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 치료약은 자유 확대 - 홍진표
	2005-05-30
'한국병' 치료약은 자유 확대 지금 한국 사회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한국병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조기유학 과열 현상이다. 2004년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 학생은 서울에서만 하루 34명꼴로 사상 최대치인 1만2317명을 기록하였다. 국내에서 영어나 중국어로 교육하는 국제학교의 설립이 자유로워지면 굳이 이렇게 외화를 유출하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외국에 나갈 이유는 없다. 더구나 유학을 보낼 수 없는 저소득층이 겪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이른바 진보주의자들은 교육 평준화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눈앞의 불평등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의 명백한 이율배반이다. 구태의연한 평준화 체제는 더 이상 평등을 보장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재산 정도에 따른 교육 불평등만 낳고 있다. 이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과 학교의 학생 선발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둘째, 지금 대학가에는 공무원 시험,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또한 교육대학은 최상위권에 들어야 갈 수 있고, 교원 임용 고시의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학가의 이런 현상은 정확하게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직업이 ‘철밥통’으로 불리는 명백한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유기능으로 여겨졌던 많은 영역이 점차 민간으로 이전돼 가는 선진국의 추세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공적 조직의 비대화와 특권적 고용 보호가 부동(不動)의 성역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작은 정부’로의 개혁이 절실하다. 셋째,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정상적인 무관심이다. 특히 인권을 대표적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의 자칭 진보세력들은 바로 이웃인 북한 주민들의 공개처형·정치범수용소·강제노동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천만 동포를 폭압하는 김정일 체제에 대해서는 무한의 관용을 베풀고 있다. 자유주의는 전체주의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이런 위선을 용납할 수 없다.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자유주의 이론에 무언가 특별히 더 보탤 필요는 없으며, 한국병 치유에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980년대 서구(西歐)에서 대처와 레이건 등에 의해 부활된 자유주의는 자유 방임을 뜻하는 19세기식 자유주의가 아니다. 이는 사회안전망·독점의 규제 등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배제하지 않는다. 이 시대의 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 케인스주의, 국가 주도형 경제개발로 인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현상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새로운 진보이다. 되도록 개인적 선택의 몫을 늘리고 지켜야 한다는 자유주의에 대해 좌파 이념의 편력을 거친 ‘386세대’들은 정서적 거부감을 표출한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정의감에 불타던 지식청년들에게 빈부격차를 철폐하고 사회적 약자를 구한다는 마르크스주의의 명분은 대단한 호소력을 가졌다. 그 결과 수천명이 기득권을 내던지고 노동자·농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기계적 평등주의야말로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고 신(新)특권층을 양산하고 있다. 이제 자유주의야말로 1980년대 꿈꾸었던 자유와 특권 폐지의 이상에 접근하는, 더디지만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일찍이 “자유시장 제도를 보장한 나라들만이 번영하면서 그렇지 않은 국가들보다 훨씬 평등하고 더 큰 사회정의를 누리고 있다. 불평등이 가장 심한 곳은 바로 자유시장을 부인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라고 설파했다. 이제 우리의 선택이 자유주의 외에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 시민회의 정책실장) 출처 - 조선일보 2005. 5. 3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