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재정정책 성장과 거리 멀다 - 김영봉
	2005-08-01
현정부 재정정책 성장과 거리 멀다 얼마전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성장잠재력 하락을 막으려면 기술혁신·인적자원·사회안전망을 위해 앞으로 5년동안 100조원 가량의 재정 수요가 더 필요하다”며 이를 국민세금을 늘려 조달할지 적자국채를 발행할지 고민중임을 피력했다. 100조원이라면 국민 1인당 200여만원, 가구당으로는 700만원 가량이다. 우선, 적자국채의 문제를 보자. 세금은 지금 당장 내는 것이고, 적자국채는 그 이자까지 합쳐 나중에 내야 하는 세금이다. 어느 것이든 대통령과 여당이 아니라 국민이 내는 것이다. 적자재정이 커지면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른다. 세금 부담과 물가 때문에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할 것이며, 세금 인건비가 오르면 기업은 경쟁력과 수익성이 떨어져 휴·폐업하거나 해고를 늘리고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다. 실업자가 늘고 생활고가 커지면 정부는 더 많은 복지 지출을 요구할 것이다. 세금 낼 사람과 기업은 줄어들고, 복지 비용은 커지고…, 이리 하여 더 큰 재정적자로 시작되는 악순환이 다시 등장한다. 재정이 정말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 사용되면 이 모든 문제는 해소된다. 그러나 과거 참여정부의 국가살림 방식은 성장과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정부 여당이 짠 국가 재정운영 계획을 보면 앞으로 5년 동안 재정 지출을 해마다 6.6% 증가시키는데, 복지 지출은 9.3%씩 증가시킬 예정이다. 대신 사회간접자본과 정보화분야 증가율을 1.2%로 줄인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이 철수하면 향후 자주국방 비용으로 20년간 209조원이 추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참여정부는 이런 재정계획을 좋아하지만, 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정부라면 다른 대안(代案)을 짰을 것이다. 행정수도, 공기업 이전 따위는 정부가 일부러 평지풍파를 일으켜 만들어낸 비용이다. 토지보상금으로만 이미 16조원이 풀리고 2012년까지 50조원이 더 풀린다는데 이 돈은 결국 우리 국민이 보상해주는 것이다. 건설비나 이전비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청년 실업을 줄인다며 기업에 360만원, 720만원씩 내주는 고용보조금도, 인심은 정권이 쓰고 돈은 국민이 대는 것이다. 천성산 여승, 사패산 환경꾼 때문에 지연된 터널공사에 추가되는 수조 원의 공사비도 우리가 내는 것이다. 과거 카드 경기 부양으로 얼마나 많은 금융기관 부실과 공적자원 지원이 필요해졌는지 기억하는가? 현 정부 아래서 구름처럼 일어난 부동산 거품이 앞으로 어떤 재정 수요로 귀결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북한에 보내겠다는 전력은 초기 비용만 1조6000억원 든다고도 하고, 3조4000억원이라고도 한다. 과거 국가사업은 크게는 몇 배까지 증액돼 왔으니 앞으로 자장면 값을 얼마나 치를지는 지나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저러나 한 나라의 총 전력을 모두 담당해주겠다는 지경까지 왔으니 향후 마셜 플랜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만약 2200만 북한 주민 모두를 4700만 남한 국민이 전부 부양하는 사태가 온다면 우리 국민은 소득의 30%를 희사해야 한다. 그만큼 세금을 더 내고, 연금과 의료보험료를 더 내고 덜 받으며,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이 증대하고, 우리 호주머니의 돈 가치가 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새삼스레 성장잠재력을 걱정하는 것은 있는 재산은 엉뚱한 데에 다 쓰고 새로 사업자금을 달라는 격이다. 자동차 안에는 10명 들어갈 공간이 있는데, 정부가 4명을 앞문으로 밀어넣으면 민간인 4명은 뒷문으로 밀려 나와야 한다. 이것이 경제학에서 유명한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이다. 정부가 투자를 늘리면 그만큼 기업과 소비자가 쓸 경제 자원이 없어진다. 정부가 돈을 쓸 때는 정치가의 생색과 득표(得票)를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은 오직 이윤만을 생각한다. 성장잠재력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는 자명하다. 아무것도 아는 바 없이 통 크게 써대기만 하는 집단이 나라를 맡으면 국민의 살림은 그만큼 주름이 간다. 이런 결과를 ‘늦기 전에’ 알고 행동하는 국민만이 결국 고생을 덜 하는 것이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7.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