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본고사 논란과 학생선발권 - 권대봉
	2005-05-03
大入 본고사 논란과 학생선발권 교육정책의 핵심은 수월성과 형평성의 조화에 있다. 그런데 서울대는 최근 200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형 본고사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선발의 수월성을 중시하는 서울대와 내신 위주 입시로 형평성을 중시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정면 충돌하자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은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서울대는 2008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내신 1 대 논술 3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도록 할 방침”이며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재 서울대의 내신성적 명목 반영률은 40%이나 실질 반영률은 8%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2008학년도 이후 입시부터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을 상향 조정하려는 정부의 정책과는 배치된다. 수능이 자격시험화하고 내신의 공정성 또한 담보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본고사형 논술고사로 수험생들의 변별력을 제고하겠다는 서울대의 입시정책은 고육책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이고, 국립대 교수와 직원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 신분이라는 사실에서부터 서울대와 교육부간 정책 충돌의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잣대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되면 국립대와 사립대가 별도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대학마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설립 주체별로 차별화되고 설립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합목적적이다. 따라서 학생선발권은 국공립대의 경우 정부와 공유하고, 사립대는 각 대학이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대의 모든 정책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립대는 지방정부와 각각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한 뒤 발표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사립대학의 입시에 전혀 관여하지 않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대학에는 최소한의 개입을 한다. 미국 주립대학의 경우, 수월성과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취득한 학생을 합격시켜야 하고, 해당 주에 거주하는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입학시키는 조건을 대학에 요구한다. 일본은 법인화된 구(舊) 국립대학에 대학입시센터의 시험을 요구한다. 미국 대학의 정시모집은 대체로 내신과 언어, 수리탐구만 보는 수능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내신과 전과목 수준의 수능은 물론 논술고사와 구술고사를 요구한다. 과거에 내신과 수능없이 대학별 본고사를 치렀던 한국이 내신과 수능을 도입했다. 그러나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지 않는 미국과 달리 논술고사와 구술고사를 치르고 있어 우리 학생들의 대학입시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논술고사와 면접고사 준비가 공교육에서는 부실하고 사교육에서 맹위를 떨치기 때문에, 논술형 본고사 도입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은 사고력과 창의력을 가진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입시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대학 교육을 통해 이런 역량들을 키울 교육정책 개발에도 투자해야 한다. 하버드대와 같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논술형 본고사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것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립대학의 입시는 궁극적으로 대학의 자율과 책임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국공립대학의 입시정책은 수월성과 형평성 조화 차원에서 대학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와 사전 조율을 거쳐 발표하게 함으로써 국민이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5.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