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 거품 빠진 4·30 재보선 - 김일영
	2005-05-03
탄핵 역풍' 거품 빠진 4·30 재보선 이번 4·30 재보선은 2004년 있었던 제17대 총선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제대로 이해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단순히 특정 정당의 승패 차원에서만 보는 것은 각 정당을 위해서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4·30 재보선은 지난 총선에서 불었던 탄핵 바람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누렸던 인기의 거품이 꺼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지난 총선은 인물이나 지역 정치의 이슈보다는 중앙 정치에서 불어닥친 탄핵 역풍이 지배한 선거였고, 그 와중에 기성 정치인보다 신인이 많이 당선될 수 있었다. 이번 재보선에서는 이때 고배를 마신 정치인 중 다섯 명이 금배지의 고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결과는 탄핵 역풍의 거품이 빠지고 인물이나 지역적 이슈로 정치가 복귀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지난 1년 동안 열린우리당은 스스로가 탄핵 역풍의 거품 위에서 우연히 성공한 정당임을 인식하고 거품을 빼는 구조조정 작업에 매진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음이 이번 재보선 결과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탄핵 사태 이후 처음으로 50%를 상회하는 데 재보선 결과에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괴리는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국내에서의 정책적 성공의 결과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최근의 지지도 상승은 다분히 외교적 포퓰리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독도 문제나 일본 우익 교과서 문제가 불거져 일본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격앙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보여준 과감한(?) 민족주의적 자세가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진 결과이지, 현 정부가 국내 정치에서 대단한 성과를 보여준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 사이의 괴리는 국내 정치에서의 성공에 기반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선거에서 소속 정당의 지지도로 반영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차원에서도 4·30 재보선은 지난 총선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거의 전멸 위기에 몰렸던 한나라당을 살린 일등공신은 분명 박근혜 대표 개인의 역량이었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지난 1년 동안 이러한 1인 의존적인 정당의 성격을 탈각하려고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나타난 한나라당의 모습은 지난 총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여전히 박 대표의 개인적 인기도에 힘입어 재보선을 치렀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반사이익만 취하려고 했고, 참신한 인물이나 정책을 개발하여 제시함으로써 수권 능력이 있는 정당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은 갈 곳 없어 지지해준 표심을 자신들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1인 의존 정당의 모습을 하루빨리 탈각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지난 총선에서도 깨지지 않았던 지역주의의 견고한 벽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영천과 김해에서는 한나라당이, 목포에서는 민주당이, 공주·연기에서는 충청권 신당을 내세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다. 몇 군데에서 지역주의의 두꺼운 벽이 허물어지는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번 재보선은 한국의 정치권 전체에게 지역주의 벽을 허물라는 어려운 숙제를 또 한번 부과했다. 이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선거였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 정치학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5. 5. 2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