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재단 출범에 기대한다 - 윤창현
	2006-04-27
뉴라이트재단 출범에 기대한다 통계학의 주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가설검정작업이다. 그 과정의 대략은 이렇다. 먼저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주장을 귀무가설로 설정하고 이에 반대되는 주장을 대립가설로 설정한다. 그러고 나서 실험 혹은 조사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귀무가설의 기각 여부를 결정한다. 흥미로운 것은 귀무가설을 기각하려면 상당 부분 확실한 증거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매하거나 적당한 수준의 증거 내지 데이터로는 귀무가설의 기각이 힘들다. 따라서 상반된 주장이 존재할 때 어느 쪽을 귀무가설로 설정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 귀무가설로 채택된 쪽 주장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들이 득세한 역사라는 주장이 귀무가설로 채택된 것은 바로 3년여 전의 어느 날이다. 물론 이는 이른바 집권 민주화 세력이 오랜 세월 계속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기에 나타난 결과였다. 역사는 되돌릴 수가 없기에 실험을 통한 새로운 데이터 제시도 힘들고 가설검정의 결과가 깨끗하게 이론적으로 도출되는 것도 아니다. 통계자료를 찾기도 어렵고 찾아도 국지적이고 제한적인 데이터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역사에서 귀무가설과 대립가설의 지위가 바뀌기는 매우 어렵지만 한번 바뀌면 그 영향은 엄청나다. 2005년도 우리의 국민총생산 규모는 약 7875억달러로 세계 10위가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는 6800여억달러로서 6900여억달러를 기록한 인도에 100억달러 정도 뒤진 상태에서 11위를 기록했는데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불과 1년 사이에 1000억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이제는 우리 위에 9개 정도의 국가밖에 없다. 1조달러 정도의 스페인과 캐나다, 1조5000억달러 근처의 이탈리아와 중국, 2조달러 정도의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일본 미국이다. 1960년 총량규모 약 20억달러 정도였던 것을 상기하면 정말 뿌듯하다. 단순비교로 45년 사이에 약 394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변화는 사실 ‘우리가 주도했다’ 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우리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돌이켜보면 공장을 지을 돈과 기술을 선진국에서 들여왔고 그렇게 열심히 만든 물건을 이웃 나라들에 열심히 팔았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시장을 제공한 미국과 일본같은 나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과정이었다. 우리는 ‘침략과 저항’ 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개발과 협력’ 을 통해 현재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탄생시킨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분단과 독재, 그리고 인권탄압과 부패도 있었다. 치열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기능적 측면이 있었다고 해서 순기능까지 모두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건국을 이룬 할아버지 세대는 분단을 내세워 부정해버리고,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는 독재를 했다고 부정해버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건국과 산업화 덕분에 우리는 지금 선진화라는 화두를 꿈꾸고 있지 않은가. 26일 뉴라이트재단이 출범했다. 주어진 과제는 엄청나다. 무엇보다도 기각시켜야 할 귀무가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모두 과거에는 대립가설이었거나 대립가설 취급도 못 받다가 언제부터인가 귀무가설로 바뀌어 버린 주장들이다. 이제 이 가설들을 기각하려면 엄청난 공력이 필요할 것이다. 새 술을 담으려면 새 부대가 필요하다. 이제 새롭게 출발한 이 재단이 퇴행적·소모적·과거지향적 가설들을 다 기각시켜버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필요한 새 귀무가설들을 생산해냄으로써 선진화의 화두를 이 땅에 실현시키는 데 앞장서게 되기를 기대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바른사회 상임집행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4. 2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