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은 시장에 맡기는 길뿐 - 박동운
	2005-04-18
비정규직 해법은 시장에 맡기는 길뿐 비정규직 이슈가 노·사·정 간에 핑퐁놀이를 하다가 국회로 옮겨갔다. 표밭을 가꿔야 할 국회의원들이 내릴 결정이 어떤 것일까는 보나마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인권위가 갑자기 끼어들어 비정규직 해법은 더욱 꼬여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정규직 해법은 시장에 맡기는 것뿐이다.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수는 01년 360만명에서 02년 380만명, 03년 460만명, 04년 540만명(노동계는 816만명)으로 3년 사이에 180만명, 연평균 1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총취업자 수는 175만명, 연평균 1.5%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비정규직이라도 증가하지 않았다면 총취업자 수는 감소하여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비정규직은 왜 증가하는가. 차별 때문인가. 아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92년 이후 장기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은 머지않아 비정규직 비율이 40%가 되리라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첫해에 성장률 3.1%, 다음해에 4.6%를 기록했으니 일자리가 생길 리가 없다.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인 유토피아를 가정하자. 이러한 경제에서는 한 명의 실업자도, 한 명의 비정규직도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유토피아는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비슷한 유형을 경제사정이 좋은 룩셈부르크, 미국, 영국 등에서 찾아보자. 룩셈부르크는 현재 1인당 소득이 약 5만2000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 나라는 78년에 1만달러, 87년에 2만달러, 90년에 3만달러, 95년에 4만달러, 03년에 5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80년 이후 연평균 5% 가까운 높은 성장을 해오다 보니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 결과 룩셈부르크는 현재 비정규직 비율이 3%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2위는 4%의 미국, 3위는 7%의 영국. 이 두 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경제사정이 좋은 편이다. 경제사정이 좋은 나라는 비정규직 비율이 이처럼 낮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 차별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계가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이에 박자를 맞춰 정부가 제도화시킨다면 한국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 OECD와 IMF가 한결같이 한국에 권고하는 내용은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를 완화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 정규직 보호가 완화되기는커녕 비정규직 보호마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시장경제에서 숨쉬고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 한국경제는 지금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작년에 밝힌 대로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게 제도화하고, 노동계는 물론 인권위마저 가세하여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법 도입을 막는다면 한국기업은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가겠는가. 비정규직 해법은 시장에 맡겨두는 것뿐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기업은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 수요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박동운 (단국대교수·경제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05. 4. 18 독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