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소지 사학법 강행처리 안 된다 - 강경근
	2005-12-08
위헌 소지 사학법 강행처리 안 된다 국회는 입법부다. 그래서 특히 헌법에서 금하지 않는 한 법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입법 형성권이다. 하지만 무제한 재량의 권한은 아니다. 법치국가 원칙에 따라 위헌 법률은 제정할 수 없으며 혹시 제정됐더라도 헌법재판소에 의해 효력이 상실된다. 나아가 국회 입법은 국민의 합의를 충분히 수렴한 바탕 위에 이뤄져야 한다. 더디고 고통스럽더라도 관계되는 사람들의 이익의 형량 관계를 도외시한다면 절차적으로도 법이 되기 어렵다. 법은 그것이 적용되는 사람들의 승복이 있을 때 진정한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세계 어느 국가 못지않게 입헌주의 국가의 틀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그렇지 못하다. 개정안을 두고 지금까지 첨예하게 대립되는 의견의 줄다리기 속에서 균형 감각을 유지해 온 국회의장이 여야 간 마지막 타협을 촉구하며 처리 시한을 9일로 못 박은 '사립학교법 개정 관련 조정안'을 냈기 때문이다. 국회의장이 이러한 조정안을 낼 때 그 조정안은 헌법에 합치되고 적어도 관계되는 사람들의 묵시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의 소위 4대 입법 중 이미 통과된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등은 위헌심판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또 과거사법 실현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지(不可知)의 첫발로 사회 시선을 현재와 미래와의 소통이 부족한 과거로 돌리게 하고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 역시 위헌의 지적이 있어 왔고 아직도 그 논란은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아닌 사회 영역에 있는 사학법인의 학교 운영과 건학이념의 자율성을 훼손함으로써 이를 국립이나 공립에 준하는 영역으로 편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가 많았던 교사회.학부모회.교수회.학생회.직원회의 법제화를 이번에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은 시의에 맞는 일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의 핵심이 되는 개방형 이사 제도를 전면 도입하되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이사 정수의 일정 비율을 '2배 수 추천'하도록 하는 것은 수정안이 아니라 그동안 주장돼 온 한쪽 입장의 핵심을 그대로 수용한 안건에 불과하다. '개방형' 이사 제도는 말 그대로라면 이미 사립학교의 학교법인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되는 이유는 교육 현장에서 이미 기득권적 힘을 가지고 있는 특정단체 구성원이 학교법인의 의사에 반해 학교운영권을 나눠 행사할 수 있게 하는 통로로 작용할 '사회주의적 개방형' 이사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정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학교 구성원의 추천에 의한 이사 선임을 제도화해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이는 사학의 창학정신 유지 및 계승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학교법인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과잉의 위헌 입법이다. 이미 열린우리당은 2004년도 정기국회시에도 개방형 이사 제도 한 가지만 수용하면 나머지 사립학교법 개정 내용은 철회할 수 있음을 사학 측에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국회의장의 타협을 위한 수정안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진정한 의미의 사학의 자율성은 법인.학교 회계의 분리 강제 폐지, 임시 이사 제도의 폐지, 임원 승인 및 취소 제도 폐지 등 규제 완화가 오히려 그 핵심을 이뤄야 한다. 그렇지 아니한 사학법 개정은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자유권적 기본권을 지니고 있는 사학의 자유를 보호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헌법 원리로 수호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에 위배되는 것이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헌법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5. 12.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