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발목잡는 경제3요소 '파업' - 이종훈
	2005-08-16
성장 발목잡는 경제3요소 '파업' 요즘 국민들은 살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정책 당국에 따르면 3.8%의 올해 성장률은 세계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이 아니며, 매일 주가가 올라가고 수출은 잘 되고 있는데 웬 아우성이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서민들이 느끼기엔 경제성장률은 거품이며 주가 상승은 외국 사람들의 돈잔치이며 수출 증가는 대기업의 돈장사라고 여기고 있다. 왜 이처럼 외국인과 대기업만 좋아지는 경제로 가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경제의 3대 요소인 토지·노동·자본 모두가 총체적인 경제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조종사들의 장기파업이 결국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이어져 국민적 인식이 좋지 않다. 물론 노동3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노동자들이 탄압을 받던 군사독재 시대도 아니며, 특히 불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노사분규는 자제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그 명분은 가려지고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진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어 노동자에게도 불리하다. 그리고 공무원·교수·의사·조종사 등 이른바 귀족노동조합 등은 경제가 어려울 때는 사회 안정 차원에서 파업 투쟁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용자인 기업과 조정자인 정부도 문제가 있으며, 특히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할 노사정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경제가 어려운 또 하나의 원인은 자본파업이 심해지고 있는 데 있다. 과거 10년 평균 성장률이 4.6%였는데, 평균투자율은 3.2%에 지나지 않아 경제가 성장할 수 없는 저투자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자본가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사람과 돈과 공장이 모두 외국으로 탈출하니 경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보다는 있는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증권재테크를 일삼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상장기업이 줄어들고 유상증자가 늘지 않아 주식공급이 감소하여 오히려 주가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상증자가 1조2000억원이었는데, 자사주 매입으로 3조4000억원을 투입했다고 하니 증권시장이 산업자본을 창출해 투자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흡수하는 역기능을 함으로써 불황 속에서 주가만 올리고 있다. 노동과 자본이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마저 파업을 하고 있다. 활성화돼야 할 부동산 거래가 중단되고 있는데 434조원의 단기부동자금 때문에 가격만 올라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래야 거래세와 보유세를 올리고 규제만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기꾼들의 기발한 대응책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은 부동산 파업을 조장하는 꼴이 되었다.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실거래가의 80%가 되게 하는 등 거래세를 높이는데 누가 부동산을 처분하려고 할 것인가? 강남의 투기를 잡겠다고 신도시를 개발하면 그 개발이익은 누가 볼 것인지 뻔한 일인데도 규제를 강화하고 개발만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각종 특혜로 강남 개발을 유도하여 오늘의 강남특구를 만들었는데, 강북은 문화재와 유적지가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강화하여 주변을 초라한 유적지와 같은 낡은 모습으로 묶어두는 것이 문화적인지 알 수 없다. 오히려 문화재 주변의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해당 주민이 보호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정책도 필요하다. 교통과 교육 등의 투자를 확대하여 서울의 균형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여기에 주택 공급을 늘리고 그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따라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와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토지·노동·자본 등 3대 경제요소의 총체적인 파업을 방지하기 위한 범국민적인 경제살리기운동을 벌이고 무엇보다도 정부는 국정을 여기에 전부 걸고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종훈 (시민사회포럼 회장,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8.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