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파업,지금이 어느 때인데 - 박동운
	2005-07-19
조종사 파업,지금이 어느 때인데… 필자는 지난주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서울로 왔다. 서울로 오는 우리 기내에서 기장의 서투른 영어 솜씨에 아내와 함께 그만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전 몽골기장의 영어 솜씨보다도 훨씬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아시아나항공 노조 파업 이유에 ‘승진 때 영어시험(토익 630점 이상) 조건 폐지’ 요구가 포함되어 있어 또 한번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정년 만 58세(이후 2년간 위촉해 만 60세까지 고용) 보장, 조종사 이동시간의 연간 총비행시간(1000시간) 포함, 연 휴무일 확대, 노조의 조종사 자격심의위원회 참여, 승진 때 영어시험 조건 폐지 등’ 78개 요구 사항을 놓고 회사 측과 타협하지 못해 일부 조종사 3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 중 상당수가 회사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며, 근로조건 개선 요구도 국민정서에 어긋나 수용이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조측의 요구와 사측의 반응은 평행선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파업을 놓고 필자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 그렇다고 파업 첫날부터 일부 국내선과 국제 화물기 결항이 있었고 결항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파업 첫날 국제 화물기 결항으로 LCD 모니터, PDP 등 전자제품 80t의 수송이 차질을 빚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난해 이맘때도 아시아나항공 노조 파업이 있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보수도 적지 않은데 웬 파업이냐’고 묻자, 한 조종사가 “미국 비행사 보수의 3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생산성은 한국이 미국의 3분의 1도 안 되는데 보수는 같아야 한다니! 한국경제는 지금 심각하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성장률은 2003년 3.1%, 2004년 4.6%였는데 2005년에는 심지어 2%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2005년 1분기에 2.7%로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다. 성장률이 이렇게 추락하다보니 실업, 특히 청년실업률이 8%로 늘어나고, 비정규직이 최근 3년 사이 180만명이나 증가했다.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들은 지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G6인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연평균 약 10%의 고도성장을 기록하여 같은 기간 동안 1%의 성장률을 기록한 독일을 제치고 곧 G3에 진입하게 될 전망이다. 한반도 면적의 3분의 1, 남한 인구의 10%도 안 되는 아일랜드는 1995년 이후 약 8%의 고도성장을 기록하여 1990년에 1만달러, 1998년에 2만달러, 2003년에 3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일랜드는 기업의 80%가 노조가 없고, 기업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 기업의 직접투자가 밀물처럼 몰려들어 고도성장이 가능했다. 미국 앨라배마주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하여 세계의 이름난 자동차 회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가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설립하게 된 중요한 이유는 이 주가 ‘노조 없는 공장’ 설립을 약속했고, 거대한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1984년 한국에 진출한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업체 레고는 그동안 몇 차례의 장기파업과 노사분규,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해 8월 말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에는 현재 한국 기업이 3만개 정도나 나가 있는데, 그들이 중국으로 나간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은 파업할 때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파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박동운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5. 7. 1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