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풍(風)의 서울시장은 안된다 - 강경근
	2006-04-12
바람 풍(風)의 서울시장은 안된다 5·31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에서도 특히 서울시장 선거가 주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서울시장은 서울이라는 ‘지역’의 ‘장’ 이상으로 대한민국의 축약판인 ‘수도’ 서울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구도에서 누가 당선되느냐는 다가오는 대선의 정치적 시금석이 된다. 그런 점에서 바람직한 서울시장 후보자가 되려면 서울을 그리면서도, 그것이 곧 축약된 대한민국이라 평가될 수 있는 고민이 담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는 각 당의 자세는 한가하다. 꼭짓점 댄스의 원조가 누구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며 국정을 다루는 의사당에서 댄스 연습을 한다. 변용 애국가를 부르느니 마느니 한다. 정책이 아니라 바람 풍(風)으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제 돈 아니라고 헐값으로 담합하여 매각시킨 은행을 불과 몇 해만에 우량기업으로 계산하여 되사오는 데에만 4조5000억원을 쓰게 한 데 머리를 조아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지루박(지터벅)이냐 탱고냐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있었다면 이런 일들은 생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수년 전 조창호 소위가 43년 만에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왔을 때 국가에서 훈장을 주려 하니까 “나는 조국이 이렇게 발전하는 동안 자의든 아니든 조국의 발전에 벽돌 하나 보태지 못한 죄인이다. 그래서 훈장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이 나라를 대하는 군인의 최소한의 자세다. 서울시장 후보자라 해서 다를 바 없다. 시장선거는 그런 것들이 경쟁하는 마당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서울시의 이익을 위해 사적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자, 그런 걸 기득권자라 하는데, 자신은 그런 기득권자가 아니 될 사람임을 서울시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평균적 상식에 따라갈 수 있는 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서울시민들의 일상 생활을 하찮게 여기고 추상적 관념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에 강박적으로 발을 놀리면서 시민들의 진지한 삶을 춤으로 바람으로 희롱할 것이다. 중국집에서 철칙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자장면, 볶음밥, 짬뽕 등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인기 아이템이고 싼 메뉴일수록 주방장이 직접 만들게 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것을 어떻게 대하고 행동하는가를 보는 것이 바람직한 서울시장을 찾는 안전한 길이다. 시장후보자의 정책이나 슬로건이 서울시의 규모에 걸맞은 것이라야 진실하다는 것이다. 국가적 규모에나 걸맞은 목적을 갖다 붙이는 사람이라면 위선적이고 거짓의 시장이 되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순간적 감응(感應)을 대량으로 증폭시키는 감성적 바람 풍은 경계하여야 한다.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정책의 현실적 가능성의 검증을 다음 문제로 미루게 하여 선거로 만들어지는 권력의 정당성을 문젯거리로 남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거가 끝난 후에 후회를 남기지 말고 선거 전에 한 뼘이라도 더 좋은 인물을 선택하는 일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해변의 사금파리를 줍는 사람이 해변을 깨끗하게 하지 사금파리란 무엇인가를 외치는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몰이성적 ‘감정’ 다수, ‘권위’ 다수, ‘절차 하자’ 다수야말로 힘 있는 다수의 힘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명분에 불과한 동시에 힘없는 소수에게는 상대적인 정당성마저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온몸으로 겪어 오지 않았는가.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4. 1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