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희망은 있는가 - 남승희
	2005-02-28
교육, 희망은 있는가 고교 교장이 성적조작의 ‘총책’이었고 표창장까지 ‘거래’했단다. 명문 대학 총장과 보직교수 일동이 입시부정에 책임지고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지난해 수능부정 사건의 ‘추억’이 아직도 또렷한데 이런 교육 현실까지 지켜봐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얼마나 황망할까? 한 고3 학부모는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부정과 비리의 한 축이 학부모였으니 그 동안 학부모의 교육 참여 활동이 명목상의 참여에 그쳤거나 구색 맞추기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학부모의 역할이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불이익까지 당했으니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어디서부터 고쳐나가야 하는가? ‘교육비리’에 대한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교육공동체의 도덕재무장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썩 와 닿지가 않는다. 더 다양한 방법과 더 치밀한 수법으로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빈틈과 허점이 많은 학교 현장과 교육 정책이기 때문이다. 학교 간 경쟁이 필요 없는 체제, 학생이 안 올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체제, 사립학교의 결손까지 지원해주는 체제는 학교를 폐쇄적 공간, 경쟁력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거기에다 모든 교육정책은 ‘평등의 논리’로 제한된다. 정교해야 할 교육정책은 두루뭉술한 채로, 학교 현장은 모든 것을 가린 채로, 그렇게 교육 현장은 ‘유령의 성’을 닮아가고 있다. 거기서 온갖 부정과 비리가 자라나는 것이다. 교사들은 저 학교가 ‘좋은’ 학교인지, 이 학교가 ‘나쁜’ 학교인지 다 안단다. 그런데 정작 자녀의 친권자인 학부모는 모른다. 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학교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니 모르도록 강요받은 셈이고,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없으니 알아도 별 소용이 없다. 학교가 학부모로부터 객관적인 자료로 평가받지도, 이를 근거로 선택되지도 않으니, ‘나쁜’ 학교가 ‘좋은’ 학교로 변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거기에다 교육계의 ‘이념 과잉’이 교육정책의 정교함을 어렵게 만든다. 다양한 정책적 시도도 거부하고 모든 대안은 천편일률적으로 평등에 맞춰진다. 아무리 평등 교육의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들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이 권리를 침해하거나 제한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 간의 경쟁은 치열한데 학교들 간의 경쟁은 없는 체제라면 이것은 논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 부정과 비리가 발붙일 수 없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의무적으로 학교 정보가 공개돼야 하고, 학교 선택권도 평준화의 근간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적어도 사립학교는 경쟁체제로 가야 한다. 사립학교 중 옥석을 가려 건전한 사학에는 자율권을 대폭 확대해주고, 그렇지 못한 사학은 국가의 예산 범위 안에서 연차적으로 공립화하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교가 공립과 사립의 특성에 맞게 스스로 분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체제로 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와 시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책 간에 상호 모순은 없는지, 연계성은 확보돼 있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기고, ‘3불(不)’ 정책까지도 재논의해야 한다. 대학입학처장의 범법 행위는 ‘고3 학부모의 입시업무 배제’ 라는 원칙만 정부가 철저히 감독했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이 일로 ‘입시의 완전 자율화’ 논의를 방해한다면 이는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하여 결과적으로 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육학 교수, 바른교육권 공동대표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5. 2. 2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