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정당' 거듭날 마지막 기회다 - 박효종
	2006-04-17
'클린정당' 거듭날 마지막 기회다 한나라당이 최근 자기 당 소속 김덕룡·박성범 의원이 지역구 구청장 공천과 관련해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혐의가 사실이라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에 걸친 쓰라린 대선 패배에도 반성하지 못하고 변할 줄 모르는 ‘구태 정당’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때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아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쓴 후 그걸 벗겠다며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공천장사’라니…. 물론 이번 사태는 한나라당의 자기고백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취한 정치적 결단은 분명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대권을 꿈꾸는 정당의 중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공천장사’에 연루될 수 있는가 하는 ‘강심장’의 문제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이번 혐의 외에도 당 ‘클린공천감찰단’에 제보된 비리 의혹만 200여건에 이른다고 하니, 과연 공천장사가 성업 중인 것일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인기가 있고, 일부 지역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한나라당의 지지율, 공천 희망자가 몰린 것이 자기 자신의 실적인지 아니면 참여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었는지 말이다. 물론 착각은 자유다. 그동안 반사이익을 자신의 실적으로 생각하고 의기양양해 왔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헝그리 정신’이 없는 ‘웰빙 정당’이 됐다. 이번에는 그 알량한 공천권을 빌미로 돈을 챙기는 추한 모습이 적발되었으니 ‘장사꾼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도대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일까. ‘메뚜기도 한철’이라며 기회가 있을 때 한몫 챙기고 시치미를 떼겠다는 작정인가. 그들에게는 대권을 잡아 새로운 정치를 한번 펴보겠다는 절박한 마음과 비장한 결심, 원대한 포부와 같은 것들이 없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같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속언에 따라 대선에 망한 것이 2대밖에 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함몰된 것은 아닐까. 대권을 갖지 못한 야당이라고는 하나, 국회의원 정도는 떼놓은 당상이라는 생각, 그것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후보들에게 군림하는 등 적당한 명예와 존경을 누리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유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단순한 공천장사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는 적고 ‘정치꾼’들이 흘러넘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정치가’는 나라와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겠다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정치꾼’은 사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이다. 사익보다 조금 넓으면 가문의 영광이나 지역적 이익이 고작이다. ‘코앞에 진상’이라고 눈앞의 이익이나 가문의 영광을 위해 분주하니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고 결국 ‘속물 정치꾼’이 되는 것이다. ‘정치가’가 공공선의 정치에 영혼을 바치는 사람이라면, ‘정치꾼’은 돈을 위해 정치를 파는 사람이다. 어찌 정치만 팔겠는가. 자신의 영혼까지 파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사활을 걸고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클린정당’이라는 것은 수사적 구호나 일과성 행사로 보여줄 수는 없고, 진정성이 우러나오는 행동을 통해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교수·정치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6. 4. 1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