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글로비스 등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최소 수십억원이 전·현직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단서를 잡은 대검 중수부는 2003∼04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 처음으로 이들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전 투자컨설팅업체 회장 김재록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알선수재’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범죄이다. 정치 또는 금융 브로커가 다리를 놔 돈 있는 기업과 고위 공직자 내지 정치인 사이에 로비 금품을 흐르게 하는 전형적인 공직 부패의 한 모습이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로비 의혹 사건은 특별검사를 통해서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당시 정권의 명운을 갈랐었다. 주식회사 지앤지 대표이사 이용호의 주가 조작·횡령 사건과 이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등의 경우에도 같았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브로커에 의한 로비 자금에 관련된 사안이었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일어났던 대통령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든지 SK그룹의 정치권 불법자금 제공 의혹 사건 등도 그 구조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보다 ‘김재록게이트’라 부를 만한 이번 정·관계 로비 사건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지난 정권의 막바지가 이런 유의 게이트로 시작해 마감했다는 점에 있다. 자칫 내년 대선 정국을 사실상 앞당기게 해 대통령 임기의 레임덕을 가시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시기 유사한 로비 의혹 사건이 특검을 거쳤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김씨를 통해 전달된 로비자금의 흐름을 추적, 불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와 대가성 로비자금과 같은 검은돈에 연루된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의심 없이 밝혀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을 금융기관 대출 비리와 부실기업 인수·합병 과정의 청탁 비리라고 한 대검 중수부로서는 당시 기업 인수와 부적절한 대출에 관련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건축 인허가 등에 관련된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그리고 참여정부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해 온 인물들은 물론, 로비 대상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들을 엄정하게 수사해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표적 수사 등의 정치적 왜곡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다만 경제적으로도 외환은행 매각 결정으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부(國富)가 유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게이트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만은 줄여야 한다.
우리의 현안인 양극화는 사실 이런 브로커와 그를 둘러싼 기업인 내지 고위 공직자들의 ‘금융게이트’ 때문이다. 나라살림을 자기 뒷주머니 돈만큼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런 인물들 때문에 국부가 쉽게 거덜나 우리가 선진화의 문턱에서 좌절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사는 비정상적인 구조조정과 왜곡된 정책 결정이 없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이제 기업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스스로를 정법(正法)의 길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정치인만 탓할 게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글로비스 등이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 중 최소 수십억원이 전·현직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단서를 잡은 대검 중수부는 2003∼04년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 처음으로 이들 대기업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전 투자컨설팅업체 회장 김재록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알선수재’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는 범죄이다. 정치 또는 금융 브로커가 다리를 놔 돈 있는 기업과 고위 공직자 내지 정치인 사이에 로비 금품을 흐르게 하는 전형적인 공직 부패의 한 모습이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로비 의혹 사건은 특별검사를 통해서도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당시 정권의 명운을 갈랐었다. 주식회사 지앤지 대표이사 이용호의 주가 조작·횡령 사건과 이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등의 경우에도 같았다. 남북 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도 기본적으로는 브로커에 의한 로비 자금에 관련된 사안이었다.
노무현 정부 초기에 일어났던 대통령 측근 최도술·이광재·양길승 관련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든지 SK그룹의 정치권 불법자금 제공 의혹 사건 등도 그 구조는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보다 ‘김재록게이트’라 부를 만한 이번 정·관계 로비 사건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지난 정권의 막바지가 이런 유의 게이트로 시작해 마감했다는 점에 있다. 자칫 내년 대선 정국을 사실상 앞당기게 해 대통령 임기의 레임덕을 가시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시기 유사한 로비 의혹 사건이 특검을 거쳤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김씨를 통해 전달된 로비자금의 흐름을 추적, 불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와 대가성 로비자금과 같은 검은돈에 연루된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의심 없이 밝혀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둬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을 금융기관 대출 비리와 부실기업 인수·합병 과정의 청탁 비리라고 한 대검 중수부로서는 당시 기업 인수와 부적절한 대출에 관련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건축 인허가 등에 관련된 건설교통부와 서울시 그리고 참여정부에서도 영향력을 유지해 온 인물들은 물론, 로비 대상이 됐던 것으로 알려진 국회의원들을 엄정하게 수사해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표적 수사 등의 정치적 왜곡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다만 경제적으로도 외환은행 매각 결정으로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부(國富)가 유출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게이트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만은 줄여야 한다.
우리의 현안인 양극화는 사실 이런 브로커와 그를 둘러싼 기업인 내지 고위 공직자들의 ‘금융게이트’ 때문이다. 나라살림을 자기 뒷주머니 돈만큼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런 인물들 때문에 국부가 쉽게 거덜나 우리가 선진화의 문턱에서 좌절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 수사는 비정상적인 구조조정과 왜곡된 정책 결정이 없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이제 기업도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스스로를 정법(正法)의 길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정치인만 탓할 게 아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교수·헌법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3. 2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