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조직 갈등을 우려한다 - 김태기
	2005-07-04
재향군인조직 갈등을 우려한다 평화재향군인회(평군)란 단체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퇴역 군인의 모임을 뜻하는 재향군인회에 평화라는 단어를 첫머리에 붙인 것부터 눈길을 끈다. 궁합을 쉽사리 맞추기 힘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대립적인 성격까지 내포하고 있는 두 말을 결합했을 때는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해병대 병장으로 만기제대를 한 만큼 대다수 대한민국 남자들처럼 재향 군인이지만 재향 군임 모임에서 직접 활동한 경험이 없어 평군의 깊은 속내까지 헤아리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평군 창립을 준비하면서 내세운 여러 가지 낯선 주장을 접하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평군 측은 남북 제대군인 간의 화해, 남한의 군비 축소,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기념일로 변경 등을 제안하고 있다. 평군은 또 군복무를 하지 않은 일반인도 평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그동안 재향군인의 대표자 역할을 해온 재향군인회(향군)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바람에 재향 군인 모임마저 안보를 중시하는 향군과 평화를 내세운 평군으로 갈라져 자칫 정면 충돌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두 단체가 규모나 역사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데다 평군의 대표성도 확립되지 않는 터여서 둘을 동등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재향 군인까지 이념 갈등을 빚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사실 제대한 군인들의 결집체라면 군인의 사기 증진과 복지, 국방 자원의 효율화를 통한 국방력의 강화 등을 내거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평군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이런 상식과 크게 동떨어져 보인다. 또한 평군의 출범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기존의 향군이 안고 있는 사업이나 조직 등 내부적 문제를 개혁하겠다고 나선다면 많은 사람이 동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재향군인 모임에 걸맞은 회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엉뚱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새 조직부터 꾸린다면 저의를 의심받기 마련이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은 이념 갈등에서 이중성을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이념 갈등이었지만 나중에 이권 갈등으로 전락하거나, 표면적으로 는 이념의 충돌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권력이나 이권을 챙기기 위한 갈등으로 바뀌는 것을 너무나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기존의 체제를 권위주의라고 규정하고 해체를 주장하던 386 운동권의 주역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비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습, 기존의 노동운동을 어용으로 공격하면서 조직을 흔들던 노동조합 간부가 비리로 처벌받는 모습이 오버랩되고 있는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급진 성향의 단체가 구성원들보다 주도세력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키우는 데 악용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직은 부패 대 반부패, 민족 대 반민족, 평화 대 전쟁 같이 상황을 마치 칼로 무를 자르듯 선과 악으로 도식화해 사람들을 네편 내편으로 줄을 세워 세력을 키우곤 한다. 건전한 갈등은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그러나 자신은 항상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렸다고 몰아붙이는 마녀사냥은 결코 생산적인 갈등이 될 수 없다. 정의를 독점한 듯 행동하는 것은 오만이며 퇴행적인 갈등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평군에 대한 필자의 걱정이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재향군인이 국방의 한 축이기에 더욱 그렇다. 여기서 또 하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향군이다. 향군이 불만의 단초가 된 것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향군은 지금까지 안보라는 명분에 안주한 채 군에서 잘 나가던 일부 퇴역 고위 군인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단체로 전락한 건 아닌지 반성하면서 차제에 조직부터 사업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7. 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