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空約 ‘경제 챙기기’ - 류동길
	2005-07-12
참여정부의 空約 ‘경제 챙기기’ 한국 경제, 어디쯤 가고 있는가? 지난 7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경제를 밝게 전망했다. 부동산 투기만은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의지도 다시 천명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불안하다. ‘한국경제 완전회복’이라고 했지만 경제는 더 나빠졌고 부동산은 반드시 잡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어도 결과는 그 반대였기 때문이다. 한국CEO포럼이 8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0%가 한국 경제는 장기 불황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일시적 경기 위축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서강대 경제연구소와 경제오피니언리더스클럽이 기업인과 경제담당 언론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는 불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정책 불투명과 리더십 부재’를 꼽고 있다. 이러한 두 설문조사 결과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이미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 주고 있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설비투자는 감소-증가를 반복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수지맞는 투자사업을 찾지 못해서도 그랬지만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기업은 투자를 망설여 왔다. 각종 규제도 투자 부진을 초래한 요인이다. 노동계의 파업은 또 어떤가? 경제는 내리막이고 일자리가 없어 파업조차 못하는 사람이 즐비한데 노동계는 시도 때도 없이 거리로 나선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기업은 발목이 붙들려 있거나 기업 환경은 악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불황 탈출은 시급하지만 불황을 벗어난다고 해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성장잠재력 제고와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과제다. 그 해법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올 연초만 해도 경제를 국정의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대통령은 다짐했다.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 경제를 얼마나 챙겼는가? 이제는 대통령이 주재하던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총리가 맡는다. 대통령은 더 중요한 국정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경제살리기보다 더 중요한 국정 과제가 있는가? 최근 장관 및 공기업 사장 등의 인사와 연정(聯政) 발언 등에서 보듯 대통령은 경제를 챙기기보다 정치게임에 몰두하고 선거에 ‘올인’하는 것 같다. 경제챙기기는 뒷전이라는 것인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에서 대통령이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노사 문제도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가 걸려 있는데 이러한 발언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불황은 정부의 능력 부족 때문인데, 여소야대에 그 탓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도 정부가 사실상 조장해 놓지 않았는가? 부동산이 뛰는 원인을 따지려 않고 투기를 억제하겠다 한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다음 정부의 정책까지 볼모로 잡겠다는 발상이다. 수도 이전이 안 되니까 행정도시에 매달리고, 176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다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전 국토를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어 놓은 게 정부다. 성장이냐 분배냐를 따지면서 시간 낭비하고, 국가보안법·과거사법·사학법·신문법 등에 매달려 있었는데 경제가 활기를 띤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정부라도 모든 일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 정부가 지금 하려는 일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며, 또 그 일이 경제살리기와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인지 한번 따져 보라.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까닭을 알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7. 1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