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절상' 시장개입 신중해야 - 최창규
	2006-02-15
'원화절상' 시장개입 신중해야 금년 들어 원화의 나홀로 강세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 2월10일 기준으로 금년 들어서만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약 4.5% 정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위안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약 0.18%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엔화가치는 달러화에 비해 오히려 약 0.8% 하락했다. 이에따라 원화는 미국달러화뿐 아니라 위안화나 엔화에 비해 상당한 강세를 보이게 됐다. 원화의 급격한 나홀로 강세는 무엇보다도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수출품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수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미국 일본 중국에 대한 수출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제3국 시장에서 일본 및 중국수출품과의 경쟁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미국 GDP의 7%에 달하는 약 8000억달러 정도를 기록했다. 미국으로서는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는 큰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상당부분이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우리나라 원화가 더 큰 폭으로 절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국제경제연구소는 달러화에 대해 한국 원화보다는 오히려 중국의 위안화나 일본의 엔화가 보다 더 강세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화의 나홀로 강세 배경에는 외국인들의 우리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수년간 누적돼온 외환당국의 과도한 외환매입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측면도 있다. 아울러 외환당국의 대응에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외환시장에 쏠림 현상이 있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라는 발언 못지않게 '환율은 시장원리에 맡기겠다'는 표현 또한 시장참가자에게 당국이 원치 않는 신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맞지만 단기에 급격한 움직임이 있을 경우 외환당국은 적절히 개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원화절상이 일차적으로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수입상품가격을 낮춰 투자나 내수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출기업들의 외환당국에 대한 지나친 시장개입요구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먼저 기업차원에서의 환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원화절상은 특히 우리나라 기업경영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원화의 강세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며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일수록 그 충격은 크게 마련이다. 이러한 외부적인 충격이 있을 경우 기업 내부적으로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과제이다. 중장기적으로 정부 및 민간의 연구개발비를 획기적으로 증대해 수출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원화절상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원화절상의 고통을 이해 관계자 어느 일방에게만 지우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위기상황에서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 양보하면서 타협하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경직적인 노동시장을 가지고 있었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까지도 노동시장을 유연화해 나가는 것이 세계적 추세다. 이와 반대로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을 극단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정말 노동자의 파업이 아니라 이제는 기업의 파업이 점차 본격화되는 지경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마저 든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06. 2. 1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