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가면 기업을 받드는 盧대통령 - 최창규
	2006-03-13
해외 나가면 기업을 받드는 盧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3개국 공식 순방을 마치고 14일 귀국한다. 노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카이로에서 한국과 이집트의 기업인들을 만났을 때 “경제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며 한국의 기업인과 경영자들은 그 누구보다도 훨씬 더 도전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밤 나이지리아 아부자호텔에서 현지 동포 대표를 접견했을 때는 인사말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업하는 상징이 광고판으로, ‘우리 국력이 여기까지 와 있구나’ 생각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알제리 수도 알제에 도착한 뒤 영빈관에서 가진 압델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과의 환담에서도 노 대통령은 “해외에 나와 보면 우리 기업들의 일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정부가 하려고 계획했던 것들을 이미 기업이 한 발 앞서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우리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이 이번 순방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말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에도 “우리 경제를 성장시켜온 것은 우리 기업의 애국심”이라고 했다. 이후 해외 순방 때마다 국내 기업들을 칭찬해왔다. 그리하여 그때마다 항상 정부의 기업 관련 정책 변화를 기대하곤 했다가 실망한 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국내에서 대통령은 항상 기업 편을 들 것인가, 아니면 근로자 편을 들 것인가 하는 양자택일 상황에서 기업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외국을 나가보면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즉, 이미 우리 기업들의 경쟁 상대는 국내 다른 기업들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른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더 잘되면 좋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나라의 경쟁 기업이 유리하게 되고,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국내에서의 정치논리로 보면 기업을 비판하는 것이 대중의 인기에 편승하기에는 쉬울 것이다. 그리하여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등을 민영화할 때에도 우리나라 기업들에 주기보다는 차라리 외국인에게 넘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 결과 민영화된 공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들어 외국 투기꾼들의 장난에 놀아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만한 여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은 각종 규제로 무력화시켜 놓고 있다. 이번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계기로 지금이라도 각 정부 부처는 국민의 막연한 반기업 정서에 편승하여 기업의 손발을 필요 이상으로 묶어놓고 있는 각종 규제의 대폭 완화 내지는 폐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별로 크지도 않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동을 단순히 국내에서의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대상에 선정하여 필요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위헌 소지가 있는 소급입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도, 차제에 과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획일적으로 분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인가 하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이러한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외국 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밖에도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몰고 가게 될 잘못된 입법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유연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과도한 기업 규제를 풀어 줌으로써 외국 투기꾼들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나아가서는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분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3.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