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金利 역전과 정책 딜레마 - 최창규
2005-08-16
한·미 金利 역전과 정책 딜레마 미국은 2001년 1월 페더럴펀드 목표금리 목표치를 6.5%에서 6.0%로 인하한 이래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해 왔다. 그 후 통화정책의 방향을 고금리정책으로 선회하여 2004년 6월 미국이 1%였던 페더럴펀드 목표금리를 1.25%로 올린 이후 계속 금리를 인상해오다가 최근에는 3.25%에서 3.5%로 올렸다. 이러한 페더럴펀드 목표금리 인상 추세는 앞으로도 4% 혹은 그 이상이 될 때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01년 2월 콜금리 목표치를 5.25%에서 5%로 인하한 이후 지속적으로 내려 왔다. 그리하여 2004년 11월 이후 다시 3.25%로 인하한 뒤 지금까지 9개월간 이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마침내 한·미간 정책금리의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양국이 비슷한 시점에 경기 회복을 위해 저금리정책을 시작했다가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고금리정책으로 선회했으나 우리는 여전히 저금리정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그 당시 ‘금리인하’ 파티를 끝내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경제 회복의 가시화와 물가 상승을 우려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미국이 고금리정책으로 선회한 2004년 3·4분기 당시의 경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정도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7월중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2.7%이다. 그리고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은 2.7%정도였다.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아직 물가 안정 목표 범위내(2.5~3.5%)라고는 하지만 선진국 기준에 비하면 목표 자체가 다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은 저금리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는 이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인하 파티’를 끝내고 있는 와중에 우리나라만이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끝내야 할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하여 고심 끝에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또한, 한·미간 금리 역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생각보다 자본 유출이 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설혹 자본 유출이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자본 유출은 환율 상승 압력을 가져와 오히려 경상수지 관리 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할 점은 2001년 이래 저금리정책을 4년 넘게 지속해오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자꾸만 낮아지고 있고 오히려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가져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 회복을 충분히 확인한 후 콜금리 목표치를 조정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 변화가 시간을 두고 실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적절한 인상 시기를 놓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비록 국지적이라고는 하지만 어느 지역에서든지 구실만 있으면 언제라도 올라갈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복덕방과 아파트부녀회의 부도덕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보기가 좋지 않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부동산정책의 실패 이외에도 기본적으로 시중의 과잉 유동성이 한몫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물가 및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기본 정책목표이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다면, 그리고 당장 경기 회복을 통한 성장의 혜택을 서민들이 골고루 느끼기가 어렵다면 오히려 이 시점에서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고도 바람직한 복지정책이요 분배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 경제가 쉽사리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정상적인 통화정책 집행에 있어 엄청난 부담과 비용을 치르게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 경기 침체의 원인이 사실은 정치·경제의 불확실성, 반기업 정서, 노사분규 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통화 당국으로 하여금, 실제 경기회복 효과는 의심되는 반면 물가나 부동산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에 그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최창규 (명지대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8. 1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