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의 착각 - 김태기
	2006-02-13
전국공무원노조의 착각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공무원노조법을 무시하고 법외노조로 남아 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전공노는 단체행동권 보장과 노조 가입 자격 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총파업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옹호하는 정당을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에도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전공노 행동은 불법이다. 정부는 불법 파업에 참여하는 공무원을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징계 절차를 밟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벌칙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전공노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 줄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법을 앞세우고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폭넓게 깔려 있다. 전공노가 일반인의 상식에 어긋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직접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전공노를 움직이는 임원들이 불법적인 노조활동 등으로 파면된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전공노의 임원들은 단체행동권과 노조 가입 자격 제한을 폐지해야 자신의 불법적인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고 노조활동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공노에 가입한 공무원들은 전공노 임원의 ‘희생적’ 행동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노조가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지만 급여 등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강성 집행부를 선출해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전공노에 가입한 공무원 조합원들은 만일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전공노의 과격한 행동에 항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전공노의 불법적인 활동으로 조금이라도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그러한 생각은 지금이라도 버려야 할 것이다. 전공노의 불법적인 행동은 공무원 노조의 설 땅을 좁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공노의 공무원들은 우리나라 헌법이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할 것인가는 국민의 뜻에 달려 있다. 사실 공무원노조에 대해서 대다수의 사람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공무원은 안정된 급여 수준과 ‘철밥통’이라고 할 만큼 신분보장을 누리고 있는 마당에 노조활동까지 본격화한다면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은 늘어나고 행정서비스 질은 떨어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완전 보장은 무리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까지 법으로 보장하는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선진국에 비해 신분보장이 강화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선진국은 공무원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완화하고 평가를 강화함으로써 공무원의 자질을 높이고 이를 통해서 정부의 예산과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앞다투어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노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단호해야 하고 동시에 노조와의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도 키워야 한다. 공공복리나 국민에 대한 봉사 등을 내세우면서 노조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또한 정부는 공무원들이 전공노에 대거 가입하게 된 원인을 자기 반성 차원에서 이해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대화가 단절되고 권위주의가 횡행하였으며, 최근에는 코드인사 등 정실인사 문제까지 불거진 것도 공무원을 자극하게 된 원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무원의 인사시스템, 조직의 운영 방식, 고충처리뿐 아니라 기관장의 리더십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노동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6. 2. 1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