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유주의와 뉴라이트 - 신일철
	2005-02-28
한국 자유주의와 뉴라이트 1. 오늘의 “사상적 빈곤”을 극복하기 위하여 1950년대 후의 이데올로기 종언과 특히 1980년대말 사회주의 붕괴로 세계적으로 좌파이념이 몰락되었다. 그런데 21세기초 한국정치에서는 대단히 뒤늦게 좌우익 이념논쟁이 이데올로기 정치를 재연시킨 것이다. 이런 역사의 지각사태는 한국이 다시 대원군의 쇄국으로 일본패권 100년 밑에서 퇴락했던 바와 같이 21세기 한국의 제2의 후진화가 결과될 수 있다고 우려하게 되었다. 이것이 100년만에 다시 나타난 한국사회내의 “사상적 빈곤”이며 80년대형 “지식인의 아편”의 후유증이기도 하다. 한국의 “사상적 빈곤”은 특히 근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왕조사의 증언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이념인 자유주의가 뿌리내리고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몰락 속에서 응당 한국사에서는 사농공상의 낡은 4민질서에 묶었던 상공업의 신흥시민사회의 신분이 시민적 자유, 부민흥국의 실학적 이념으로 절대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자유민권이 일어나 민선의화를 탄생시키고 3권분립의 자유시민질서를 성숙시키는 자유주의와 자유민권당 운동이 응당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국권상실로 저항적 민족주의 속에서 소실되었다. 저항적 민족운동 속에서는 자유민권은 뒷전으로 밀리고 민족주권이 앞에 나선다. 국가론의 관점에서는 주권재민의 국민주권적인 자유주의가 민족주의의 장식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완강한 국가의식을 진작시키는 가운데 사회계약설보다 국가유기체설적인 국권주의가 앞장서서 유기체적 전체인 “국가” 속에서 시민적 자유에 기초한 개인주의, 개인의 기본권, 자유민권의 자유주의는 유기적 전체의 부수적 구성요소로 그 지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8.15 해방 후에도 좌우익의 사상대립 속에서 시민적 자유권과 자유주의의 설자리가 없었다. 우경적인 국가주의와 좌파적인 반시민, 반시장적 집단주의, 계급주의와의 대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사회의 문명질서를 성숙시킬 자유주의적 윤리와 시장시스템, 자유경쟁의 룰, 규칙준수의 시민윤리가 성숙될 수 있는 공간이 좁았다. 20세기말 햇볕정책과 좌파적인 “바람정치”는 문민정치로 들어온 한국사회에 정치적인 바람잘날 없는 가이 “풍파정치”의 세상이 되었다. 이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 자유주의적 시민질서와 자유시장질서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1990년 사회주의 몰락후 시대착오적인 역풍으로 좌파운동권이 득세하여 21세기 시민질서의 새가치관인 하이에크와 자유주의적 문명전통을 “신자유주의” 등의 이름으로 매도하고 이 21세기적 비젼을 한낱 “일자리 빼앗는” 구조조정으로 왜소화시키는 이변이 일어낫다. 이런 반시대적 역풍가운데 난데없이 구좌파이념, 맑스-레닌주의의 복고, 80년대 구좌파적 운동권 등의 “바람정치”가 기승을 부린감이 없지 않다. 이런 뜻하지 아니한 복고적 역풍의 홍역을 치르고 나서 2004년경부터 한국사회의 “침묵하던 다수”가 “이건 아니다”, 좌우파 이념과는 다른길의 큰 깨우침을 얻어 대한민국의 성공사와 전통을 수호하려는 자유대한 수호 세력이 일어났다. 그 한 주류가 “뉴라이트”(New Right)이라고 볼 수 있게되었다. 뉴라이트가 보수하려는 것은 자유주의적 시민사회적 전통의 보수이며 피땀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의 가치질서를 보전하려는 것인 동시에 북한의 군사적 독재의 “좌파”적 과오에 대한 최후의 단죄를 선언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자유주의는 좌파와 같이 “허공의 유토피아”를 그릴 필요없이 역사적 실천 속에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구현과정에서 얻어진 값진 교훈과 경험이 그 토대가 된다. 그 토대위에 자유주의적 시민질서와 자유시장시스템, 법의 지배, 자유언론 등의 자유주의적 가치를 더 빛나게 실현해 가는 것이 자유주의 정신이다. 2. 뉴라이트는 자유주의의 대중적인 비젼이다. (1) [동아]의 뉴라이트 특집에 나타난 몇가지 성향 “뉴라이트”(New Right)는 2004년 가을부터 동아일보 등 언론에 등장한 키워드이다. 어떻게 무엇이 한국에 대두되었느냐에 대해 묻는다면 노무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토여론이 자생적으로 질서잡힌 징후군중의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뉴라이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동아>는 이 운동의 기운을 “침묵에서 행동으로”라고 요약했다. 또는 “침묵하던 보수층”의 정치적 관심증대로 독해되기도 했다. 사회 속에서 어떤 새 여론이나 운동은 반듯이 그 반대비판의 대상을 통해서 이해된다. 우선 뉴라이트는 참여정부와 그 주변의 좌파적 정치행태에 대한 비판과 그 안에 깃들어있는 80년대 운동권적인 친북좌파 성향을 “올드 레프트”(Old Left)로 규정한 반작용으로 “뉴라이트”가 생겼다고 간취된다. <동아>의 연재특집이 요약한 “뉴라이트”의 성향은 다음과 같다. ① 시장중심주의 경제정책 ② 정치적 이념적 자유주의 ③ 북한민주화와 인권에 대한 적극적 의견 개진 ④ 과거사의 공과에 대한 균형잡힌 의식 ⑤ 국민합의를 통한 점진적 변화 촉구 요컨대 “뉴라이트”는 현 집권세력이 지닌 “올드 레프트”의 친북좌파 성향, 반시장적 경제시책, 반자유주의적인 좌파편향 등에 대한 앤티 테제이다. 이제 비로소 햇볕정책에서 비롯된 “남남갈등”이 한국사회를 뒤늦게 이데올로기적 좌우파 갈등으로, 그 보혁, 좌우파의 구획이 북한을 표준으로 친북좌파와 반부보수라는 것이 바로 좌파적 2분법이었다. 이제 뒤늦게 좌파적인 보혁구분에 대항해서 대한민국 수호세력이 통찰한 사상갈등 판도를 “뉴라이트와 올드레프트”로 그리면서, 중도우파적인 대응방식이 생겼다고 보아진다. (2) 친북좌파적 “올드 레프트”에 대한 앤티 테제 뉴라이트는 80년대 운동권 기준의 친북 성향좌파에 대한 비판과 대안으로 자생하면서 묵시적으로 구사회주의권 붕괴가 무엇이었느냐를 다시 반성해서 재발견의 깨우침을 얻은데서 비롯되었다. 과거 사회주의 사상에 친근감을 갖거나 반독재민주화 운동에도 관여했던 운동권 속에서 오히려 1990년의 세계사적인 대전환이 다름아닌 “자유주의”와 자유시민정신의 재발견이었음을 깨우치게 되었다. 뉴라이트 운동의 근본강령이 무엇이냐의 근본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자유주의”이다라는 구심점에 귀착된다. 이 운동의 대표자의 한 사람인 신지호 교수는 그가 “뉴라이트”에는 얼마든지 많은 단체가 연대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가치관의 구심점은 “자유주의”, “작은정부”, “시장경제”로 수렴된다고 보았다. 한나라당의 김덕용 대표가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서 “작은 정부, 큰시장”의 기조 아래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과감한 규제혁파와 감세정책으로 투자화경을 개선하겠다고 역설했다. 여기 이미 “작은 정부와 큰시장”의 키워드에는 뉴라이트의 시장주의가 강조된 느낌이 든다. 이 운동을 대변하는 전상인 교수는 “뉴라이트야 말로 한국에서 제대로 된 최초의 보수”라고 규정했다. 우선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좌파이념에 대칭적인 이념은 신보수주의, 신자유주의 등이었고 한국에서 통용될 수 있는 마땅한 이름이 없었다. 특히 그 뜻이 다이적이오,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 친북좌파적 이념과 대결할 수 있는 사상, 이념은 있었으나 그것을 대중들에게 신선한 감각으로 호소할 이념적 이름을 갖지 못했었다. 이미 “뉴라이트”는 그 개념이 주는 감각이 신선하고 또한 의미있는 키워드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뉴라이트”가 한국의 이른바 “보수”의 가치관이라면 그 내실은 무엇인가. 좌파이념의 치명적 약점은 허공의 유토피아를 선동하거나 체제실패의 북한에 대한 친북적 노스탈자를 가진점이다. 그러나 뉴라이트의 감정은 55년여의 대한민국이 체제경쟁에서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의 토대위에서 다만 아직 미진한 “미완의 프로젝트”를 실현하려는 진보적 개혁비젼이기도 하다. 한국자유주의 운동은 그 전형인 하이예크 소사이어티처럼 아카데미한 학회운동을 해왔다. 자유주의 운동은 그 초기발상에서 “재야(在野)의 정신”을 가져왔고 집권지향보다는 국가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작은정부”론에서 건전한 의미의 시민운동의 모습이 제격이었다. 그러나 뉴라이트는 80대 운동권적인 강권주의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점에서 정치적 대안세력이 되려는 길도 고려되고 있다는 강력한 인상을 받는다. <동아>의 뉴라이트 연대는 “대안세력이 되려면”(2004. 11. 14)에서 극좌와 극우의 중도에서 자유주의 정치의 대안세력 모색도 고려되고 있는 듯하다고 전망했다. 뉴라이트의 대변자들 중에서도 이 운동이 시민, 정치, 지식인 사회의 사회운동으로 그 순수성을 유지하고 다만 “반노운동으로만 끝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라는 우려도 이 운동이 단기적인 정치운동에 머물어서는 안되겠다는 반성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3. “자유주의”는 보편적인 문명전통의 토대 “인류의 역사는 자유의식의 발전” 과정이라 한 것은 헤겔이었다. 그러나 헤겔은 자유주의의 반대편에 속했다. 헤겔은 개인의 자유권과 자유민권을 외면한 국가주의자였다. 오늘날까지 “자유주의”는 인간의 자유신장이란 점에서 모든 시민의 이상적 비젼이었으나 그 다면성, 다의성으로 인해 무엇이든지 그 안에 넣는 화려한 보자기같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의 기본권인 인권과 개인권을 토대로 한 “자유주의”는 유형무형의 좌우익 전체주의로부터 폄하되고 적대시 당해왔다. 좌파는 자유주의가 브르조아 계급의 경제적 자유를 옹호한다고 비판했고 극우파는 절대왕권이나 국가, 민족 등의 일사불란한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유방종된 사회풍조를 만연시킨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자유주의 운동은 다른 정치이념들, 민족주의, 사회주의, 맑스레닌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등의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개척해왔다. 위에 든 민족주의, 사회공산주의 등은 이데올로기로서 특정집단의 당파성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의 성격을 많이 가졌다. 그점에서 이런 전체론적 유토피아를 내세우는 이데올로기는 맑스의 용어로 “허위의식”이다. “이데올로기”는 종파, 계급, 정치적 집단 등의 “존재”를 옹호하는 당파성 이념들이다. 20세기말에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종언되었다. 탈냉전, 탈이데올로기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비젼은 무엇일까. “열려진 문명적 이념”은 무엇인가. 지난 70년, 50년간의 이데올로기 경쟁에서 사회주의와 좌파이념의 허점과 실패가 드러났다. 그렇다면 인류의 이상향을 선전선동하던 사회주의 체제는 그 붕괴로 온당한 문명세계의 가치관과 제도의 몫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실증되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는 왜 실패했는가. 좌파적인 사회변혁론자들은 근본에서 큰 오류를 범했는데 그것은 무엇인가. 전투적 좌파 사회변혁론자, 무퍼(mouffe) 등은 사회주의 실패의 근본원인을 뒤늦게 깨달았다. 1917년의 레닌의 혁명이나 온갖 좌파 사회변혁파들은 인류가 200여년에 걸쳐 피땀흘려 이룩한 자유주의적 전통을 깡그리 무시한 “혁명”을 몽상하고 강행한데서 인간의 얼굴이 아닌 “금수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결과하게 된 것이다. “자유주의 없는 사회주의”, “민주주의 없는 사회주의”는 마침내 자유사회의 적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레닌 등 좌파 사회변혁가들은 왜 자유주의의 시민사회적 유산을 존중하지 아니하고 무시했는가. 자유주의적 문명전통은 의회민주주의, 복수정당제, 법의 지배, 비판언론, 자유시장 시스템 등의 총칭이다. 이것이 자유주의의 근대적 문명전통이다. 레닌 등 좌파들은 의회주의, 복수정당제를 외면하고 일당독재를 고집해야 개혁과 혁명을 할 수 있고 자유언론을 목조르고 당이 언론을 장악해야 하고 “법의 지배”를 억누르고 소위 “혁명적”인 반법치의 무법을 강행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 사회주의 좌파의 유토피아는 시민적 자유도 없고 권력분할에 의한 독재견제의 민주적 장치도 당권력을 견제하는 자유언론도 없는 강권사회가 되어 마침내 붕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계사적인 대사건에서 구사회주의권속에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언론, 자유시장제였는데 이것이 다름 아닌 21세기 “자유주의”의 비젼을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이 단계의 자유주의는 이미 계급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자유주의는 특정정당의 정치이념이기 보다는 신세계 시민질서 속에서 그 질서를 지탱해주는 근대적 문명적 가치관 규범이다. 그점에서 자유주의는 편의상 “주의”라고 하지만 종언된 닫혀진 이데올로기와는 그 차원이 다른 열린 가치관이오 널리 개방된 시민사회적 가치전통이기도 하다. 하이에크의 큰 뜻을 따른다면 자유주의는 자유사회의 존립을 위한 기본적인 시민헌장과 같은 것이다. 자유주의는 하이예크의 “자유의 조건”(Constitution of Liberty)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55년간 남북한의 체제경쟁에서 단연 승리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과 근대화론의 경제제도, 열려진 시민사회 등 북한의 군사독재체제나 친북적 좌파이념과는 비할 수 없는 우월성을 과시해왔다. 대한민국의 시민사회적 가치전통이 한마디로 자유주의적 문명질서이며 이 가치를 수호하려는 것이 다름아닌 자유주의 운동이라고 믿는다. 보다 바람직한 좋은 사회를 건설하려는 참다운 진보는 지난날의 올드 레프트와 같이 허공의 유토피아로 젊은 세대를 오도하는 “지식인의 아편”이 되어서는 안된다. 보다 번영된 자유의 조국을 회원하려면, 21세기에 다시 한강변의 기적을 일으켜 민족부흥의 새역사를 만들기를 바라거든 허공의 이념이나 친북의 착각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성공된 반세기 전통의 토대위에 서야할 것이다. 21세기 한국의 도약대는 자유대한의 문명질서임을 모든 국민이 확신하고 자유주의 문명적 질서를 수호 성숙시키는데 모두가 나서는 것이 자유주의 운동이기도 하다.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박제가포름" 2005.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