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북한 “자살골”의 다급한 이유 - 신일철
	2002-07-31
6.29 북한 “자살골”의 다급한 이유 - 식량난속에서 시장구매제도입설은 허구이다 - 1. 시기질투의 울화가 6.29 “자살골”의 표면적 동기 이번 6.29 서해상의 북한의 도발은 한국주최의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8강-4강으로 약진하는 “대한민국”의 국위가 온 세계에 떨쳐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 순간에 일어났다. 그 시일이 3,4위를 다투는 대구전 당일의 오전 9시 54분의 택일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월드컵 결승을 눈앞에 두고 한국내의 모든게임이 끝나는 마지막날이 6월 29일이다. 북한지도부는 이번 도발공작면에서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예행연습까지 하고 다목적인 파급효과를 노린 그들 나름의 벼랑끝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 부정적 역효과를 초래하는 “자살골”이 될 것을 심사숙고할 겨를이 북한에는 없었다. 6.29도발은 북한 내부의 체제위기에 대한 화급한 내부 진화용이었다고 추정된다. 이번 서해해전에서 우리측 경비정의 침몰과 용전분투한 5명의 해군용사에게는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명복을 빌고 부상장병들에게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한 무훈에 대해 위문과 신문지상의 끊일줄 모르게 줄지은 국민헌금의 큰 흐름으로 보답하고 있다. 한가지 명백한 것은 6.29의 서해에서 “햇볕” 정책이 침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두터운 외투를 벗도록 유도한다는 햇볕정책의 명분이 격침당하고 북의 “역햇볕”이 분명하게 되었다. 우선 6.29 서해도발에 당면해서 우리의 국민의 여론은 분노에 찬 반북항의로 집약되고 그동안의 “퍼주기” 지원이 적반하장이 된데 대한 배반감도 가히 폭발적이 되었다. 더욱이 온 세계여론의 정상에까지 한국의 국가위상을 떨쳤던 대축제의 클라이막스에서 북한측은 6.29의 찬물을 퍼부은 것이다. 반면에 월드컵붐의 순을 자르려고 한달앞서 시작한 “아리랑축전”의 10만동원 집단체조가 온세계의 외면을 당했다.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무리하게 동원해 1년여를 준비한 “아리랑축전”의 손익계산은 고난의 행군속의 북한경제에 누적적 적자를 안겨 고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아리랑축전”의 A석이 미화 300달라인데 거의 공석이었고 그때 방북했던 남북합동 예배의 기독교방문단 300명에게 방문일정에도 없던 “아리랑축전” 관람을 강요하다가 실패한 사건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 김정일식 시네마 이벤트 정치는 88올림픽에 대한 시기질투에서 89년의 평양청년문화축전 강행으로 북한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던 전례가 있다. 이번 6월에도 그런 무리한 낭비가 되풀이되었다. 뜻밖에도 월드컵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한국팀에 대해 북한지도부는 한국팀 8강진출부터는 평양 TV에 간추려 편집된 녹화중계를 내보내야하는 궁지에 물렸다. “아리랑축전”으로 한국의 월드컵 개최를 묵살하려 계획했던 북한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팀의 선전을 외면할 수 없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EU 국가 등 24개국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가 월드컵 한국개최를 더이상 보도관제할 수 없게 되었고 특히 휴전선의 북한군인들이 확성기 방송으로 16강 이후의 한국팀 선전의 쾌거를 모두 알게 되었다. 이것이 휴전선에 생긴 “민족화해”의 분위기였다. 남북한의 두 이벤트 대결에서 형편없이 수세로 몰린 북한측은 그 시기질투의 분통을 더이상 참을 수 없게되었다. 자제력을 잃고 감짝쇼의 서해도발에 의한 역전극을 연출한다는 것이 6.29였다. 그러나 “외교의 천재”라고 자처하는 김정일 정치가 이번에도 대단한 모험을 했으나 치명적 오판의 “자살골” 차기가 되었다. 평양 TV가 8강 등용의 한국전 등을 철저히 검열해서 재편집 방송했으나 그 TV 화면속의 경기장 광고난에 서울개최가 2번, 태극기도 2번이 나와 북한 시청자들에게 이것은 “세계축구대회”를 한국이 개최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알려졌으므로 북녁에 주는 “월드컵 쇼크”가 되었다. 북한 상류층과 특히 군부에도 월드컵 쇼크가 일어난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 북한 매체에서는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를 단 한번도 언급한 바 없다. 특히 “붉은 악마”의 응원물결이 김정일의 붉은기 사상 전파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태극기와 “대한민국”으로 발현되어 우리 20대 젊은 세대의 애국심을 목도하게 되어 북한측의 실망은 대단히 뼈아픈 것이 되었다. 그러나 북한이 6.29 서해도발을 자행한 보다 깊은 동기는 3년전 1999년 6월 15일의 연평해전에서 “백전백승의 명장”이 작전지휘한 해전에서 무참하게 참패당했던 아픈 기억이다. 연평해전의 군사적 참패를 김정일 총비서는 꼭 1년후의 6.15선언으로 “외교적 승리”로 만회했다고 보였다. 그러나 이것도 성차지 않아 집요한 승부사인 그는 “천백배의 보복”의 기회를 다시 노려왔다. 서해도발 2일후 6월 30일 북한의 “조선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성명에서 NLL 무효와 정정협정의 파기를 주장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우연적 충돌설, 꽃게잡이설, 따라서 공동어로 구역협상 등으로 그 초점을 딴데로 돌려 NLL의 실질적 포기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 총비서와의 관련을 되도록 부정하려는 진상왜곡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김정일 눈치보기”가 바로 북한에 계속 농락 당하는 함정인데 이것이 햇볕론의 치명적 한계이기도 하다. 오늘의 북한체제는 일인전횡의 군사독제체제인데 그 최고사령관․국방위원장의 지령없이 이런 햇볕 파괴적인 도발은 감히 어느 누가 기도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발적 충돌론에 대해서도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는 일부 군부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시인하고 우리측의 사과, 재발방지 요구에 응했다는 뒷마무리가 있어야 고려될 수 있다. 김정일 대남공작 정치에 우연은 없다. 김정일 외교는 그 기본이 계속 통미봉남책으로 군사면의 휴전협정 무효화를 유도하여 한국을 배제하고 계속 미국과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 6.29의 책동으로 NLL 무효 → 휴전협정 개정에서 한국정부배제의 “북·미 2자 구도의 평화협정”이란 보다 큰 것을 내다본 김정일 외교의 벼랑끝 모험이라는 전술이다. 1998년 12월 남해 반잠수정 침투사건때를 되돌아보자. 동해에서 금강산관광을 시작하면서 서해ㆍ남해의 잠수정 침투가 동시에 있었는데 후자는 군부강경파가 김정일 모르게 저지르는 것이라는 우리관벽측의 견해가 있었다. 이에 대해 탈북자 동지회 황장엽 명예회장은 “당신네들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일갈했던 기억이 난다. 북한에서 김정일 지령없이 이런 남해잠수정 침투를 자행하고 목숨을 부지할 군부강경파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정일은 화전양면의 2중책략을 자기의 장기인 듯이 구사한다는 것이다. 2. 정부는 왜 NLL 침범이 91년 남북합의서 제11조 위반이라고 지적하지 못하는가 김정일이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로 나온다고 믿는 것은 “머저리 중의 상머저리다”라고 했던 황 명예회장의 예견은 6.29 도발로 일부 적중되었다. 김정일 정치가 구사하는 대남전술의 카트가 주로 NLL 농간에 집중되어 있다. 그는 항상 적의 약한 고리를 계속 공략하라고 했던 레닌주의의 제자이다. 우리정부는 6.29도발에 대해 NLL 침범에 관련해서 북한의 사과·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다만 휴전협정 위반만 거론한다. 자세히 검토해 보면 휴전협정에는 NLL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다만 지난 50여년간 북한이 NLL을 묵안해온 묵시적 시인에 있다. 우선 그 실증자료로 북한의 「조선중앙련감」 1959년판 황해남도편에는 북방한계선을 해상의 군사분계선이라 해서 도시(圖示)한 증거가 있다. 「조선중앙연감」(1959년판)의 “북방한계선” 도시도 이 북한 「조선중앙련감」(1959년판)의 “황해남도” 지도에는 뚜렷이 “북방한계선”이 표시되어 있어 과거 40여년간 NLL을 인정해온 증거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사가 1959년 11월에 발행한 「조선중앙연감」지방지리편의 황해남도 지도(p.254)에는 뚜렷이 “북방한계선”이 해상의 군사분계선으로 그려있다. 이로 미루어 보아도 지난 40여년간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승인해온 증거이다. 우리정부 당국과 언론은 이 북한의 NLL 표시지도를 널리 국민들에게 알렸으면 싶다. 무엇보다도 NLL의 해상군사분계선의 현실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제11조와 그 부속 문서 제9조, 제10조의 세곳에 명문화되어 있는 철썩같은 남북한간의 협약이 있다. 그런데 6.29 사태 이후 정부는 NLL 명시가 없는 휴전협정 위반만을 거론하고 정작 남북한 간에 협약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제11조 위반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역시 미스테리이다. 특히 6.15선언에는 그 전문에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재확인이 없으므로 6.15선언의 위반을 내세울 처지는 못된다. 이번 기회에 6월의 평양회담에서 NLL 문제가 논의되었는지를 정부당국이 분명히 밝히는 문제는 더이상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저의가 담긴 북미2자 구도의 평화협정에 대한 우리측의 대안인 4자회담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재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6.15선언때 우리측은 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재확인에 실패한 것이 아닌가. 이미 일본의 북한군사전문가 에야 오사무(EYA Osamu)는 “제2차 서해교전은 월드컵 3위결전전의 날에 자행한 김정일의 보복이다”(SAPIO, 02. 7. 24)에서 이 3년전 북한 대패배의 앙가픔을 6.29에 같은 장소에서 김정일 “최고사령관” 지시에 의해 단행했다고 단정했다. 에야씨는 99년의 연평해전의 대패배로 당시 서해함대사령관 김윤심(金允心)이 경질되지 않고 해군상으로 승진된 것은 그 공격명령자가 김정일 자신이었음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에야씨는 군사지도 전문가로서 1959년의 「조선중앙연감」 황해남도 지도에는 이미 “북방한계선” 표시가 있음을 그 지도를 삽입하여 일본여론에 널리 알렸다. 에야씨는 이것이 바로 북한이 40여년전부터 북방한계선을 북한이 승인해온 증거라고 주장했다. 우리 언론에도 이 황해남도 북방한계선 표시의 지도가 소개되기 바란다. 3. 6.15 평양회담을 앞둔 2000년초 군개방파 반란의 진압 6.29 서해 북한도발의 표층적 원인은 99년 연평해전의 참패에 대한 보복. 월드컵에서 한국 약진에 대한 시기질투의 발동으로 북한지도부가 이성을 잃고 “자살골”의 악수를 두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일단 족하다. 그러나 더 깊은 곳에서 이 “자살골”의 원인을 찾아본다면 우리가 신경쓰지 않는 북한내부의 심각한 군부반항의 조짐과 그것을 북한지도부가 진화해야하는 다급한 긴급사태에 당면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손익계산상 대단히 손실이 큰 군사주의 모험이 자행된 것은 북의 독재체제의 “내부의 적”의 도전에 직면했을 때만이 있을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6.29 서해도발은 ① 가장 경제적 실리가 큰 햇볕정책을 난파시켰고 ② 남한 국민의 반북감정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③ 임박한 미국과의 대화를 두절시켰다. 특히 다급한 식량난의 해결을 위해 매년 100만톤의 일본쌀 지원, 한국의 식량지원, 미국의 식량지원 등을 불가능하게 했다. 모두 국민여론을 거역하여 식량지원의 “퍼주기”를 할 도리가 없게 만들었다. 특히 한국내의 친북좌파 통일론자들의 입지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과연 남한의 투명성과 온 세계의 여론에 밝은 김정일 지도부가 소승적으로 “백전백승의 장군”의 위신을 되찾기 위해 6.29 도발을 감행했다는 설명은 다만 독재자의 시기질투 심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심리주의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보다는 김정일에게 더 영리한 계산능력이 있다. 오히려 6.29 서해도발은 북한의 군부에서 다발적으로 생기는 “내부의 적”의 반항을 전시상태선포의 적대감 동원으로 대응하는 대내용 긴급사태 발동의 필요가 주된 도발동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증거로 6.29의 이틀후 7월부터 군장성 등 군인과 관료의 급여를 무려 14～17배 대폭 인상한 북한의 통화 ·물가개혁과 연관시켜 보아야 한다. 7월 “화폐개혁”에서 역산해서 북한군 간부가 7월전까지는 17분의 1의 봉급으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이 17분의 1의 생활고가 일으킨 개혁개방 지향파의 군반항에 대한 임기응변적 조치가 6.29 도발로 조작한 전시동원령과 이틀후의 물가 10배 인상의 통화개혁이 아닌가 짐작된다. 7월에 들어서 북한이 이미 붕괴된 식량배급제를 폐지하고 자유시장에서 사먹게 되었다는 베이징 소식통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비록 봉급은 10배 올리고 “원의 통제”조치로 북한화폐의 명목이 10분의 1로 되었다면 이 역시 1:1 화폐개혁인데 이것이 그 무슨 농간인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쌀 1kg8전의 국정가격이 시장에서 45원이었다면 10분의1인하 화폐로는 450원이 될터이다. 그러나 쌀 1kg 45원을 배급표로 구매하게되고 이 45원의 통제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인민통제원”과 100m마다 한명씩 군인이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들이 어떻게 이런 시장가격의 식량을 구입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북한경제의 총파멸이 가시화된 것이다. 오비이락적으로 올해 ｢천리마｣ 4월에는 90년대에서 2000년까지 존속한 북한군내부의 “수정주의자ㆍ사회주의 배신자” 숙청을 명시적으로 서술한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6.15 평양회담이 열렸던 2000년 1월의 노동신문(1월 18일)에 구소련이나 동유럽처럼 북한도 개혁개방을 하면 국가안전부, 안전원(경찰) 간부들부터 먼저 숙청되어 구소련의 군경들처럼 쫓겨나 길가에서 쓰레기를 뒤지는 처량한 거지신세가 될 것이라는 논설이 나왔다. 이 논설은 북한의 군부내의 개방파에 대한 무자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동하고 있었다. 특히 이 논설에서는 북한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지도부가 쫓겨나서 “내부의 적”이 “살판난 세상”이 된다고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2000년초에 북한권력 내부에 체제붕괴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증거이기도 하다. “어젯날 숨어 살면서 숨도 제대로 못쉬던 착취계급의 잔여분자들과 범법자들이 살때를 만난듯이 날치고 있다.”(로동신문, 00. 1. 18) 이 논설에서 “살판난” 개방주의자는 이미 80～90세의 노쇄한 지주 · 자본가가 아니다. “인민의 탈을 쓴 인민의 원수들의 반혁명적 정체를 똑바로 가려보지 못할때 인민들의 운명이 농락당할 수 있다.”(같은 로동신문, 1. 18). 이 로동신문 논설은 “내부의 적”, 군내부 개방파에 대해 “추호의 양보도 없이 더욱 무자비하게 투쟁해야 한다”고 해서 북한군내의 개방파와의 피의 투쟁을 호소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이 「로동신문」의 1월 18일 논설은 그로부터 2년후 「천리마」(02. 4월호)의 “우리 인민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키운 위대한 영도”(박철수)라는 논설에서 “고난의 행군기 90년대에서 2000년초까지 군부내 ”내부의 적“의 반항책동이 있었음을 명시적으로 시인함으로 그 실상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증되었다. 그 군반란 규모가 너무 커서 모두가 알게되어 더 이상 숨길 것이 못된다. “심지어 수정주의자들과 사회주의 배신자들은 사회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군사를 분리시키고 당과 군대를 떼어놓기 위하여 ≪군대의 비정치화≫, ≪군대의 비사상화≫를 제창하면서 군대를 무력한 존재로 만들려고 책동하였다.”(「천리마」 4월호 논설). (「천리마」 2002년 4월호, 문제논설의 부분) 이렇게 군반란을 “수정주의자” “사회주의 배신자”로 명시한 것으로 보아 그 군내부사건이 개혁개방파의 수정주의의 군반란이 있었고 이렇게 명시한 점에서 북한에서는 공개처형되어 널리 알려진 대단히 큰 군반란사건이었음이 분명해졌다. 2000년 1월에 난데없이 “사회안전성”(내무부) 대신 그 명칭이 “인민보안성”으로 개칭되었다. 개방파 소굴이 된 안전성의 성 이름까지 숙청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보아 북한의 6.29 도발도 월드컵대회기간에 생긴 군대내 개방파의 반란에 대한 다급한 대응책으로 6.29 도발을 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 “내부의 적”의 문제를 모르면 김정일 정치가 대단히 어리석은 “자살골”의 오판을 한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바로 7월부터 단행된 북한의 야누스같은 괴이한 긴급 화폐개혁 조치에서 군간부의 봉급을 무려 17배 대폭 인상한 경제긴급조치와 6.29 돌출사건은 서로 유관하다고 볼 수 있겠다. 독재체제는 위기때마다 밖으로의 도발로 “내부의 적”을 소탕할 명분을 만드는 것이 독재통치의 기본생리이다. 지난 20세기말의 군내개방파의 대반란에 대한 김정일 정치의 긴급대응책은 개방하지 않기 위해 하는척하는 제스추어로 남북정상회담과 클린톤 미국과의 벼랑끝외교의 “비적대화” 콤뮤니케 연출이었다고 볼 수 있다. 6.15 선언은 북한의 취약한 김정일 체제의 강화에 이바지한 것이지 남북한 관계의 평화정착에는 제도적 실천이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6.29 서해사태는 김정일 주역(主役)이 다시 돋보이게 하기 위해 햇볕정책이 조연으로 강요된 시네마의 단막극이었다. 그러나 그런 잔꾀도 이제는 말기에 이르렀다. 4. 7월의 북한 “원” 통제강행은 “선군”주의 소득재분배 쿠데타이다. 북한과 같은 군사독재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일인지령의 중앙사령탐적체제이므로 서해에서 일어난 군사적 도발사건과 북한내의 7월의 물가10배인상으로인한 통화 10분의 1인하 조치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올해 「민주조선」 7월 2일 “원(円)에 의한 통제” 기사는 화폐명목절하의 긴급조치이다. 박봉으로 더이상 못살겠다는 군간부의 식량 소요같은 군내부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격으로 17배 급여인상조치를 단행한 김정일식의 곡예정치가 나왔다. 이 “원에의한 통제”의 경제조치는 이미 비현실적인 허수가된 국정가경을 장마당시세에 맞추어 “제2의 국정가격”을 만드는 역시 통제경제의 고육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월급 17%인상도 과도한데 일거에 1700% 급료인상은 뭔가 크게 사단이 생긴 증거이다. 올해 7월부터 급여와 물가를 10배20배 인상하는 경제개혁을 북한이 실시했다는 교도통신의 베이징발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통에 의하면 개혁의 의도는 “원(円)에 의한 통제”라 해서 화폐에 의한 경제통제라 했다. 북한의 화폐에서 1전에서 100전까지의 전단위를 없애고 1원이 최하단위가 되었다. 즉 10분의 1로 돈가치를 낮춘 화폐개혁이다. 따라서 평양지하철의 요금이 10전에서 1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북한화폐의 명목이 10분의 1로 절하된 것이다. 그대신 군대ㆍ공무원 등의 급여는 무려 14배에서 17배로 비일률적으로 인상되었다. 이는 주로 군간부의 급여가 17배 즉 1700% 대폭인상되는 결과가 되었다. 그대신 군대와 관료이외의 모든 공민의 급여는 화폐가 10분의 1로 명목절하되었고 다시 그 급여가 10배 인상되었다함으로 변형된 1:1 화폐개혁이니 표면상 무변동이다. 이조치로 장마당사경제에 밀려 다시 고사상태였던 중앙지령의 “공적경제”가 소생되기는 힘들 것 이다. 북한의 7월부터의 화폐 명목절하단행과 급여인상의 긴급경제조치에서 군대간부에 편파적인 대단히 후한 상후하박이 된 것은 역시 군대우선의 “선군” 정책적인 소득의 재분배강행으로 이해된다. 이미 배급제 붕괴후 일만공민은 10명중 9명이 장마당 상인이 되어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많게는 80원 월급의 580배까지 높은 수입을 올리게 되어 소득격차가 생긴 것이다(필자 “북한 장마당 실상”, 본지 6월호 참조). 이런 장마당 치부의 개인소득의 돈은 이번 물가10배인상,즉북한원 10분의 1 가치 절하로 졸지에 10분의 1이하로 그 가치가 낮아졌다. 북한식 “결과의 평등”이 다시 강행된 것이다. 원료ㆍ에너지난으로 실직상태의 대다수 공민은 10배이상 폭등의 물가고로 인해 민생고가 혹심해졌다. 군인ㆍ관료는 일반적으로 장마당 돈벌이를 못하여 박봉으로 생활고에 허덕여 그 불만이 날로 커져 폭발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번 긴급 화폐개혁 조치는 92년 1:1 신구화폐 교환에서 399원만 교환해 주고 나머지는 동결시켰던 전 공민의 399원 완전 소유 평준화의 경제강권이 어느덧 다시 무효화되어 부득불 다시 강행된 경제평등 쿠데타 조치로 이해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열심히 벌였던 서민의 화페 1000원 가치가 100원이하로 꺾인 것이다. 92년 7월의 신구화폐교환에서 꼭 10년이 되는 2002년 7월에 다시 사경제의 소득격차를 청소한 것이다. 이번 개혁조치에서 외국 통화와의 교환이 불가능한 북한돈 “인민원 지폐”에 대해 1원을 최하단위로 하는 10분의 1 가치 절하를 단행했으나 미 달라당 공식환율(1:2.21)은 200원이 되었다고 했다. 일반공민은 미달라 일본엥 중국위엔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반면에 권력층은 이런 외화를 많이 은닉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장마당 실세에서는 1달라=북한원 250원의 환율이 이번 조치로 암시장 환률이 2,500원대로 오를 것 이므로 외화 보유자에게는 10분의 1 가치하락의 영향을 받음이 없어 소유가치가 보존되어 역시 “선군” “선관(先官)”에 편중된 빈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 결과가 되었다. 일반서민은 물가 상승과 그의 북한원의 가치가 10분의 1로 깎여 상대적 빈곤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미 1990년대에 들어서서 북한화폐는 교환가치가 소멸되어 “비화폐경제”가 되었다고 해왔고, 장마당 지하경제가 만연된지 오래이다. 그런데 이런 해괴한 화폐에 의한 탕평조치를 「민주조선」(2002년 7월 2일)의 해설기사 “원에 의한 통제”는 최근 기관 · 기업소의 탈법적 경제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현 화폐에 대해 10분의 1 명목절하의 통제를 단행한 것이 된다. 북한의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수준이 낮아서 부족한 생산량으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가 사회생산물을 계획적으로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민주조선」은 해설했다. 다시 말해서 장마당 시장과 거기서 번 돈을 10분의 1이하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계획경제가 붕괴되었던 90년대말 98년에 김정일 정치등장과 더불어 “인민계획경제법”을 새삼스럽게 다시 제정하여 중앙계획ㆍ중앙지령의 구제도를 복고시키려고 강행했다. 어느덧 민중속에서 성장된 자생적 장마당 자본주의 경제에 밀려 다시 북한경제가 혼란에 빠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50년 지속된 북한의 식량배급제폐지 설도 확실치 않고 그것이 시장경제의 시작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원료난․에너지난․자금난으로 공장가동률이 20%이하이고 봉급을 못받는 실직자군이 방대한데 무슨 돈으로 장마당식량(새배급가격1kg 약44원 암시장가는 그 10배)을 사먹을 수 있겠는가. 1kg 45원으로 인상된 배급가격은 곧 암시장에서 400여원이 될 것이다. 북한원의 10분의 1 명목절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북한전역의 식량소요단계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2002년 7월을 기해 김정일 “선군” 통치는 “원에 의한 통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동안의 공민들간 생긴 소득격차를 강제로 재분배하는 계획경제 회복명분의 강권을 동원한 것이 된다. 이 “원에 의한 통제”는 김정일의 레닌주의적 지령경제의 고수를 위해 「민주조선」 해설기사에서 “화폐를 통해 물자를 무계획적이고 불합리하게 이용하거나 낭비하는 현상”이라 낙인찍은 자생적 시장번창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중앙통제의 강화이다. 지난 7월의 “원에 의한 통제”는 북한의 자생적 시장범람에 대한 “경제쿠데타”와 다름이 없다. 이번 7월의 강권적 조치로 일반 공민들은 그 개인소득을 “원”의 10분의 1 하락으로 속수무책으로 수탈당하고 그 대신 군대와 관료의 급여만을 14～17배의 대폭인상을 단행한 불공정 재분배를 강행당한 것이 “원에 의한 통제”라는 것이 이제는 분명해졌다. 이번 7월의 “원 통제”긴급경제조치가 시장경제개혁개방의 시작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오늘의 북한“계획경제”는 거의 붕괴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7월초부터 베이징의 “북한소식통”이 북한에서 50여 년의 식량배급제를 폐지하고 시장구입제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쌀 1kg 10전, 20전의 배급가격 대신 45원이 되어 시장가격에 접근시켰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이 해괴한 것은 식량의 태부족으로 국제지원을 애걸하는 때에 시장판매가 되면 그 값은 수요에 대한 공급부족으로 천정부지로 그 값이 오를 것이다. 월급이 8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되어도 쌀 1kg의 시장값은 450원을 넘어 1천원대로 육박할 것이다. 도대체 약 200만톤의 국제지원식량을 시장판매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런 소식통은 북한의 식량배급포기로 인한 소요상태를 시장경제아 화폐경제혁명으로 호도하는 시네마 연출에 불과하다. 지금 북한에서는 그동안 장마당에서 자라난 자유시장경제의 싹을 다시 잘라버린 것이다. 쌀1kg45원의 통제가격유지를 위해 농민시장등장마당에 인민감찰관과 100미터마다1명씩 군인을 배치하여 감시한다니 이것이 무슨 시장경제인가. 역시 배급표로 1kg45원에살 수 있는 국정가격인상의 배급제가 아닌가. 식량이 태부족인고난의 행군에서 시장구입제를 실시한다면 나날이 치솟는는 곡가폭등과 특권층의 매점매석을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아직 김정일에게는 신사고도 생기지않앗고 시장적 사고가 결핍된 증거일뿐이다. 결 론 : 김정일식 통치방식의 막다른 골목 (1) 20세기말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유일한 조직세력인 군부의 개혁개방 지향이 반항이 빈발했다. 6.15 평양회담의 그해 1월 개방파 군사반란을 북한지도부는 미국의 클린턴 포용정책과 한국의 햇볕정책을 이용해서 평정한 징후가 올해 ｢천리마｣ 4월호 논설로 분명해졌다. (2) 6.29 서해도발은 김정일 통치술의 “자살골” 오판인데 이로 인해 한국의 햇볕정책도 그날 서해에서 침몰당하는 꼴이 되었다. 98년 「광명성 1호」의 발사로 일본의 군사화의 빌미를 주고 미국의 아프간 전쟁에 대해 다시 김정일 지도부는 주로 구소련의 아프간 참전사령관들의 증언만 믿고 미국이 제2의 베트남전같이 발목잡히게 된다고 다시 크게 오판했다. (3) 이번 6.29 도발의 오판은 군간부 봉급 17배 인상의 화폐조작에 의한 통제조치에 나타난 바와 같이 “내부의 적”을 무마시켜야 하는 긴급조치의 “비상시의 정치”였다고 판단된다. 손익계산에 밝은 김정일 정치가 이런 엄청난 손실의 악수(惡手)를 둘때에는 너무 크고 다급한 대내적 비상사태의 해결이 다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붕괴기에 접어든 북한체제의 말기증상으로 큼직한 오판이 거듭되고 있어 연명술의 종언마저 가까와진 말기 징후라고 판단된다. (4) 3년전 6.15 연평해전에서 북한해군의 참패는 “백전백승의 명장”임을 내걸어 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독재에 대한 심각한 손상이었다. 그러나 클린턴의 대북포용, 6.15 남북정상회담, 조명록 차수의 대미 특사파견, 올브라이트의 평양방문 등으로 김국방위원장의 “정치실력” 자만심을 잠시동안 만회하게 해줄 듯 싶었다. 그러나 햇볕정책 2년간 북한민중들에 퍼진 “남조선 쇼크”, 월드컵 쇼크와 군간부의 박봉과 나날이 번져지는 장마당 시장의 번창에서 생긴 소득격차로 “계획경제”해체와 특히 군간부의 불만을 폭팔지경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것이 6.29 기습도발과 “원에 의한 통제”의 괴이한 10배 평가절하 북한돈의 화폐개혁이다. 지금 북한에서는 시장지향의 개혁의 첫단계가 아니라 그순을 자르려는 긴급조치가 외부세계를 현혹시키는 시장경제 단막극을 연출하고 있다. 조총련의 「조선신보」도 식량의 배급표제와 북한식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기본틀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도했다. 7월의 북한경제조치는 시장경제지향이 아니라 장마당 사경제의 단속이고 파괴이다. 10명중 9명이 장마당에서 번 북한화폐를 일시에 10분의 1로 낮춘 “원” 절하 다시 말해서 물가의 10배 폭등은 서민의 개인수입을 약탈한 소득재분배 강행의 “경제쿠데타”이다. 지금 북한체제는 다시 붕괴의 위기에 직면했다. 문자 그대로 아슬아슬한 누란의 위기이다.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자유공론 2002년 8월호