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단일안부터 마련을 - 권대봉
	2005-09-07
교원평가 단일안부터 마련을 교육인적자원부가 폭력 교사와 신체·정신적 결함이 있는 교사를 퇴출 대상 부적격 교사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교육부가 폭력 교사 등을 교단에서 축출하는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만시지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현재 표류 중인 교원평가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기를 바란다. 정부는 현재 인사관리형 교원평가를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해 능력개발형 평가로 개선할 방침이다. 2학기부터 전국 48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2007년부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아직도 교원단체들과 합의를 보지 못해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인사관리형 평가는 승진 등 인사자료로 활용되나, 개선안은 교원 본인에게만 통보돼 능력 개발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행 평가 대상에는 교장이 제외되어 있으나 개선안에는 교사, 교감, 교장이 모두 포함돼 있다. 현행 평가자는 학교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이지만, 개선안에는 학교관리자와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평가에 참여하는 다면평가이다. 현행 평가 기준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표를 사용하고 있으나, 개선안에는 단위학교 특성을 반영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평가의 목적과 대상, 방법, 지표에 관한 정부 개선안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교원 3단체와 학부모단체가 특별협의회를 구성하여 협의했으나 별 성과를 못 거두고 있다. 정부는 특별협의회에서 교원평가제 단일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정부안과 교원단체안을 동시에 시범운영하겠다고 하나, 먼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교원단체들 간에 단일안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다. 교육역량 제고 필요성 공감 교원평가제를 둘러싸고 우리 교육계가 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교원평가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에 교사의 역량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를 권고한 바 있다. 교원평가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외국의 경우도 처음부터 평탄하게 시행한 나라는 없다. 일본은 2000년부터 교원평가제를 도입하자 교원단체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정착되어 있다. 평가를 통해 교육위원회에서 부적격 교원으로 판정받은 교사는 지도력 향상을 위한 단기·중기·장기 연수를 받게 된다. 장기연수의 경우에는 대체교사가 배치된다. 2년 이상의 장기연수를 받아도 향상되지 않으면 자진 사퇴하거나 퇴출된다. 영국은 2001년부터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교원들을 평가하여 보수를 차등 지급하려 하자 교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영국은 교원평가 결과를 인사관리는 물론 능력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이 교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고, 교장이 위촉한 상위 경력의 교사가 동료 교사와 학생의 학업성적 향상 정도를 평가하는 등 다면평가를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교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교원평가제를 강행하였지만 지금은 정착됐다. 이와 같이 대부분 나라가 교원평가제 도입 초기에는 교원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학교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교원평가에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힘들다. 교장이나 교사로서 업무 수행 역량이 부족하거나 적합하지 못한 교원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조치를 강구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도 찾기 힘들다. 단체들이 이견 조정 이뤄야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에 관한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다면 정부안과 교원단체안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교원단체들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것이냐 불신을 살 것이냐는 교원단체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할수록 그만큼 입지는 좁아들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은 교원평가에 대해 합의하고 당당하게 평가에 임하는 길밖에 없다. 권대봉 (고려대 사범대학장·교육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9.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