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으로 자리잡는 북한 인권 - 홍진표
	2005-08-26
학생운동으로 자리잡는 북한 인권 어제 폭우에도 불구하고 대학생 모임인 ‘한민족 인권 수호 대학생 위원회’ 회원 200여명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는, 참으로 대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Why are you silent?’(왜 침묵하는가) “초등학교 일기장 검사도 인권 탄압이라면서, 북한 동포 인권은 왜 모른 척하는가”라며 질타했다. 김정일정권을 추종하는 한총련과 반대되는 북한 인권의 목소리는 대학가에서 이미 하나의 흐름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는 재미교포 단체인 ‘LINK’를 포함한 ‘북한 인권과 통일을 준비하는 9개 대학생 단체’가 모여 심포지엄을 했다. 또, 8월 11일에는 북한 인권 및 뉴라이트계열 사회단체가 주최하는 ‘북한 인권개선 촉구대회’에 전국 10여개 대학의 300여 학생이 참여했다. 이들은 집회 전, 대학로와 명동 등지에서 북한 인권사진전을 열어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1980년대 이후 대학가는 철저히 좌파운동권에 장악돼 왔다. 특히, 87년을 거치며 주사파가 학생운동의 주류로 등장해 전대협에서 한총련에 이르는 조직을 통해 대학사회를 대표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려 왔다. 그러나 학생들과 유리된 시대착오적인 한총련의 친북 노선과 폭력 성향은 해가 갈수록 호응을 잃어갔고,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이 약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올해만 하더라도 전국 170여개 대학의 26%에 불과한 45개 대학만이 한총련계열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현 한총련 의장은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운동권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학생들에게 PDA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선심성 공약 덕분에 당선됐을 정도이다. 대다수 한총련계열 후보는 선거에서 자신의 정체를 위장하는 것을 선거운동의 기본으로 삼을 만큼 그 인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이제 민주화가 실현되고 자기 계발에 전념하며, 취업난까지 극심해진 대학가에서 구시대의 이념과 논리가 거부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를 놓고 대학생들의 사회의식 약화를 걱정하는 지적도 있으나, 면학이야말로 대학의 제자리찾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총련 등으로부터 8·15행사에 대학이 징발당하는 것을 끝까지 지켜낸 연세대총학생회는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한총련의 이념과 정치 과잉에 대항하는 비운동권의 ‘탈정치화’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노선이었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인 새로운 학생운동의 움직임도 꿈틀대고 있다. 바로 북한인권개선운동이다.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걸레로 닦았다는 이유만으로 3대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북한의 참혹한 상황을 보면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인도주의를 사랑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이다. 지난 8월 5일 전북대에서 열린 북한인권사진전에 한총련·민주노총·민노당 소속의 통일선봉대가 몰려들어가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이들은 “남한의 인권도 심각한데 왜 북한 인권을 들먹이느냐” “남의 나라 문제를 우리가 들먹여서는 안 된다”며 “통일 반대세력, 보수우익 꼴통”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미 ‘김정일독재 추종’과 ‘북한 주민의 인권 옹호’의 대결은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독재정권과의 공조를 민족공조라고 분식하고, 북한 정권의 입장을 활동지침으로 삼을 만큼 독립성이 없는 집단과, 민주주의와 인권이 당연하다는 학원에서의 배움대로 실천하는 집단 간의 승패는 너무 뻔해 보인다. 좌파 이념의 수용이라는 치명적 오류는 별도로 하고, 적어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유린에 분노했던 그 순수한 마음만으로 본다면 지금의 북한인권운동이야말로 세계사에 그 자취를 기록한 한국 학생운동의 진정한 계승자가 되는 것이 시대의 순리이다. 친북 반미의 원조인 386세대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이루는 20대의 반란은 이미 시작되었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 시민회의 정책실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8. 2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