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평화-反평화' 양극화 - 김진현
	2005-12-02
세계의 '평화-反평화' 양극화 세계평화포럼이 1일 발표한 ‘세계평화지수 2005’에 따르면 한국의 평화상태는 세계 76개 조사가능국가 중 46위로 전년의 43위에서 조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3년의 53위에 비하면 개선된 셈이기도 하다. 중국, 일본도 모두 약간 나빠진 것은 한·중·일 3국간의 외교관계 악화와 자연 및 환경재해 증가 때문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51위, 영국 52위, 중국 61위, 러시아 68위에 비교하면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수란 객관적 통계를 기초로 계산한 것이어서 각 국민 스스로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평화의 정도나 계량 불가능한 평화의 잠재 역량과는 다르다 하겠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평화구조의 양극화 현상이다. ‘세계평화지수2005’와 세계평화포럼의 지난 4년간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과 스위스 등 유럽 국가의 평화는 정치·군사외교·사회경제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안정돼 가는데, 사하라사막 주변 아프리카 제국과 아랍국가들의 평화상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도에 따라 다소의 기복이 있다 해도 정치가 민주화되고 소득이 높은 나라에서는 군사·외교적으로 일시적 후퇴가 있어도 복원력이 강하다. 그러나 민주정치가 제도화되지 못한 저소득 국가들은 한번 평화가 깨지면 여간해서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중위 소득국가와 하위 소득국가 간의 평화상태 격차마저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세계 190개 가까운 국가 중 통계획득이 가능한 76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객관적이고 비교가능한 통계가 부족한 나머지 나라의 평화는 조사 가능한 76개국 중 최하위 국가인 파키스탄, 시리아보다도 못하다. 북한, 미얀마,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같은 나라, 즉 ‘실패한 국가’들이다. 이 ‘실패한 국가’들을 ‘세계평화지수’ 76위에 준거하여 통계처리한다고 가정하면 세계의 ‘평화와 반(反)평화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세계평화지수연구에 따르면 민주화되고 소득이 높고 법치가 정비된 나라일수록, 그리고 그런 나라가 모여 있는 지역일수록 평화가 높기 때문에 저(低)평화 반평화 국가들의 평화를 올리려면 민주정치·경제성장·법치사회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9·11테러와 이라크전쟁에서 보듯 아무리 물리력이 강한 미국이라도 혼자서는 평화를 만들지 못한다. 더구나 사하라 사막 주변 아프리카 제국과 아랍 국가들 그리고 ‘실패한 국가’들의 평화상태를 개선하는 것은 그들 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만 한다. 그야말로 세계통치, 지구사회, 지구촌 관리(global governance)의 획기적 개선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경제와 통신의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세계화 본적지라는 미국조차 최근 ‘퓨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안으로 고립화·종교화해 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일본, 중국의 정치는 더욱 폐쇄, 애국주의와 인종주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거대한 혁명을 예고하는 갈등이다. 누가 ‘역사의 종언’이라 했는가. 누가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 했는가. 누가 신이 죽었다 했는가. 세계질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의 정치와 문화와 이들의 경제와 기술 간의 간극을 과연 메울 수 있을까. 과연 최근 영국이 주도하여 ‘밀레니엄 목표’라는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아프리카 최빈국 빚탕감정책이 차원을 높여 평화의 자생력 향상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쓰나미·태풍·지진·지구온난화·생물생태계 변화 등 평화를 넘어 생존의 과제가 더 긴급해지고 있다. 지구촌적 생존과 평화, 지구촌적 사고와 제도, 지구촌적 인간과 지도자들의 출현이 시급하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前 서울시립대 총장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문화일보 2005. 12.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