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스트라이크'를 말하는 고충 - 류동길
	2006-02-13
기업이 '스트라이크'를 말하는 고충 “기업도 스트라이크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서 노동계만 편들고 노조는 파업을 공언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기업들이 공장문을 닫고 한국을 떠나는, 말없는 스트라이크를 벌일 것이라며 이수영 경총 회장이 한 말이다. 지난해 국내 자본의 해외 직접투자는 총 4472건에 90억4000만달러로 2004년보다 건수로 13.9%, 금액으로 12.2% 늘었다.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야단인데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떠나고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는 부진하다. 기업의 스트라이크 관련 발언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며 “기업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동포들의 삶은 어떠해도 괜찮다는 것이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기업은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값싸게 공급해서 이익을 내려는 조직이지, 손해를 보면서도 애국심으로 활동하는 조직은 아니다. 기업을 국내에 붙들어 두고 싶으면, 또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싶으면 그럴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건 정부의 몫이지 기업을 탓할 일이 아니다. 올 들어 너도나도 양극화를 들먹인다. 양극화 논의는 이분법적 사고를 유발하게 되고 편가르기로 이어진다. 편을 가르면 선거에서 어느 쪽이 유리할 수 있을 법하다. 그래서 올해의 지방선거, 내년의 대선에서 정권이 정략적으로 양극화를 쟁점화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양극화든 빈부격차든 이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의 열쇠는 기업투자 활성화다. 기업의 발목을 묶거나 기업을 해외로 내몰면서 세금을 더 거둬, 돈을 더 풀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건 옳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군 병력을 30만~40만명 수준으로 줄여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까지 나오는 건 한심하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래 공무원 숫자만 2만3000여명 늘었고 각종 위원회를 신설, 위원회공화국을 만드는가 하면, 장·차관급도 22명이나 늘었다. 그런데도 공무원을 더 늘리겠단다. 노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공공서비스 종사자는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며, ‘작은 정부’만 주장할 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대국민 서비스 품질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 추세와는 다른 시대착오적인 큰 정부 지향 정책이다. 정부가 초능력을 보여주고 일자리 만드는 주체가 되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원칙에 충실했던 김대환 전 노동장관은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동정책을 펴야 하며, 노조만 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조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임 이상수 노동장관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화와 타협은 그럴 듯한 말이다. 대화는 해야 하고 타협하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원칙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일찍이 “노동운동이 설사 불법이라도 폭력적이지 않으면 사회적 세력의 균형화 차원에서 용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법과 원칙을 어기는 것쯤은 예삿일이 돼왔던 게 아닌가. 독일은 이른바 ‘독일병’을 고치고자 국민복지 혜택을 줄여서라도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개혁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노조가 앞장서 임금 인상 없이 노동시간을 늘리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임금이 싼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길 것이라는 걸 노조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자리가 없다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이와 엇갈리는 행동을 하며 세월을 보낸다. 노조 파업에 이어 기업이 스트라이크하겠다고 맞서고, 정치권은 선거와 표만 의식해서 행동하고 경제정책은 갈팡질팡하면 기업도 노동자도 나라 경제도 거덜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경제가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하란 말인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2.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