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자유화' 인프라 구축해야 - 최창규
	2005-06-07
'외환자유화' 인프라 구축해야 국가간 상품 및 자본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외환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국가간 상품 및 자본 거래를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외환시장에서의 거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9년 1단계 외환자유화, 2001년 2단계 외환자유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외환 거래의 자유화를 추진해 왔다. 최근 정부는 한국을 동북아시아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오는 2011년으로 예정된 외환 거래 완전자유화 시기를 앞당기고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무엇보다도 동북아 3국(한국 중국 일본)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산업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 하나인 금융업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전체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금융부분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에서의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금융 및 외환 거래상의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우리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뒤지지 않는 자유롭고 선진적인 금융시장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물고기를 많이 풀어 놓는다고 저절로 훌륭한 어장이 되지 않는다. 먼저 훌륭한 어장을 만들어 놓으면 물고기는 저절로 모이기 마련이다. 제대로 된 금융시장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물고기를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많이 풀어 놓더라도 정작 인근 국제금융시장으로 도망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최근 외국 자본에 대해 취한 일련의 규제 조치는 나름대로 그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외국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좋지 못한 감정을 잠시 시원하게 풀어준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시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여 외국 투자자나 언론에 대해 우리나라가 외국 자본에 대한 규제가 심한 나라라는 인상을 주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외환자유화 조치를 사안에 따라 최대한 앞당기기로 한 것은 대체로 바람직한 조치이다. 다만, 외환자유화 조치와 더불어 앞으로의 과제 몇 가지를 제시해 본다. 우선, 무엇보다도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관 등 개별 경제주체들의 위험 및 위기관리에 대한 대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외환 거래 자유화의 진전은 대외 거래의 원활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내외국인에 의한 투기적 공격의 경로가 다양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국인에 의한 각종 해외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고,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의 경험이 일천한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외국에서 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환 거래의 자유화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과 해외 금융시장과의 유기적 관계가 더욱 깊어짐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시장친화적인 금융 및 외환정책이 더욱 요구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국내 경제정책 수립시 외국과의 관계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예를 들면, 앞으로 국내외 금리 격차가 커지게 되는 경우 자본 이동이 점차 커지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동북아 금융허브 조성과 관련하여 정부는 모든 금융 및 외환 부문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금융업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서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고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정부가 간접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또 다시 직접금융시장에까지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민간기업 활동에까지도 불필요한 간섭을 하려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업의 점진적인 개방 추세에 즈음하여 국내 외환중개회사의 국제경쟁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함으로써 외환중개업도 동북아에서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외환중개업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업도 지리적인 제약이 점차 사라짐에 따라 사이버공간에서의 무한경쟁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창규 (명지대 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6. 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