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에도 한류바람 불어야 - 윤창현
	2006-04-10
자본에도 한류바람 불어야 1999년 7월 부도를 내기 전 대우는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형성시키면서 이를 토대로 부채를 조달하여 마지막으로 투자를 한 후 한 많은 최후를 맞이하였다. 이는 결국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부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자산 규모 6조원 이상의 대기업들은 지분출자를 통한 투자를 할 경우 순자산의 25%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제되었다. 그러나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자본 형성 자체를 규제하면 될 것을 출자총액 자체를 규제함으로써 이 제도는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을 뿐만 아니라 지분인수를 통한 신사업 진출을 초동단계에서 저지함으로써 그 역기능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금산법은 어떤가. 외환위기 전에 도입된 이 제도는 동 제도 위반시 처벌조항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입법이 이루어졌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는 일반 계열사의 지분을 5% 이상 가질 수 없다. 물론 법 조항에는 허가를 받으면 5%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시행령에서 금지되어 있다. 게다가 법이 생기기도 전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뒤늦게 생긴 법으로 규율하려 드는 소급입법의 여지마저 존재하고 있다. 아직도 통과가 안된 이 법안은 금융업의 범위를 보험·증권·카드까지 확대 해석하는 지나친 금산분리 원칙을 구현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은산분리, 곧 은행과 산업의 분리 정도로 해석되는 금산분리 원칙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증권과 산업, 보험과 산업, 심지어 카드와 산업의 분리로까지 확장·해석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에는 대기업 집단의 금융계열사가 소유한 자회사 지분에 대해 특수관계인까지 합쳐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금융계열사 의결권제한 조치도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위 재벌에 대한 마녀 사냥적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그때그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통과된 많은 조치와 법안들이 이제는 그 부작용을 상당부분 드러내고 있다. KT&G 사태가 좋은 예다. 지배구조가 시원찮아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던 논의가 무색하게도 지배구조 최우량 기업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었다. 일단 칼 아이칸 연합군은 이 기업에 사외이사를 한 명 임명함으로써 회사를 요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자산이 많고 경영이 느슨한 이 기업의 주가가 4만원대에 머무르고 있을 때 우리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펀드가 있었다면 먼저 움직여서 이 기업을 정상화시키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일도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 있는 기업들에 대해 손발 다 묶어놓고 움직이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는 해외자본들이나 자유롭게 움직이며 수익을 창출할 수가 있다. 오죽하면 국내 자본 역차별 얘기가 나오겠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에 있는 산업자본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묶어놓고 금융자본화 하는 루트도 봉쇄해 놓은 것도 큰 몫을 했다. 이제 뒤를 돌아보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커져버린 규제들은 정리함으로써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 하에서 심기일전하여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할 때가 왔다. 그 동안 우리가 키운 산업자본들이 금융자본화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나아가 범한류 자본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도록 각종 조치와 지원책을 마련해줄 때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이코노믹리뷰 2006. 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