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권 위해 개선해야' - 남승희
	2005-04-26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 '아동 인권 위해 개선해야'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일기교육방식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의견표명대로 별 문제의식 없이 실시돼왔던 초등학교 교사의 일기장 검사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굳이 일기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일기쓰기와 같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더 중요한 것은 아동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양도할 수 없는 기본권을 가진 인격체라는 점 때문이다. 일기쓰기가 아동의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 향상,좋은 생활 습관 형성에 교육적 효과가 있고,그래서 일기 검사 관행이 수십 년간 계속돼왔다. 그러나 아동 인권에 부합하는 일기교육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의견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을 한 단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고,아동의 인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권위의 발표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는 ‘초등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평가하는 것은 일기의 본래 의미와 성격에 비추어볼 때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므로 이를 개선하도록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판단 기준은 국제인권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양심의 자유 등에 대한 기본권’을 들었다.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에서 보장한 아동의 기본권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그 동안 간과해왔던 것이 사실이고 인권위가 이 부분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면,일기지도 관행이나 방법을 개선하라는 권고안을 단지 일기지도가 효과적이라는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논점을 흐리거나 교권침해라고 반발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인식하지 못했던 사안일수록 차분하고 진지하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합리적인 논의과정을 통해 교육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 자세가 교육자적 모습일 것이다. 아동이라고 해도 모든 교육활동이 교사의 판단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은 비교육적이다. 문장력 향상이나 학생 생활지도를 위해 일기장 검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일기쓰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주제의 체계적인 글쓰기 지도와 선생님이나 부모님 또는 친구에게 편지쓰기 등의 방법으로 문장력 향상을 유도할 수 있고 상담활동 등을 통해 생활지도도 가능하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것과 듣기와 말하기 훈련을 병행하는 것 모두 문장력 향상과 생활지도에 필수적이다. 최근 학생들의 인권존중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과 학생들의 체감지수 간에 큰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교사가 된 뒤 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이나 연수를 받아 본적이 없다는 교사가 70%에 달했고 한 두 번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가 21.2%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인권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 먼저 변해야 할 것으로는 선생님들의 인권의식이 47.8%로 나타났고 학생들의 인권의식이라는 대답은 9.4%에 불과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같은 날 한 일간지는 두발규제는 인권침해라는 생각이 학생들 사이에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두발제한 폐지,학생인권보장‘ 서명운동을 주도해 한 달 만에 5만7000명의 서명을 받아냈다는 청소년 포털사이트 운영자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렇듯 학생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진일보하고 있는 추세인데 일기 검사 관행을 아동의 인권 차원에서 개선하라는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 / 바른교육권 공동대표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국민일보 2005. 4. 23 토론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