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너무 낙관해서는 곤란하다 - 안재욱
	2006-01-06
경제 너무 낙관해서는 곤란하다 새해 첫날부터 주가가 오르더니 5일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400에 육박했다. 연중 1500~1600도 가능하단다. 올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는 참여정부 들어서서 해마다 내놓았던 전망치였다. 그러나 매번 빗나갔다. 이번에야말로 정부가 말하는 대로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가 성장했으면 좋겠다. 정부가 기대하는 대로 경제가 적어도 5% 정도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수가 회복되고 수출 증가세가 이어져야 한다. 지금 약간의 소비 증가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한 점에서 낙관적이다. 그러나 이 소비 증가 조짐이 착시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 실질소득을 나타내는 GNI가 거의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증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 증가 조짐을 보이는 것은 지난 2년 동안 마이너스 소비 증가에 따른 수치상의 모습일 수도 있다. 게다가 새해 벽두부터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 등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소비 회복이 제대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그리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올해도 기업의 투자는 기업 환경에 비춰볼 때 노후된 기계, 설비 또는 장비를 대체하는 정도에서 이뤄질 것 같다. 신규 투자는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본격적으로 내수가 회복될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연초부터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예상하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지 또한 미지수다. 물론 어떤 일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태도보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로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의존하기보다는 사태를 냉철하게 판단,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우리의 목표는 경제성장률과 같은 통계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다. 통계치에 연연하게 되면 우리는 경제 현상을 파악하는 데 엄청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의 경제가 실제보다 훨씬 과장됐고, 동독의 경제 수준이 서독의 절반이라고 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실물이지 통계치가 아니다. 진정한 경제 성장은 민간투자를 통해서 이뤄진다. 따라서 정부가 진정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으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일자리도 창출되고 그에 따라 고용도 증가하며 국민들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어 소비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환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약화된다고 하더라도 수출이 증가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이러한 신시장과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이다. 따라서 대기업들의 투자를 막고 있는 출자총액 제한, 수도권 공장설립 제한과 같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하고 외국기업이 보다 쉽게 국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 이러한 경제 성장이 지속되게 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보장과 작은 정부이다. 그러므로 이 점을 중시하여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사학법 등과 같은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법들을 폐지하고, 점점 커져 가는 정부를 축소하여 많은 일을 민간에 맡겨야 할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6. 1. 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