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파업' 정부는 어디있나 - 박동운
	2005-08-03
'조종사 파업' 정부는 어디있나 이번 주 사할린의 한 기업인이 한국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파업을 잘 알고 있는 터라 한마디로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는 정해진 시간에 한국 땅을 밟아야 할 사람이어서 나 역시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 기업인과 필자만이 불안스러운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산으로 가 있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은 내심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협상카드를 내놓고도 협상에 실패한 아시아나 경영진은 얼마나 초조할 것인가. 비행기 결항으로 납기일을 못 지킬까 봐 관련 업체들은 얼마나 노심초사하겠는가. 휴가철을 맞아 여행계획을 세워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초조해할 것인가. 이런 혼란 속에서 불안해 보이는 사람들이 또 있는 것 같다. 바로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항공산업이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정부가 ‘직권중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끼여들기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파업이 2주 이상 장기화되는 현실에서 정부가 ‘강 건너 불 보듯’하고만 있어야 하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주말 노조가 본래 요구한 78개 사항 중 13개 핵심 항목을 중심으로 협상에 들어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최종 협상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파업에 따른 손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파업 보름 만에 직·간접 피해액이 187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직접 피해액은 1100억원, 관련 업체 피해액이 770억원이라고 한다. 파업이 일주일 더 지속되면 피해액은 아시아나항공이 2010억원, 관련 업체가 3530억원에 이르리라고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파업 장기화로 8월 한 달간 국제선 11개 노선 262편이 결항된다고 이미 밝혔다. 지금 누가 되었건 우리는 국가경제를 생각해야 할 때다. 한국의 성장률은 1분기 2.7%, 2분기 3.3%로 전반기에 3.0%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1%, 2004년 4.6%, 2005년 전반기 3.0%라는 참으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쟁국들은 5%에서 10%대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데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파업을 왜 강 건너 불 보듯 하고만 있는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한국 노조는 사용자에 비해 힘이 약하다’고 말함으로써 노조 측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것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 영국을 영국병과 노조천국으로부터 구해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보자. 대처는 정권을 잡으면 노조 파워를 무력화시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총리가 되었다. 대처는 정권을 잡자마자 노조 파워를 무력화시킬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대처는 노조를 철저하게 ‘법과 원칙’으로 다스렸다. 집권 11년 반 동안 노동관계법을 다섯 차례나 제·개정하여 결국 노조 파워를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 영국은 현재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1위인 미국만큼이나 높다. 현대경제에서 성장의 엔진인 노동시장 유연성이 이렇게 높다 보니 2000년 이후 영국은 연평균 성장률이 2.7%로 2.8%인 미국 다음으로 높고, 실업률은 선진국 중 가장 낮다. 영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1999년 프랑스를 앞질러 지금은 G4다. 87년에 국민소득 1만달러, 96년에 2만달러, 2003년에 3만달러를 이룩했다. 우리는 지금 마거릿 대처처럼 비전을 갖고 경제를 살려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8. 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