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문을 규제하려 하나 - 류동길
	2005-08-09
왜 신문을 규제하려 하나 잘 팔리는 상품은 품질이 좋거나 값이 싸거나 어쨌든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이나 독자가 선호하는 신문도 이와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많이 읽는 신문을 규제하려는 신문 관련 법이 많은 논란 속에 시행됐다. 1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30%, 상위 3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60%를 넘으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 발행 부수를 억제하겠다는 내용이 법 안에 들어 있다. 정부는 언론의 건전한 발전과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규제하고 우호적인 매체를 육성하겠다는 의도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이 법의 위헌성은 이미 수없이 지적됐고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신문의 시장점유율은 독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결과다. 그런데 그걸 규제해서 독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당과 정치인이 표를 많이 얻는 것도 규제하면 유권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인가? 점유율 30%와 60%를 여러 경우에 적용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국회 의석 점유율을 제1당 30%, 3당 합쳐 60% 이내로 규제한다면 군소 정당의 다수 출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23년 동안 해태(기아) 타이거즈는 9회 우승하여 우승점유율이 39.1%였고, 현대 유니콘스는 4회(17.4%), 두산(OB) 베어스는 3회(13%) 우승함으로써 3개 팀의 우승점유율은 69.5%였다. 따라서 기아 타이거즈는 2010년까지 우승해서는 안 되며 나머지 두 팀과 기타 팀들(삼성·LG·롯데 각 2회 우승)도 우승점유율이 3위 안에 든다면 제동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느 축구팀에서 한 선수가 팀 득점의 30%, 세 선수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 그들은 더 이상 골을 넣을 수 없다. 신문을 독과점(獨寡占) 규제로 묶으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허무는 행위다. 더욱이 기존의 공정거래법(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추정을 ‘1개사 50%, 상위 3개사 75%’로 하고 있는)보다 강화된 기준을 신문에만 적용하려는 것은 언론의 기능을 옥죄겠다는 게 아닌가? 방송은 4개 지상파 방송사가 과점(寡占)한 상태인데 왜 규제 대상이 아닌가? 방송과 인터넷 매체의 약진 등 언론 시장 전반에서 신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는데 유독 신문사업자에 대해 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은 정권의 속내를 드러내는 치졸한 짓이다. 모든 기업은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애쓴다. 그 결과 독점적 지위를 일시적으로 누리는 기업이 생긴다. 하지만 그 지위는 오래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국내외적으로 잠재적 경쟁자와 대체품이 출현,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을 더 넓히려는, 또 시장을 빼앗으려는 기업 간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진다. 그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 법칙이다. 신문끼리만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신문은 물론 방송 라디오 잡지 등이 모두 신문의 경쟁 상대다. 독자가 외면하는 신문은 버틸 수 없다. 그런데도 도태돼야 할 신문을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살리려고 한다.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옳지 않은 일이다. 현재 일부 신문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어떤 신문이 살아 남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신문이 하기에 따라 독자가 판단할 일인데 정부가 나서서 신문을 네 편 내편으로 갈라 죽이고 살리려고 한다. 정부의 오만이고 오판이다. 정당과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는 것은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행위와 같다. 표를 많이 얻는 정치인을 규제하는 게 옳지 않다면 독자의 지지를 많이 받는 신문을 규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독과점 상태 때문에 신문시장이 왜곡돼 있다면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 행위를 막는 정책을 펴는 것이 옳다. 류동길 (숭실대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8. 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