참뜻을 이해해야 한다. 설계주의적인 “조직”의 성격을 많이 가진 “사회”에서는 정의도 정의로운 행동의 경쟁의 룰도 무의미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는 원자론적 개인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그는 “사회에 대한 가치”라든가 “사회정의”를 내세워 나치스나 구사회주의의 전체주의가 대두된 전체주의의 사상적 배경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사회”의 공익을 내세우는 경우 그것이 당리당략이나 권력이기주의의 가면임을 간파해야 한다. 하이에크는 자유사회에서 정부가 국민의 최소 생활수준의 하한을 보장한다든가, 자기과실이 아닌 보다 큰 손실에 대한 보상이나 패자부활의 기회 등 적절한 사회안전망에는 결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친 복지국가 지향이나 너무 두터운 안전망을 치는데만 정부가 치중한다면 그것이 중앙권력의 비대화와 경제적 발전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과거 교훈을 상기시키고 있을 뿐이다. 하이에크에 의하면, “사회는 그 구성원이 일정한 추상적 룰을 준수하는데서 생긴 행위의 질서” Hayek, L.L.L, Vol 2, p.95. 라고 본다. 그의 사회질서는 그 모델이 시장질서이며 인간이 사회적 존재로 상호교환하는 질서에서 생성된 공존공생하는 호혜적 시장적 게임룰 준수하는 룰준수의 자생적 관계이다. 중앙지령의 구사회주의에서는 부패척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진보패권”이라고 광신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불공정거래 등의 각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만병통치약은 없고 각 분야마다 제격에 맞는 룰의 준수를 개발하여 사회의 각 분야, 각 지역사회에서 공정한 게임․룰을 정착시켜 가는 시민정신의 성숙에 힘쓰는 일이다. 따라서 자유사회에는 반부패의 힘도 분산되어 있게 마련이다. 하이에크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사회정의”나 그 재분배적 정의의 이념이 “조직된 집단”의 집단이기주의(group selfishness)의 만연을 가져오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하이에크는 대중민주주의가 “민주화” 지상으로 인해 득표에만 전념하는 정치가와 정부로 하여금 강력한 경제적 이해관계로 뭉친 집단이기주의에 영합하고 거기에 휘말려 마침내 정치가 “이권정치”로 타락하는데서 오는 자유질서의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경제적권력의 증대도 그 독점이나 과점 등이 모두 정․경유착에서 생기고 그밖의 노동조합 등 조직된 집단도 역시 집단이기주의로 기울여져 정치가 강력한 집단이기주의간의 “바게인 데모크라시”로 타락하는 것을 미국 등 여러사례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법․법제․자유｣의 제3권 “자유인의 정치질서”에서 자유주의적 가치관의 기초가 없는 민주화 지상이 조성하는 “최대의 위협은 개인적이기주의가 아니라 집단이기주의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이에크가 민주주의는 다만 정권교체의 제도로서 위대한 제도이지만 그것이 닫쳐진 집단이기주의의 만연에 속수무책일때 “위대한 사회” 즉 자유사회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유주의가 그의 기본철학이라고 확신하게된 된 연유이기도 하다. 민주주의의 함정은 다수자의 지지를 확보하려다가 보니 여러 “이익집단의 럭비볼” Hayek, L.L.L., Vol 3, p.9, “The playball of group interests”. 이 되기 십상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되면 집단이기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자유의 영역과 “법의 지배”가 실종된다는 것이다. “많은 서방측 경제는 아직도 활력있는 것으로 해주는 것은 이익단체의 조직화가 아직 부분적이오 불완전한데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만일 그것이 완전한 것이되면 그런 조직화된 이익집단들 사이에 막대한 대립이 생기고 그것이 마침내 완전히 경직된 경제구조를 만들어내게 할 것이다. 그것을 타파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이익집단간의 협정(합의)이 아니라, 어떤 독재권력의 강제력 뿐이다.” Hayek, L.L.L, Vol 3, p.93. 하이에크는 기업집단이나 노동조합이나 수많은 집단이기주의의 격렬한 대립의 파국에 이르면 바이말공화국 말기에 나치스독재가 대두된 전례를 염두에 두고 앞날의 험난한 자유사회의 위기를 예감하고 있는 듯 싶다. 이것이 “조직화된 이익의 권력투쟁”이다. 하이에크가 우려하는 것은 조직화된 집단이기주의의 나누어 먹기에서 소외되는 조직화될 수 없는 시민들-소비자 일반, 납세자, 여성, 노인, 그밖의 집단이기주의로 조직되지 아니한 자유시민들이 손해보고 수탈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위협은 자유시장 질서등 자유주의적 가치의 활력이 질식되어 다시 가난을 나누어먹는 공포정치를 초래하게 되리라는 위기의식이다. 하이에크의 “법의 지배”와 시장질서의 두 범주는 그것이 개인의 자유와 자유시장 질서의 활력을 보장하고 조직화된 집단이기주의간의 혈투로 다시 공포정치의 암흑이 타락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는 자유질서의 2대보루라고 확신했다. 21세기의 새 패라다임은 보수․진보나 좌우익의 구분이 아니라 큰정부냐 작은정부냐의 “권력” 견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시민정신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오늘날 국민의 정부에 와서도 “한국병”은 치유되지 못했다. 오히려 중앙권력의 “측근”(cronies) 부패와 집단이기주의의 기승으로 “한국병”은 도지고 있다. 이에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한다. 1992년 9월 한국을 방문한 영국의 대처 전 총리는 “대처주의에 대하여”란 특강에서 영국병을 고친 처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는 지금까지 고안된 것 중에서 최선인 동시에 가장 인기가 없는 단음절 대답인 ‘노우’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는 과도한 임금인상의 충격으로부터 기업을 돕기위한 방법으로 화폐발행을 증가하는 것을 노우했다. 경쟁력이 떨어진 기업의 폐쇄조치를 중지하도록 개입해달라는 요구를 노우했다. 그럴듯한 이유와 구실로 공적자금을 증가시키거나 정부 차입금을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해 노우했다. 우리는 정부의 역할을 제한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의 고유의 업무에 한해서는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Margaret Thatcher, “On Thatcherism”, The Future of Industrial Democracy(Sept. 3, 1992). 이 강연에서는 그의 정책이 칼포퍼의 ｢자유사회와 그 적들｣과 하이에크의 ｢예종에의 길｣에 제시된 자유주의 철학에 기초했다고 밝혔다. 신일철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한국Hayek society저정심포지움 기조강연 2002.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