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거부 명분 없다 - 남승희
	2005-11-08
교원평가 거부 명분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욕설을 가르치던가? 그런데 학교에서 교사가 욕설이 가득한 교재로 수업을 하겠다고 해도 별 도리가 없는 세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가 계기수업의 자료로 활용하겠다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동영상을 버젓이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자료를 보는 학부모와 국민은 서글프고 기막힌다. 이런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교사가 횡행하는 교단에서 교원평가는 남의 얘기다. 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저지’하기 위해 연가투쟁과 교육부장관 퇴진운동은 물론 시범실시에 참여하는 학교에서 방해 운동을 펼치겠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교원단체의 모습을 보는 학부모와 국민의 심정은 차라리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교사는 무엇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교사에게 수업권이 있으면 학생에게는 학습권이 있고, 학부모에게는 ‘누구보다 자녀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 결정권, 자녀교육에 대한 책임을 어떠한 방법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관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헌법재판소가 적시한 교육권이 있다. 교권은 학부모로부터 위임받은 권리다. 교원단체가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명분은 ‘수업시수 법제화’와 ‘교사의 법정정원 확보’ 등 교육여건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너무 크니 수업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교사의 수업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교사당 수업시수를 줄이려면 교원이 충원돼야 한다. 수업시수를 법제화하기 위해서 행정상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기준으로 교사의 수업시수를 1시간 감축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이 1230억원, 교사의 법정정원 확보 시에는 8329억원이 든다. 주당(週當) 수업시수를 ‘초교 20시간, 중학교 18시간, 고교 16시간’으로 법제화할 경우 소요 교원을 충원하는 데 1조2681억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 과제로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교육부에 대해 교원단체는 당장 해야 한다고 맞서니 예산은 물론 출산율 저하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답이 나올 사안이 아니다. 교원평가제 시범실시 논의중에 이렇게 막중하고 복잡한 정책을 교원단체와 교육부 간에 ‘뚝딱 해치울’ 사안도 아니다. 더욱이 필요한 예산의 규모와 내용을 학부모와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이자 도리이다. 교육 여건 개선이 중요하지만 교육재정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공교육의 체질이 개선되고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 교원단체와 교육부 간 ‘협의회’를 통해 교육정책을 결정한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학부모와 국민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합의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학부모와 국민은 자녀의 친권자이자 납세자이며,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는 교육 주체이기 때문이다. 교원단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차 떼고 포 떼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수업만족도나 자녀를 통한 학교만족도 정도만 묻는 ‘무늬뿐인 평가’로는 안 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인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평가도 받지 못하겠다고 투쟁하는 교원단체 집행부의 비민주적 단체 운영 행태는 교육현장을 파행으로 몰고 가 결국 스스로 파국에 이르고 말 것이다. 교원단체는 교육자로서의 소명 의식이 있다면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학부모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80%가 찬성하는 교원평가제를 거부하는 실력 행사에 들어간다면 학부모와 국민의 불신과 규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교원단체는 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즉각 수용하고 투쟁을 중단하기 바란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교육학, 바른교육권 공동대표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11. 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