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히 유지돼야 할 한미 군사동맹 - 박효종
	2006-05-15
굳건히 유지돼야 할 한미 군사동맹 “북한에 제도적 물질적 지원을 조건없이 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을 둘러싼 혼란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도적·물질적 지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물질적 지원’은 그런 대로 알아들을 만한데, ‘제도적 지원’이란 처음 듣는 말로 생뚱맞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낡은 대결시대의 그릇된 관행과 관습, 제도적 장벽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지다. 노 대통령은 이미 “국가보안법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내자”고 한 바 있다. 그 후 이 발언은 보혁갈등을 크게 심화시켜 그 후유증을 추스르는 데 많은 국가적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미연합훈련에 북한이 불안해할 수 있는 여러 사정이 있다”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 내지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북한은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북침용이라고 강변해 왔다. 또 한국의 좌파단체들도 ‘북침용’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한미합동상륙훈련 장소에서 좌파단체 회원 20명이 기습시위를 벌이면서 내건 피켓에도 ‘북침전쟁 위한 상륙작전 중지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들은 특히 해안으로 들어오는 장갑차의 이동을 막거나 훈련중인 미군을 붙잡는 등 막무가내식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좌파단체의 반미 소동은 일상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포항훈련장에서 난동을 부렸으며, 이번 평택기지 이전 반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을 보면서 한미 군대의 북침이 임박했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또 ‘미국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을까. 한미군사훈련은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대응 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방어훈련이다. 지난 3월 북한이 거부했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에 훈련참관을 제의한 것이 단적인 증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한미동맹의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한미동맹은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6·25 종전 무렵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이 없었던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시장경제의 번영이 어떻게 가능했을 것인가. 이런 관점에서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이 한미동맹의 유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 대해 할 말은 하고 우리의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 북한에 대해 할 말은 하지 않고 북한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에 대해서는 할 말은 하지 못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으니, 폭력적인 평택사태가 두 번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반미 성향의 각종 단체들이 법과 질서를 두려워하지 않는, 만용과 치기의 시위대가 되고 있는 것도 모두 정부가 미국에 대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음을 용케도 감지한 탓이다. 경찰이나 군인들이 폭력적인 시위대에 두들겨 맞으면서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사태는 ‘선진형 인권국가’의 성숙한 모습이 아니라 ‘반미 친북 국가’의 극렬한 모습에 불과하다. 지금 미국적인 모든 것에 반감을 표시하는 근본주의 성향의 좌파 세력에겐 한미동맹을 깨고 미군철수를 관철하고자 하는 집요한 목표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소수다. 언제부터 시위하는 ‘소수’가 말없이 생업에 종사하는 ‘다수’에 대해 겁을 주게 됐는지 한심할 뿐이다. 이제 미국인보다 미국을 더 사랑하는 친미주의자가 아니라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하는 민족주의자 입장에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통일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철폐하기보다 공고히해야 한다”고.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06. 5. 1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