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해야할 금융·산업 분리 원칙 - 윤창현
	2006-02-17
재검토해야할 금융·산업 분리 원칙 최근 금감위원장의 발언과 국회 공청회를 계기로 금융·산업 분 리에 관한 논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막바지 진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금산법은 금융회사의 합병 및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법이었다. 그런데 이 법에 금융회사가 보유하는 계열사 지분을 5%로 제한하 는 조항이 1997년에 삽입됐고 이 조항이 지금에 와서 논란을 유 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카드 가 보유한 에버랜드의 지분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 취득은 이 법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에 이뤄졌고 취득 가격도 매우 낮아 서 막대한 평가차익을 내고 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취 득은 중앙일보와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공정위의 허락을 받아 이 뤄졌 는데 취득 당시에는 처벌 조항이 없었다. 이 법은 법 제정을 하면서 처벌 조항도 안 만들어 놓았고, 법 조 항에서는 승인 후 보유 가능으로 해놓고 하위 규정에서 이를 금 지하는 등 입법 기술상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더욱 근본적 인 문제는 우리의 경우 금융의 범주를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 려울 정도로 엄격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철저하다는 미국에서조차 ‘금’은 은행을 의 미한다. 금산분리가 곧 ‘은산분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금’의 범주에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및 카 드회사까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금산분리는 ‘은산분리’에 다 ‘증산분리’ ‘보산분리’ ‘카산분리’까지 포함한 초강력 울트라 슈퍼 규제 장치인 것이다. 미국의 GE는 비은행 금융기관인 GE캐피털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GE캐피털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지에서 직접 은행을 경영하 고 있다. 영국은 유통산업(세인스베리, 테스코 등)에 인터넷 뱅 킹을 중심으로 은행업이 허용되고 있고 이들 기업에서는 금융업 이 주요한 경쟁력 기반이 되고 있다. 또, 일본의 소니는 사쿠라 은행 등과의 제휴에 따라 인터넷 전업은행인 소니은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은행은 예금, 대출, 자금결제 등의 업무까지 하고 있 다. 전 세계적으로 금산분리의 원칙은 퇴조하는 분위기이다. 미 국에서도 금융현대화법이 통과되면서 이 원칙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더구나 카드업을 금융에 포함시키는 나라는 거의 없다. 외환 위기 이후 국내 금융 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금융감독의 수준이 상당히 제고됐다. 또한, 은행의 사금고화 운 운하는 논리가 이제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부채 비율은 엄청나게 줄었고 필요한 자금은 채권시장을 통해 조달하면 된다. 은행 문을 두드릴 일이 확 줄어든 것이다. 이같이 많은 변화에도, 외환위기 이전 부처간 영역 다툼의 결과 얼떨결에(?) 삽입된 법조문 하나가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돼 있 고 국내 기업들은 이에 발목이 잡혀 있다. 반면 미국의 뉴브리지 캐피털은 최근까지 하나로텔레콤과 제일은행을 동시에 소유한 바 있고, 론스타는 지금도 극동건설과 외환은행을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국내 산업자본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외환은행, 엘지카드, 우리금융 등 굵직굵 직한 회사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다. 이들 모두 금융회사다. 이들을 누가 인수하여 경영하느냐에 따라 우 리 금융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정도로 매우 중요한 M&A 사례가 될 것이다. 이들마저 외국자본에게 넘길 것인가. 국내자본과 외국 자본 간 경쟁에서 최소한 역차별 없는 평등한 게임이 진행돼야 하 는 게 아닌가. 외국자본에 거의 넘어간 국내 은행산업을 보면 마 음이 착잡하다. 금산분리는 이제 재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06. 2. 1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