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책의 평가와 과제 - 노부호
	2002-08-07
기업정책의 평가와 과제 - 목 차 - 1. 문제의 원인 2. 새로운 패러다임 3. 재벌정책의 내용과 평가 1) 사업구조 2) 지배구조 3) 재무구조 4) 경영구조 4. 정부의 역할 1) 기업가 정신의 함양 2) 문화적 기반의 확립 3) 기업하기 좋은 환경의 조성 5. 결 어 1) 재벌정책의 방향 2) 미래과제 1. 문제의 원인 우리가 IMF 구제금융을 받게된 계기는 한보에서 기아에 이르는 대기업의 부도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업의 구조조정 및 보다 넓게는 경영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IMF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지만 거시경제 운영의 실패가 피할수도 있었던 위기를 초래한 것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다. 특히 80년대 중반부터 정부는 호황후 나타나는 성장둔화의 조정국면에서 경기부양정책을 시도함으로써 기업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고 과잉 투자를 유도하고 경상수지적자를 증가시켜왔다는 것이다. 또한 환율도 경직적으로 운영하여 97년도의 경제상황에서는 환율을 단계적으로 절하시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안정시키려고 시도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러한 환율정책의 실패가 제2금융권이 금융감독의 부재속에 단기자본을 도입해서 장기자본화하면서 비정상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계속할 수 있게 하여 유동성 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외국 투기자본에게는 차익기회(arbitrage opportunity)를 제공하여 우리가 외환공격을 받게된 것이다. 97년도에 들어와서 금융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했고 환율정책만 바로 했더라도 IMF위기를 면할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하는 생각이다. 한편,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이 시도될 수 있었던 것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므로 거시경제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60년대이래 정부는 수출제조업 및 중화학공업육성이라는 산업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특정기업을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진입장벽을 통해 사업영역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금융지원, 세제혜택, 수출지원 등 각종 보호 및 지원장치를 통해 시장을 왜곡시키면서 기업 활동을 육성해 왔다. 이에 따라, 재벌기업들은 치열한 시장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특혜성 지원과 보호라는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도덕적 문제가 제기되고 국민속에 강한 반재벌 정서가 뿌리 깊게 심어져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규제와 보호속에 안주하면서 국제 경쟁력보다는 외형 위주의 시장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비난속에 재벌개혁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 대기업들이 이렇게된 이유와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기업의 경쟁력 약화 그리고 부도사태는 정부주도형 경제운영에서 비롯되었다. 보다 넓게는 한국의 금융과 산업이 정부주도에 의해서 경쟁력이 제고될 수 없었다. 산업부문은 그래도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대로 시장이 작동하였지만 금융부문은 국가 배급금융이라고 할 정도로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고 낙후되었다. 그러면 정부주도 경제운영이 금융과 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주도하에서는 정치권이 경제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정경유착이라고 부르는 정치, 관료, 재계의 삼각고리가 형성되어 사회가 부패해지고 불투명해져 기업은 경영을 잘하는 것보다 로비를 잘하고 정치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된다. 이것은 과거 국제그룹이 몰락한 것은 괘씸죄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은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나타내듯 정관재 삼각고리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정부주도에서는 경영보다 행정, 행정보다는 정치가 우선하기 때문에 행정관료들은 과거 개발경제시대의 권위의식으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기업가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정치권은 경제보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논리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정치와 행정이 경영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은행의 임원은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보기 바빠 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기대하기 힘든 것이다. 정부주도는 또한 규제와 보호에 의한 산업정책으로 독과점 체제가 유지되고 경쟁이 부족하여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독과점 상태에서는 만들면 팔리므로 이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 지배력이 중요하다. 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 용량확장을 위한 설비투자 중심의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였다. 한국경제에는 혁신의 기초가 되는 창조적 파괴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도산지경이 되면 매각, 합병, 또는 청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아자동차와 제일은행의 처리에서 본 것처럼 국민은 기업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정부는 구제금융을 제공해왔던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대기업과 은행은 망하지 않고 망해서도 안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상에 의해서 개별기업에서는 다른 사업부 또는 계열기업의 자금으로 지원하면서 적자보는 사업을 계속해 왔고 은행은 신용평가보다 손쉬운 담보와 지급보증에 의한 대출을 해왔다. 따라서 금융외환위기의 근본원인은 정부주도 경제운영에 의해서 정치논리와 행정권위가 기업경영보다 우선하여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이러한 경쟁력없는 대기업을 정책적으로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원칙을 적용함으로써 기업과 금융등 각 경제 주체가 자기 책임하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을 취해야 할 것이다. [본문전체 내용보기]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시민회의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