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정보 제공' 발상 위험하다 - 안재욱
	2005-07-19
'人事정보 제공' 발상 위험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간기업 간부 인사 때 해당 기업이 요청할 경우 정부가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이번 지시에 또 어떤 평지풍파가 일지 매우 걱정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온 나라가 들썩인 게 어디 한두 번인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계속 쏟아내는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물론 경기마저 침체돼 서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 않은가? 또,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에서 ‘통합형논술고사안’을 발표했을 때 대통령의 “나쁜 뉴스” 한 마디에, 긍정적이었던 교육부가 돌변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까지 합세하여 서울대와 전면전을 치르면서 사회가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는 정부 부처와 여당은 또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기업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또 한번 사회는 논란과 갈등의 국면을 겪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로 대통령의 지시가 실현된다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곧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민간기업의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원리에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그러한 지시를 한 것은 ‘앞으로 정치영역의 권력형 부패보다는 사회지도층의 부패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므로 공공성이 강한 사회지도층의 부패,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한 강도 높은 예방 대책의 필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말로 부정부패를 없애고 싶다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와 정치권력이 사회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정부패는 정부 규제 및 간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가 많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국가일수록 부패의 정도가 심하고, 작은 정부의 국가일수록 부패가 적고 공공재나 사적 재화의 품질이 높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 결과다. 옛날 이탈리아의 아브루치라는 작은 마을에 독사한테 물려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자 마을의 통치자가 독사를 잡아오면 포상을 하겠다고 했다. 처음 얼마 동안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독사를 잡아 왔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을 사람들은 상금을 타기 위해서 자기 집 지하실에 독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규제는 이 일화와 유사하다. 규제가 경제적 합리성을 해치는 것이라면 사람들은 그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경제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는 체제에서는 기업이 정치권이나 정부의 동향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이나 정부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생존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기업의 선택은 정치권이나 정부와 유착관계 유지다.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와서도 ‘행담도 사건’ ‘러시아 유전 개발 게이트’ 등 크고 작은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고 규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좋은 의도로 경제에 개입한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나는 결과는 정반대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부가 민간 기업에 인사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한 지시는 분명 부정부패를 줄이겠다는 좋은 의도로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렇게 되면 오히려 부정부패가 주는 것이 아니라 늘어날 것이다. 그것은 민간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가져올 파장과 결과를 고려하여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곧 국민을 위하는 일이고 국가를 위하는 일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7. 19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