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를 정치상품화하려는가 - 조동근
	2006-03-23
양극화를 정치상품화하려는가 우리 사회의 화두는 양극화 해소이다. 우리 경제의 안정적 지속성장을 위해 양극화 문제는 완화돼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엇보다 양극화에 대한 좌파적 문제 설정과 양극화의 정치상품화로 양극화 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양극화특별팀이 기획한 “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 시리즈의 글들은 참여정부가 양극화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수의 승자’만 존재하고 ‘다수의 패자’는 존재할 수 없는 ‘카지노 경제’로 한국경제가 묘사되고 있다. 약육강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밀림에서 강자는 배가 부르면 더 이상 사냥을 하지 않지만, 승자독식의 카지노 경제에서 강자의 탐욕은 끝이 없기 때문에 아프리카 밀림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강자의 탐욕이 양극화의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에 따르면, 내 이웃이 잘살기 때문에 내가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억측도 가능해진다. 좌파적 문제 설정의 핵심은 대립구도를 부각시켜 ‘부의 이전’을 쉽게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조세제도를 개혁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책 사고도 같은 맥락이다. 건전한 상식에 비춰 볼 때, 참여정부 들어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진 것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제성장률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수출은 유례없는 호조를 보였지만 투자와 소비를 포함한 내수가 극도로 부진해 경기침체가 길어진 것이다. 이처럼 수출 실적이 설비투자와 소비 확산으로 연결되지 않아 고용과 소득 면에서 상당한 ‘기회손실’이 발생했고, 이같은 손실을 저소득층이 주로 부담해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또한, 양극화는 ‘이분법적’ 정책 접근으로, 양극화 강조는 정치적 대립구도를 만드는 셈이 된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을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빈곤층 배려에 두고, 그들의 ‘사회적 이동’을 도와야 한다. 최근 여당의 실업계 고교 일일교사 체험은 양극화를 정치상품화한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일일교사 체험을 통해 교육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 잘 만난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기회가 많고, 부모 잘못 만난 아이들은 계속 못살게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일일교사를 하겠다는 것인가. 전국의 실업계 고교생이 50만명, 학부모가 100만명인데 못사는 집 아이,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여당의 할 일이라는 발언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들이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고 예단할 이유는 없다. 양극화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정치상품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일 국세청은 고소득 전문직 및 자영업자 422명에 대해 표본 세무조사를 실시해 1094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조사 대상자는 지난 2년간의 소득 가운데 57%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탈세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곁들여졌다. 국세청은 ‘탈세 정황’이 포착된 고소득 자영업자를 표본집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탈루소득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탈세는 불법이기 때문에, 불법이 양극화를 불러온다는 것은 이미 경제논리라 할 수 없다. 고소득층의 반사회적 행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려면 중산층을 복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작은 정부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민간부문의 활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일자리 창출만이 중산층을 살찌울 수 있다. 따라서 성숙단계에 접어든 서구 복지국가의 재정 운영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이들 국가는 복지부문 과잉에 따른 재정의 경직성 때문에 경제가 활력을 잃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정권교체의 진통을 겪으며 ‘우측’으로 돌아서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3. 2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